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몰려 온다!

중국 관광객들은 이제 새로운 큰손들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들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by Mina Kimes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도로 중간에 이르자 탱거 아웃렛 몰 Tanger outlet mall이 멀리서 나타났다. 높이 솟은 간판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손짓하는 듯했다. 필자와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흥분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필자는 중국인 관광객 52명과 동승하고 있었다. 대부분 상하이에서 온 고령의 퇴직자들이었고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그러나 버스가 아웃렛 몰의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창문에 바짝 기대서 큰 소리로 친숙한 상표들을 불러댔다. "폴로 Polo! 타미(타미 힐피거 Tommy Hilfiger)! 리복 Reebok!"

우리는 원래 가까운 판다 익스프레스 Panda Express *역주: 중국 음식 체인점에 들러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쇼핑 시간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했다. 야외 몰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시노 코치 Sino Coach, 라이언 익스프레스 Lion Express, 이글 투어스 Eagle Tours 버스들이 밖에 주차돼 있었다. 버스가 멈춰 서자, 승객들이 모두 벌떡 일어났다. 필자는 폴로 랄프 로렌 Polo Ralph Lauren 매장으로 달려 가는 종 다오 Zhong Dao와 디 핑 Di Ping 부부를 따라잡으려고 애썼다.

라이자 미넬리 Liza Minnelli *역주: 미국의 영화배우 겸 가수 같은 짧은 머리를 한 은퇴 교사 종 다오는 도착하자마자 진열대의 폴로 셔츠들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보라 색 셔츠를 한 장 집어 들고는 며느리의 치수가 적힌 종이를 꺼냈다. 그녀는 여행사 직원에게 "이걸 정말 사고 싶었다"고 말했고, 그 직원은 그 말을 내게 통역해주었다. 값을 깎을 수 있냐고 묻자 여행사 직원은 침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66세 동갑내기 부부는 폴로 셔츠를 12장이나 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적은 수였다. 밖에는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쇼핑백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종 다오는 필자에게 그녀와 남편이 미국에 처음 와 본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영화를 통해서만 미국을 접했다면서 "와서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미국 여행은 금지돼 있었다. 그러다가 2007년 미국과 중국이 이 금지조항을 철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그 이후 관광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2008년 49만 3,000명에서 2011년 100만 명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미국 상무부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259%로 급증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중산층에 합류하는 중국인의 수가 늘면서, 여가 여행(leisure travel)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주요 대도시 어디서나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큰손들'로서 일본 여행객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 번 여행할 때 약 6,000달러를 소비한다. 다른 어느 나라 관광객보다 많은 액수다. 이들의 소비가 수출액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미국은 2011년 여행·관광 분야에서 무려 44억 달러의 대중국 흑자를 기록했다. 2006년의 6억 8,700만 달러 적자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관광객 소비 급증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에 훌륭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대중문화, 안전, 대규모 서비스 인력 등 미국의 경제적 장점을 이용하면서 신흥 시장의 성장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인구 중 540만여 명이 여행 및 관광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쉽게 아웃소싱 할 수 없다. 선진국들이 여전히 신흥 시장보다 뛰어난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가 관광업이다. 주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서방 선진국을 여행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 조사에 따르면, 세계 관광업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2000년 이후 17.5%에서 11.2%로 줄어들었다. 중국에서 끌어들이는 관광객의 수는 늘었을지 몰라도, 2011년 730억 달러를 돌파한 중국 관광 소비에선 극히 일부분만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2011년 세계 1위 여행지 프랑스를 더 많이 방문했다. 미국을 찾는 외국인들 상당수는 엄격한 보안 검색 조치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마이애미권 컨벤션·관광국(Greater Miami Convention and Visitors Bureau) 국장 빌 탤버트 Bill Talbert는 "사람들을 오라고 해 놓고 입국하는 데만 두 시간씩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이 새로운 현상에 적응하는 것이 더딘 상황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매니징 디렉터 빈센트 루이 Vincent Lui는 "늘어나는 관광객들에 맞춰 인프라와 상품을 개발하는 선견지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호텔 체인과 고급 브랜드 매출 대부분을 해외 관광객에 의지하는 유럽의 경우, 오래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가져다 주는 혜택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이제야 그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루이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 중에 확실한 승자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회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캘리포니아 주
바스토 Barstow의 아웃렛 몰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이 단체 관광객들을 만났다. 이들은 17일째 여행 중이었다. 이들이 선택한 여행은 약 5,000달러짜리 아메리칸 투어스 인터내셔널 AmericanTours International(ATI)의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까지' 단체 관광 상품이었다. 뉴욕 시에서 출발해 워싱턴, 시카고를 둘러보고 대평원 지역-이 지역에 있는 아이오와 주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젊은 시절 방문한 적이 있어 중국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을 가로질러 달렸다. 이들의 여정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세 시간의 쇼핑 후, 우리는 버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 운전사는 로이라는 텍사스 출신의 덩치 큰 남자였다. 그는 승객들이 이미 여행가방들로 가득 찬 아래 짐칸에 쇼핑백들을 밀어 넣고 있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필자에게 "이들은 대부분 엔지니어들"이라면서 "매일 아침 짐을 다시 엔지니어링해야(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36세의 사업가 준차오 장 Junchao Zhang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아내 찬웬 Chanwen과 함께 신혼여행 중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까지' 상품은 기간이 워낙 길어서, 한창 일할 나이의 중국인들이 휴가를 받아 참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혼의 신혼부부들은 휴가를 더 오래 받는다고 한다. 필자는 준차오에게 왜 신혼여행지로 미국을 골랐는지 물었다. 그는 "미국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국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다"며 "그 원형을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우리는 한 무리의 오토바이들이 버스 옆을 지나치는 모습을 몇 분 동안 말 없이 지켜봤다. 그들은 앞에 펼쳐진 사막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준차오는 미국인들을 만나면서 다양성-그리고 친절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여기 사람들은 상당히 외향적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길을 잃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면 매우 친절하게 답해줬다."

