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의 미래 동력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들어갔다. 이는 세계적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따돌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한발 앞선 행보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이 지닌 의미를 알아본다.
하제헌기자 azzuru@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모터성능 : 100kw(136마력)
최고속도 : 160km/h
제로백 : 12.5초
주행거리 : 594km (1회 충전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를 찾아 투싼ix를 시승할 기회를 가졌다. 차체에 FCEV라고 적힌 것 외에 특이한 점은 없었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버튼을 눌렀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엔진음도 없고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투싼ix FCEV'는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차량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차에 수소를 주입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달리는 차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것을 역이용한 원리다.

투싼ix FCEV를 타고 연구소 주위를 몇 바퀴 돌아봤다. 소음 없이 미끄러지듯 나갔다. 가속력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가속페달에 올린 발에 힘을 주자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동승한 오승찬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 2팀 책임연구원이 말한다. "사실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가상으로 재현한 겁니다. 너무 조용하면 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서입니다. 연료만 수소일 뿐 구동방식은 전기차와 똑같아요. 1회 충전으로 100~150㎞를 갈 수 있는 전기차와 비교하면 장거리 운행에 더 적합하죠.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충전하면 600㎞를 달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블루오션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내에 신개념 운반 설비 등 새로운 생산 공법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공장을 별도로 구축했다. 현대차는 201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1,000대 정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판로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 정부기관과 관공서 등이다. 이미 현대차는 덴마크 코펜하겐시(15대)와 스웨덴 스코네시에(2대) 판매했다.

정몽구 회장은 수소연료전지차를 직접 챙기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시무식에서 정 회장은 임원들로부터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현안을 직접 보고 받았다. 정 회장은 "양산에 차질이 없도록 품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다해 달라"고 주문한 뒤 서울 양재동 본사 1층으로 내려가 전시돼 있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직접 살펴봤다. 정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수소연료전지차를 언급한 것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환경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연합과 미국은 5~7년 내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당 95g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2018년까지 무공해차 의무 판매율을 16%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BMW와 토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주행거리가 긴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차의 대표주자인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장거리 주행에 불리하다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판매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친환경차라고 하면 흔히 전기차를 떠올린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느냐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야 한다. 결국 어디에선가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미래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여러 친환경차 중 궁극적인 차종으로 이야기 되는 이유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물만 배출해내고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수소와 산소는 지구상에 무한대로 존재해 공급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3년 이내에 1,000대 정도 수소연료전지차 상용 모델을 생산한다는 계획은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차가 성공한 수소연료전지 차량 대량생산은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3년 정도 앞선 것이다. 다임러벤츠와 혼다·토요타·GM 등은 2015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잡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소연료전지차를 미래 자동차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스택 개발을 위한 독자 기술력 부족과 양산을 위한 생산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지금까지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가 말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차세대 친환경차 중 주목 받는 차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에 나선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내구성을 쌓아 충분한 실전 테스트를 받았다는 점도 다른 메이커와는 차별화되는 점이죠. 저도 수소연료전지차를 며칠 동안 운행해본 경험이 있어 우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술 축적의 결과

1998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착수한 현대차는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싼타페를 모델로 한 연료전지차를 처음 내놓았다. 2004년에는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미국 전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32대를 시범 운행했다. 국내에서도 2006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모니터링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해 120여개 국내 부품사와 기술개발 협력을 진행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고압 수소 저장 능력이다. 오승찬 연구원이 설명한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350기압 수소 충전에 성공한 데 이어 700기압 압축 수소탱크도 개발했습니다. 핵심부품인 115kw 연료전지스택도 독자 기술로 개발했어요. 국내 부품업체와 협력해 부품의 95% 이상을 국산화했습니다."

이를 통한 생산 유발 효과도 크다. 오 연구원이 이어서 말한다. "2018년에는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차 등에서 8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6,000명의 일자리 추가 창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량은 고부가가치 핵심 산업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물론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겁니다."

물론 수소연료전지차가 안고 있는 단점도 많다. 우선 가격이다. 가솔린차가 2,000만 원대이면 전기차는 5,000만 원대, 연료전지차는 1억 원을 넘어선다. 특히 핵심장치인 연료전지스택의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차 오승찬 연구원이 설명한다. "투싼ix FCEV의 초창기 시험제작 모델의 경우 대당 제작비가 10억 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억5,000만 원까지 내려갔습니다. 2~3가지 주요부품을 국산화하면 제작원가를 5,000만 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안전성이다. 수소탱크의 안전도는 매우 중요하다. 충돌 사고에서도 안전한 탱크 구조를 만들고 충전 시스템을 간편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김필수 교수가 말한다. "자동차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런 부정적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죠."

