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셜커머스 업계의 미래, 위기냐 성장이냐

지난 2월, 소셜커머스 업계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앤드류 메이슨 Andrew Mason 그루폰 창업자 겸 CEO가 수익성 악화로 해임됐다. 국내 회사 티켓몬스터를 인수해 화제가 됐던 리빙소셜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미국 소셜커머스 업계의 불안한 상황을 반영했다.

한국의 소셜커머스 업계는 어떨까?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국내 상위 3개사 모두 지난해 처음으로 월 단위 흑자를 기록한 이후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조차 2013년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소셜커머스 시장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소셜커머스 시장 만큼 승자독식 구조가 강력한 채널은 없습니다. 현재 상위 업체들이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서로가 1등이라 아웅다웅하고 있지만 결국엔 네이버처럼 하나의 기업이 타 업체들을 압도할 겁니다. 그리고 그 기업이 수수료율을 지배할 겁니다. 그때부턴 1등이 지배하는 룰로 완전히 바뀌게 되는 거죠." 박유진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 홍보 이사가 내놓은 업계 전망이다. '3강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다른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과 달리 상당히 자극적이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셜커머스 시장이 들어선 건 2010년의 일이다. 업계에선 티켓몬스터(이하 티몬)가 처음으로 사이트를 오픈한 2010년 5월 10일을 그 시작으로 본다. 티몬은 창립하자마자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 받았고, 이에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구청에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만 하면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티몬의 성공가도와 낮은 진입장벽 덕에 소셜커머스 업체는 한때 700여 개 사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 간 옥석 가리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해 3년 차를 맞은 소셜커머스 시장이 2조 원대 시장 규모를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하는 동안 많은 업체들이 낙오되거나 도태됐다. 현재 시장은 티몬, 쿠팡, 위메프 3강 체제로 굳어져 이들 업체의 거래액이 전체 소셜커머스 거래액의 95%에 이르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위험한 경쟁자들도 있었다.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미국의 그루폰이 국내시장에 진입했고, 거대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차례로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막대한 자금력과 기존 유통채널을 활용하며 승부수를 띄웠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3강 체제가 고착화됐다고는 하나 세 업체 간 '1등 프리미엄'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여전하다. 티몬과 쿠팡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지속적으로 마찰을 일으켜왔다. 한쪽이 어떤 기준을 내놓고 업계 1위라고 주장하면, 다른 한쪽이 기준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식이다. 여기에 최근 위메프가 고속 성장을 보이면서 3사 간 신경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위메프가 티몬을 사이버멍예훼손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위메프 기업 설명에 부정적인 내용의 글이 티몬 본사 IP로 올라온 것이 문제가 됐다. 티몬은 과잉 충성을 보인 직원의 실수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검색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언론기사를 나열한 것인데 형사상 문제로 비화된 것은 유감"이라며 뒤끝을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티몬이 쿠팡을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쿠팡이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사 고객을 쿠팡 홈페이지로 자동 연결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당시 쿠팡은 마케팅 실무진의 실수라며 키워드 광고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던 중 오류가 생긴 것이라 해명했다. 같은 달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2012년 전 세계 IT기업 순위'를 놓고서도 두 기업은 옥신각신했다. 쿠팡의 순위(19위)가 티몬을 인수한 리빙소셜(34위)보다도 더 높았던 것이다. 두 업체 간 직접적인 비교는 아니었지만 쿠팡이 티몬보다 앞섰다는 위기의식이 티몬을 자극했다. 티몬은 발표 다음날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공신력과 평가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순위를 재조정했다. 사업 내용에 대한 사소한 문제 제기부터 고소에 이르기까지, 3사가 벌이는 신경전의 배경에는 '1등 프리미엄'에 대한 시장 주도 심리가 깔려 있다.

