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계는 긴밀히 연결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한 경제학자가 새로운 시스템의 5대 요소를 제시한다. by Klaus Schwab

구촌이 됐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제도와 행동은 이런 흐름과 역행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현실-복잡하고, 서로 연결돼 있으며 빠르다-에 직면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 협력과 국제적 해결책이 필수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국제 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첫째,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 기업, 사회 단체 어느 곳도 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계적 문제들은 서로 연관성이 깊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합동 대응(민관협력 등)은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시민 사회의 열정, 목표, 그리고 네트워크가 기업의 자원 및 경험과 결합하게 된다.
둘째,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국제적 아젠다로 다뤄지는 문제들은 상호 연관성이 깊은데, 현 국제 시스템은 너무 세밀하게 구분돼 있다. 가령 교역은 세계무역기구(WTO), 보건은 세계보건기구(WHO), 금융은 세계통화기금(IMF)으로 나뉘어 있다. 또 통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떻게 G20회의와 UN이 최선의 균형을 이룰 것인가, 또 어떻게 비정부기구들과 잘 협력할 것인가 같은 것이다. 우리는 유연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즉, 수직적(hierachies)보다는 수평적(heterarchies)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셋째, 각각의 위기에 대응하기보단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역량은 대부분 예방(proactive)보다 사후대응(reactive)에 집중돼 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눈앞의 위기만 관리하다 보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시대흐름에 뒤처진 모델에 매달리지 말고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넷째, 지속적으로 정당성을 갖춰나가야 한다. 이제 정당성이란 민주적인 원칙에 기반한 의무 이상을 의미한다. 분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우선, 이행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계시민(global citizenship)을 추구해야 한다. 세계가 서로 긴밀히 연결된 상황에서 기후변화 등 진정한 글로벌 과제 해결에 동참하는 것은 각국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준다. 오늘날 우리는 인권헌장(a Charter of Human Rights) 자체도 필요하지만, 이 인권헌장을 지킬 책임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세계가 지구촌이 되면서 우리는 이웃국을 관리하기 위해 제도와 절차의 기능에 의존하고 있다.
위에 제시한 다섯 가지 요소를 새로운 국제 시스템에 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해내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국제적인 치료법이 필요한 심각한 증상에 계속 대증요법만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클라우스 슈왑 Klaus Schwab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창설자이자 최고 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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