중국 관광객들은 중국 여행사를 통해 미국 단체 관광 상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중국 여행사들은 '수용사(receptives)'라고 불리는 미국 회사들로부터 이런 상품을 도매로 사들인다. 수용사들은 여행 상품을 기획할 뿐 아니라 여행 일정도 관리한다. 단체 여행객들이 미국 땅에 내리는 순간부터 회사 직원들이 이들을 맞아 안내한다. ATI는 미국에서 가장 큰 수용사 중 하나로,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받고 있다.

수용사들은 특정 고객층을 염두에 두고 단체 관광 상품을 만든다. 일본 관광객들 중에는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열성 팬들이 많아 프린스 에드워드 섬 Prince Edward Island *역주: '빨간 머리 앤'의 무대인 캐나다의 관광지으로 몰려간다. 이에 비해 중국 여행객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선호한다(ATI는 이 소설에 기반한 미국 남부 관광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 일정에는 쇼핑하는 날이 포함돼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라이언 투어스 사장 다니엘 셴 Daniel Shen은 "쇼핑이 중국인들에게 필수 코스"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가족, 자녀, 손자들에게 선물을 사다 주고 싶어한다. 그것도 가족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것으로 사고 싶어한다." 중국은 서구 브랜드에 높은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는 것이 종종 더 싸다.

대부분의 중국 단체 여행객들은 한 번 여행할 때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들른다. ATI의 CEO 노엘 헨첼 Noel Hentschel에 따르면, 이 때문에 어떤 버스들은 도시를 급하게 들렀다 지나가 버린다고 한다. 그녀는 "그렇게 운영되는 여행사 '지하 시장'이 있다"고 전했다. "(여행객들은) 뉴욕에 간다고 생각하는데 여행사들은 맨해튼에는 가지도 않고 외곽의 뉴저지에 내려준다거나 LA 시내 대신 주변의 콤프턴 Compton에 가는 식이다."

그에 비하면 필자가 참가한 단체 관광은 여유로운 산책 같았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옐로스톤과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도 방문했다. 공원들에 대해선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준차오는 "미국에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연적이다. 중국은 너무 상업적이다"라고 평했다. "중국에선 관광지 입구에서부터 상점들이 줄지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언덕 위로 올라가자, 관광 가이드 로저 호 Roger Ho가 사탕을 나눠줬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기압 차를 없애 준다"고 설명하자, 준차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탕을 입에 넣었다. 필자는 그에게 미국에서 놀라웠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뷔페'라고 답했다. "미국에는 먹을 게 정말 많다." 여행객들은 대체로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했지만 스테이크, 비프 수프, 햄버거 등 서구식 식단도 몇 번 먹었다. 준차오 부부는 둘 다 집에 가면 꼭 살을 빼야겠다고 다짐했다.


