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방 소셜마케팅의 스토리텔링 기법

SNS 마케팅의 성패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되는 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와 한국야쿠르트가 어떻게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SNS 놀이터를 마련해 주는지 살펴봤다.
홍덕기 아이소셜 대표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매스미디어와 달리 소셜미디어는 1차 정보 유통에 이어 2차, 3차까지 정보 확산이 가능하다. 충성도 높은 팬과 팔로어는 스스로 새로운 노드(node)가 되어 정보를 확산시킨다. 이 소비자들은 단순 확산의 역할을 넘어 브랜드의 자발적인 스토리텔러가 되고 브랜드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된다. SNS 마케팅의 성패는 정보 생산·정보 유통·라이프 사이클 접목 등에 가속도를 붙여주는 프로슈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장(場)을 어떻게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은 생산 흐름에 따라 전방 산업과 후방 산업으로 나뉜다. 제품 소재를 주로 만드는 업종을 후방 산업, 최종 소비자가 주로 접하는 업종을 전방 산업이라고 한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든다면 부품, 제철 산업 등 주로 소재 산업이 후방 산업이고, 자동차 딜러망은 전방 산업이 된다.

이 산업 분류의 개념을 SNS에서 나누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으로 응용하면, SNS 마케팅도 전방 소셜과 후방 소셜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의 목소리냐 고객의 목소리냐가 판단 기준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말하느냐 듣느냐'로 나눌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고객과 공유하는 측면은 전방 소셜이다. 고객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전방 소셜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다. 당연히 고객이나 고객 집단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반면 제품 혹은 서비스와 관련된 고객의 아이디어나 요구 및 개선 사항을 수렴하는 측면은 후방 소셜이다. 후방 소셜은 제품의 설계 및 디자인 단계부터 고객의 니즈(needs)를 반영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개선안을 수용하는 등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SNS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보자. 스타벅스 페이스북 팬페이지(/starbucks)는 2012년 말 현재 3,300만 명의 팬을, 트위터(@starbucks)는 32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먼저 페이스북 팬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포스팅을 보자. 한 젊은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공원에 앉아 있고 그 옆자리에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한 잔이 보이는 사진 한 장. 그리고 "He knows how to make her smile."(그는 그녀가 웃게 하는 법을 안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이 사진에 공감하는 '좋아요'가 무려 16만 건이다. 그렇다면 이 공감은 꽃다발 때문일까, 스타벅스 커피 때문일까? 아니면 데이트할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의 마음 때문일까?

다른 사진 한 장 더. "The eternal question, hot or iced?"(영원한 숙제, 핫 커피냐 아이스커피냐?)라는 글과 함께 핫 커피와 아이스 커피를 동시에 담은 사진이 포스팅 되어 있다. '핫'이냐 '아이스'냐를 투표하듯이 댓글만 1만7,000건이 올라 있다. 중국집에 가면 항상 하는 고민하는 "짬뽕 먹을까, 자장면 먹을까?"를 연상시킨다.

'그린 티 롤 케익과 어울리는 커피', '비 오는 날 마시고 싶은 커피', '어버이날과 커피'라는 주제로 올린 팬들의 사진 포스팅이나 팬들이 핀터레스트(이미지 공유 SNS)에 올린 사진 링크 공유 등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삶과 일상 속에 스며든 커피를 보여준다. 이미지로 대화하고 작은 웃음을 짓게 하고 맥락 속에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커피를 상품이 아닌 문화로 격상시킨다. 팬들은 자랑스런 스타벅스 패밀리가 되어 스타벅스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친구들과 공유한다. 나아가 팬들은 정보 배포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와 나'라는 주제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서 올린다. 이른바 UCC다.

이는 스타벅스 패밀리라는 소속감과 연대감을 갖게 만든다. 즉 보이지 않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촉매로도 작용한다. 팬들로 하여금 콘텐츠 배포의 노드가 되고 자체 콘텐츠를 변형·창작하게 유도하기도 한다. 앞에서 거론했던 전방 소셜의 전형이다.

이제부터는 스타벅스의 후방 소셜을 들여다보자. 스타벅스는 'MyStarbucksIdea.com'이라는 웹 사이트를 운영한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과 개선 사항을 수렴하는 곳이다. 커피·드링크·음악·스타벅스 카드 등 제품아이디어, 주문·지불·지점 위치 같은 서비스 아이디어, 그리고 커뮤니티·사회적 책임 등 참여 아이디어로 구성되어 있다. 고객들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올리면 찬반 투표를 하거나 토론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채택된 의견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한다. 그렇게 되면 고객들은 이제 '자기가 마시는 스타벅스'에서 '자기가 만들어가는 스타벅스'라는 생각을 갖고 스타벅스와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후방 소셜의 지향점이다.

후방 소셜의 국내 사례를 찾아 보자.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6월 새로 개발한 '꼬꼬면' 출시를 두 달 앞두고 '꼬꼬면 시식단 모집' 이벤트를 벌였다. 다수의 참가자들이 트위터 멘션을 통해 '내가 꼬꼬면 시식단에 선정돼야 하는 이유'를 올렸고 최종 선정된 블로거 40명이 시식 후기를 올려 입소문을 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시식 후기를 바탕으로 SNS를 통해 얻은 반응을 종합하고 실제 조리 방법까지 변경했다. 꼬꼬면은 이 이벤트로 6월 한 달 동안 SNS에서만 64만회 이상 노출됐다. SNS 마케팅은 소통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경청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일이 아니다. '사과와 개선약속' 같은 수동적인 자세로 들으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듣고 행동해야 한다. 고객들이 납득할 만한 과정 속에서 실제 제품과 서비스
에 반영되어야 한다. 고객의 목소리가 1차 콘텐츠이고 그 토론과 찬반이 2차 콘텐츠, 그리고 최종 선택된 아이디어가 3차 콘텐츠가 된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 및 개선 등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이 같은 콘텐츠의 생성이 물 흐르듯이 이뤄진다.

요즘 소비자를 프로슈머라고 부른다. PROducer와 conSUMER의 합성어다. 소비자 스스로가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과 유통 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라는 의미다. 전방 소셜이 콘텐츠 확산 등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프로슈머에 동기 부여하는 측면이 강하다면, 후방 소셜은 제품, 유통, 프로모션, 가격 등 마케팅 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프로슈머를 그룹화· 커뮤니티화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홍덕기 대표는…
이 글의 필자인 홍덕기 씨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현재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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