셋째는 충전 인프라이다. 현재 국내에 수소충전소는 13기가 운영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각 국가별로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선점을 위한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 전략을 운영 중이다. 독일은 2015년까지 100기 수준의 충전소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68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소 충전소 설치는 간단한 부분이 아니다.

일반 주유소나 LPG 충전소와는 개념이 다른 만큼 안전하게 요소 요소에 수소 충전소가 필요하다. 오승찬 연구원이 설명한다. "물론 한 번 충전에 거의 60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전기차와 조금 다릅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이 가능해요.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정부지원과 에너지업체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차량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 비상용 발전기를 통해 정전에 대비한 전기에너지원으로 쓸 수도 있다. 연료전지 자체가 배터리가 아닌 소형 발전기인 만큼 오지나 각 가정에서는 물론 정규 에너지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수소연료전지차는 다른 어떠한 모델에 비해 많은 장점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발 앞선 현대차

전기모터와 수소연료전지는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 이후 차세대 자동차 동력원으로서 가장 큰 맞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상용화 속도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과 결합한 하이브리드카 형태로 이미 상당 부분 양산차 시장을 파고들고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도 점차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아직 시범운영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전기차 핵심 기술인 배터리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되면서 끊임없이 발전되고 있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 기술은 연구소 내에만 머물러 있다.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수소연료전지차보다 전기차가 차세대 자동차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업계 일부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기득권 유지'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고 있다. 내연기관이 '배터리-모터'로 교체될 경우 자동차 산업과 이종 산업과의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지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시대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반갑진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 전기차 시장이 열린다면 기존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타 업종까지 모든 기업들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셈이 되죠."

전기차의 핵심 기술은 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 즉 배터리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동력성능과 연비를 좌우하는 게 배터리 기술력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협소한 실내공간이나, 배터리 용량 제한에 따른 잦은 충전 등 한계 극복도 배터리 기술력에 의해 좌우된다.

김필수 교수가 말한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 기술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갖고 있었지만, 배터리 기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만 해도 삼성과 LG, SK의 화학 계열사들이 갖고 있죠. 현대·기아차도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는 LG화학으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요. 자동차 업체가 뒤늦게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다 해도 승산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배터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장치산업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전문 배터리 기업의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IT, 산업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일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 물량만 보고 배터리 사업에 뛰어 들어봐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결국,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해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떠오를 경우 산업의 주도권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배터리 업체가 쥐게 된다. 자동차업체 관계자가 설명한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 제조사들도 대응은 해야 하니 준비는 하고 있지만, 굳이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어요. 엔진을 기반으로 쥐고 있던 주도권을 잃게 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껍데기만 만드는 역할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계속 내연기관만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전기차 시대로 전환돼 주도권을 놓치는 상황을 방관할 수도 없으니,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의 대안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가 말한다.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처럼 응용 범위가 넓은 기술이 아닙니다. 디젤이나 가솔린과 같이 자동차 동력기관으로 특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즉,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 공급용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수소연료전지차 내에도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전기차와 동일한 시스템이 탑재된다. 하지만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로서의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할 뿐, 전체 성능을 좌우하는 기술은 수소연료전지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에 비해 상용화가 좀 늦었을 뿐 성능 측면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좀 더 근접해 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기차에 비해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월등히 길다는 점이다. 전기차인 기아차 레이 EV의 주행가능거리가 91km에 불과한 반면 투싼 ix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충전으로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가능거리가 길다는 것은 운전자에게 충전의 번거로움을 덜어줌은 물론,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도 상대적인 여유를 준다. 충전거리가 짧은 전기차는 그만큼 충전소도 촘촘하게 설치돼야 운용이 가능하지만, 충전거리가 긴 수소연료전지차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충전소로도 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은 미래 친환경차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내실을 강화하려는 현대차로선 미래 경쟁력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대차가 한발 앞선 건 분명해 보인다.


"현대차는 2015년까지 수소연료 전지차를 1,000대 정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은 미래 친환경차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소연료 전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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