친구들과의 눈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눈덩이를 만들고자 할 때는 눈의 특성부터 잘 이해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점성이다. 가루눈을 뭉쳤다가는 너무 쉽게 부서지고, 수분이 과도한 눈을 사용하면 이내 돌덩이처럼 딱딱해져 친구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몬태나주립대학 눈사태 연구소 조디 헨드릭스 소장은 영하의 기온 하에서라면 눈 속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눈이 녹기 시작하면 일종의 접착제처럼 작용한다. 녹은 눈이 녹지 않는 눈 입자들 사이에서 얼어붙어 결착력을 높여준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눈덩이 뭉치기에 최적화되도록 눈을 녹일 수 있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선임 우주화학자 스코트 샌드포드 박사는 큰 압력을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영하의 온도에서라도 눈덩이에 강한 힘을 가해 임계압력 이상으로 압박하면 눈 입자가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습니다. 다만 이 정도의 압력을 구현하려면 별도의 장비를 이용하거나 우주공간에 눈을 뭉쳐야 합니다. 집주변에서 펼쳐지는 눈싸움을 경우라면 눈덩이 표면의 습기가 중요해요. 너무 건조하지도, 너무 습하지도 않은 눈을 찾아서 뭉치면 됩니다."
이는 눈싸움을 해본 사람이라면 경험적으로 아는 것이라 실망스럽겠지만 과학적으로 그렇다고 하니 뭐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눈을 맨손으로 뭉쳐야 잘 뭉쳐진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처음에는 체온이 눈덩이의 표면을 녹여서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손이 차가워지고 나면 아무런 차이도 없습니다. 그냥 장갑을 끼는 편이 손 건강에 이로울 겁니다."
임계압력(critical pressure, 臨界壓力) 온도와 압력이 특정 수치를 넘어서면 더 이상 아무리 압력과 열을 가해도 물성이 변하지 않는다. 이때의 압력을 임계압력, 이때의 온도를 임계온도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