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펀드매니저의 귀환

[INTERVIEW] The Return of a Star Fund Manager

브루스 버코위츠 Bruce Berkowitz와 그가 운용하는 페어홀름 펀드 Fairholme Fund(이하 FAIRX)가 시장에 복귀했다. 그는 놀랍게도 2011년 큰 손해를 안겼던 같은 종목에 투자를 하고 있다.

by Scott Cendrowski


오직 소수의 뮤추얼펀드 매니저들만이 브루스 버코위츠(그리고 투자자들)와 같은 ‘대박’을 누렸다. 21세기 들어 첫 10년간(2000~2009년) 브루스가 운용했던 FAIRX의 연평균 수익률은 13.2%에 달했다. 이는 S&P 500의 연간 수익률 -1%를 초라하게 만든 것이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브루스를 미국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선정했고, 포춘은 2010년 말 인물 소개에서 그를 ‘마이애미의 최고 영웅’(the Megamind of Miami)이라 명명했다. 그런데 2011년이 닥쳤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시어스 Sears, 그리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이하 BofA) 등 보유 주식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자, FAIRX의 연간 수익률은 32%나 곤두박질쳤다. 고객들이 70억 달러를 환매하자, 54세의 버코위츠는 한물갔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그는 은퇴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를 2배로 늘렸다. 현재 그는 천재 투자가의 위상을 되찾은 듯하다. FAIRX가 거둔 37%의 연간 수익률은 미국 뮤추얼 펀드 중 최상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가 확실히 복귀한 걸까? 버코위츠는 마이애미 자택에서 전화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편집 발췌한 것이다.


작년에 당신은 형편없는 투자 실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럴만했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은 펀드매니저나 기업가가 회사를 1~2년 만에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일을 본 적이 없다.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의 가치를 S&P 500와 비교할 때 장부 가치(book value)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든지 2011년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엇을 예상하고 있었는가?
언젠가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날이 온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날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수십억 달러를 현금으로 보유했지만, 많은 현금을 쌓아놓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현금 보유 덕분에 펀드 환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현금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 때, 나는 다른 보유 종목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2011년은 당신이 예상했던 시나리오보다 더 안 좋았는가?
하락 장세가 분명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거 펀드로 돈이 몰릴 때 내가 놀란 것만큼 돈이 빠져나가는 시장 반응에 놀라지는 않았다. 전부 계산을 해보면, 2009년과 2010년에 54억 달러를 끌어들였고 2011년에 7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돈이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당신 펀드의 40%를 차지하는 AIG의 올해 수익률은 50%에 이른다. 당신이 가능하다고 보는 연간 수익률 20%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허리케인 샌디 지급보험금 때문에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가?
말하기 좀 이르긴 하지만 샌디 보험금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샌디 규모의 허리케인이 10개 정도가 와도 괜찮을 정도로 AIG는 저평가된 상태이다. 전반적으로 AIG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연방준비제도와 미 재무부를 상대하는 것과 새로운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조만간 당신은 상당한 비용 감축 효과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또한 AIG는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한번 발생하면 대규모 보상을 해줘야 하는 보험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보험은 증기롤러 앞에서 동전을 줍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본다. AIG손해보험의 피터 핸콕 Peter Hancock 최고 경영자(CEO)는 100년에 한번씩 일어날 규모의 태풍이 5년에 한 번씩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당신은 펀드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시어스 로벅의 부동산 가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시어스 로벅은 현재 주당 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부상 부동산 가치를 완전히 포함한다면 이 회사의 가치는 주당 160달러 이상은 되어야 정상이다. 최근 거래를 보면 질문 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시어스 로벅은 어떻게 점포를 폐쇄하고도 수억 달러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까? 바로 재고량이다. 재고량의 청산 가치가 주식 가격에 가까워지고 있다. 부동산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시어스 로벅을 소매사업 회복이 아닌 청산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소매사업 회복은 잠재적으로 괜찮아질 것이다. 이와는 상관없이, 시어스 로벅의 점포 폐쇄로 인해 재고와 진행 중인 사업, 그리고 유통 센터 등에 들어가는 현금을 아낄 수 있어 엄청난 현금 흐름이 발생할 것이다. 그들은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오늘날의 자립형 점포는 훗날에는 다용도 호텔 및 거주 가능 소매 센터로 변모할 수 있다. 시어스 지주사 회장인 에디 램퍼트 Eddie Lampert는 장기 투자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대단한 인물이 될 것이다.


당신은 BofA와 채권 보증 전문회사인 MBIA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소송이 언제쯤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법적 문제가 BofA의 상승을 가로막는 유일한 요소이다(MBIA는 BofA의 컨트리와이드 Countrywide 사업부 *역주: BofA가 2008년 주택담보대출업체인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했다가 인수한 악성 주택 대출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BofA를 고소한 상태다). BofA는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한다. 그러나 대주주로서 나는 ‘합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내가 MBIA의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훌훌 털어버리고 나아갈 때다. BofA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모이니헌 Brian Moynihan에게 메일을 보내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BofA는 지금 미국에서 자본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은행이다. 분기마다 50억 달러의 현금을 창출한다. 장부 가치는 주당 20달러지만 주식은 10달러 선에서 거래된다. 그 밖에도 모든 것이 훌륭하다. 모이니헌은 BofA를 고객을 중시하는 웰스 파고 모델로 잘 키우고 있다. BofA는 수조 달러의 예치금을 바탕으로 거대한 시장 장악력을 갖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은행인 셈이다.


당신의 보유 종목(앞 페이지 차트 참조)은 편중되어 있다. 새로운 투자 자금이 들어온다면, 다른 종목을 매수할 의향이 있나?
과연 다른 투자 종목이 있을까? 정말 현재 펀드가 보유한 것보다 더 좋은 종목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BofA의 상승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바로 법적 분쟁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모이니헌에게 메일을 보내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브루스 버코위츠, 페어홀름 펀드 최고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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