강정현 쿠팡 PR 팀장은 말한다. "업계 내에서도 이런 종류의 네거티브한 사건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1등 프리미엄에 대한 이쪽 경쟁이 워낙 치열합니다. 시장이 워낙에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각 사가 주장하는 업계 1위 기준도 제각각이다. 티몬은 1위의 기준이 거래액이나 수수료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품당 평균 매출, 동일 상품에 대한 판매량 등도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두 티몬이 타사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쿠팡은 "각 업체들의 매출액, 거래액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1위 판단 기준으로 트래픽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거래액 등은 현재 소셜커머스의 메타사이트인 다원데이서 집계하고 있으나 옵션가와 취소·환불분 등이 체크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체가 내부 조정을 통해 데이터의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나마 트래픽 정도가 실제 거래액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검증된 지표라고 쿠팡은 주장한다. 물론 트래픽 비교에선 쿠팡이 타 사보다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위메프는 티몬이나 쿠팡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다원데이에서 구매자 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거래액도 티몬, 쿠팡과 격차를 많이 줄였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웬만큼 교통정리가 끝난 상태다. 새로운 업체가 끼어들 여지도 많지 않다. 소셜커머스 업체로 등록하긴 쉽지만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상위 업체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굳어진 현 시점에서 군소업체가 상위사로 도약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최근 등장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틈새시장 위주, 즉 유아 용품이나 남성 전용 상품 등 한 카테고리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원데이맘, 데일리위시 등이 그 예다.

티몬, 쿠팡, 위메프 3사가 소셜커머스 선두업체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의 재무적 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과 위메프는 지난해 5월, 티몬은 6월에 월 단위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다수다. 운영상의 흑자전환인 데다가 외부감사자료를 첨부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흑자폭도 1억~2억 원 수준으로, 수백억 대에 달하는 각 사별 거래액에 비해 기대 이하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위기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이벤트'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3사는 공통적으로 "지속적인 재무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역성장도 없었고 흑자폭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흑자 규모에 집착하기보단 재투자에 힘을 써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오히려 업계에선 외부 투자가 아닌 자체 수입만으로 업체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흑자 규모에 대한 논란은 거래액과 매출액의 차이를 이들 업체가 평소 잘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이들 업체의 매출액은 전체 거래액에 각 업체별 수수료율을 곱한 값이다. 가령 A사의 거래액이 100억 원이고 수수료율이 15%라면 이 업체의 매출액은 15억 원이다. 판 물건의 총액은 100억 원일지라도 판매수수료 15억 원만 업체의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매출액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이들 업계의 특성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거래액과 매출액을 혼동케 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이를 혼동해 '2012년 전 세계 IT기업 순위'를 재조정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가 그동안 투자한 비용의 쓰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이들 업체는 그간 시장점유율과 인지도 확대를 위해 막대한 홍보비용을 쏟아부었다. 업계 내 추산 비용만도 한 업체당 많게는 700억 원에 이른다. 자연스레 재무구조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부분이 홍보에 들어가는 이 비용은 결과적으로 다른 군소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데 기여했다. 그 자체를 효과로 평가하는 업체도 있다. 문제는 '남은 3사가 한국 내수 시장 규모에 적당한가'이다. 독보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치킨게임' 방식의 홍보비를 지출해 왔는데도 여전히 라이벌은 존재한다. 내 실탄은 다 떨어져 가는데 상대방 실탄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도 모른다.

박유진 위메프 홍보 이사는 말한다. "한 고객사가 자사 제품을 소셜커머스업체 두 군데 이상에 올릴 수는 없습니다다. 거래 업체는 당연히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에 상품을 맡기려 할 텐데, 현재 상황에서 한 기업이 치고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차이는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가 작습니다.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이나 유통 전문기업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소셜커머스라는 울타리 내에서 1등이라도 해야 경쟁력이 생기죠. 문제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경쟁한 나머지 너무 지쳐있죠. 서서히 자금 여력이 고갈되는 업체도 나올 겁니다."

반론도 만만찮다. 김소정 티몬 홍보 팀장은 말한다. "2011년이나 2012년에도 소셜커머스 업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우리는 아직까지 건재하고 꾸준히 성장까지 하고 있잖아요. 월 단위로 두 자릿수 성장 중입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월 거래액이 400억 원 미만이었는데 연말에는 800억 원 가까이 됐어요. 물론 거래액 대비 흑자 규모는 작습니다. 소셜커머스 자체가 반값 할인 등 박리다매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으로도 거래액은 놀랍게 성장할 것이며, 그에 따라 흑자 규모도 늘어날 것입니다."

소셜커머스 업계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허위 과장 광고 등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을 때, '소셜커머스는 신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 신뢰 때문에 소셜커머스 업계가 몰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제는 기업 내용의 충실성과 재무적 부실에 대한 의혹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계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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