버스가 로스앤젤레스를 지나는 동안 로저가 운전사 옆에 서서 주변 경관을 설명했다. 물리학 박사 엔지니어 출신인 로저는 1980년대부터 관광업계에서 일했다. 허리에 늘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땅딸막한 체격의 그는 버스가 차들 사이로 서서히 움직이는 동안 마이크를 통해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로저는 중국어를 했지만 중간 중간 영어를 섞어 말했다. 남가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를 지날 땐 "버릇없는 부잣집 애들이 다니는 대학교(University for Spoiled Children)"라고 농담했다. 스테이플스 센터에선 손으로 스테이플러를 찍는 흉내를 했다. 그는 나중에 필자에게 중국 관광객들은 미국 대학과 기업들에 대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며 "손님들이 관심 있어 할 얘기가 어떤 것인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선 개를 산책시킬 때 주인들이 변 처리용 비닐 봉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여행객들이 신기해 했다고 한다.

운전사는 할리우드 대로 Hollywood Boulevard 가까이에 차를 댔다. 로저는 우리가 뒤처지지 않도록 꽃무늬 스카프를 투우사처럼 흔들면서 스타의 거리로 안내했다. 그는 중국에서 유명한 재키 챈(성룡), 아널드 슈워제네거, 마릴린 먼로 등의 이름을 가리켰다. 우리는 자 자 가보르 Zsa Zsa Gabor 옆에 멈춰 서서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는 연습을 했다. 빨리 말하니 약간 중국어처럼 들리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여행지다. 첫 번째는 뉴욕 시로,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 여행객 중 약 40%가 그곳을 찾았다. 뉴욕 시의 홍보를 담당하는 NYC & Co.의 대표 조지 퍼티타 George Fertitta는 2007년 상하이 지사를 세웠다. 퍼티타는 "고기가 어디에서 가장 잘 잡히는지 제대로 알아내고, 그곳에서 고기를 잡는 것이 우리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2009~2011년 동안 뉴욕을 찾은 중국인 수는 거의 세 배로 늘었다.

미국의 각 도시와 주는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정부는 최근 '중국에 대한 준비(China Ready)'라는 여행사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마이애미는 톈진에 있는 한 관광 학교와 협력하고 있다. 국제 박람회에선 미국 각 지방 정부의 관광 부서들이 화려한 부스를 설치하고, 수용사들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라스베이거스는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가수까지 동원한다고 한다).

여행사들은 이런 경쟁이 미국 전체로 보면 불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TI의 헨첼은 "지금 모두가 따로 놀고 있다. 항공사들, 디즈니, 주 정부 모두 각자의 일만 한다"고 비판했다. "국가 차원에서 협동하는 대신 서로 경쟁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가 주도의 관광 담당 부처가 따로 있다. 인도는 '놀라운 인도(Incredible India),' 뉴질랜드는 '순수 100%(100% pure),' 호주는 '호주만 한 곳은 없다(There's nothing like Australia)-이 문구는 예전에 논란이 됐던 '너 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So where the bloody hell are you?)'를 대체한 것이다-를 관광 표어로 내걸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유기적인 관광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전 국가적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임무를 띤 '브랜드 USA'라는 민-관 파트너십 설립 법안에 서명했다(브랜드 USA가 만든 첫 광고가 지난해 해외에서 전파를 탔다). 올 1월 오바마 대통령은 단기 비자 신청자의 80%를 3주 이내에 인터뷰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명령의 효과는 곧 나타났다. 우선 중국에 있는 미국 영사관들이 직원을 충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한때 평균 두 달 가까이 걸리던 비자 인터뷰 대기 기간이 이제는 닷새 정도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에서 비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영사관이 다섯 군데밖에 없다(프랑스는 여섯 군데다). 많은 중국인들이 비자 인터뷰를 위해 수백 마일을 여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세관이다. 관광업계 이익단체인 미국 여행협회(U.S. Travel Association)가 몇 년 전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의 54%가 미국 관세 및 국경 보호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직원들로부터 무례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정부는 '거짓' 조사라고 반박했다). 올해 들어 공항 대기시간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용객이 많은 곳들은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들을 감당하느라 여전히 진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 관광업계의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감안하면, 왜 미국이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여행을 더 편리하게 만들지 않는지 의문이 생긴다.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대한 테러 위협국이라 여기지 않는다. 일각에선 비자 규제를 풀어주면 불법 이민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불법 장기 체류도 늘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가이드 로저에게 관광이 끝난 후에도 중국인들이 미국에 머물려 할 것인지 물었더니 그는 코웃음을 쳤다. "이젠 중국 내 삶이 워낙 좋아져서 미국에 왔다 가도 중국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미국 여행 마지막 날. 우리 그룹은 오전 7시 30분에 모여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Universal Studios Hollywood로 향했다.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의 더운 날씨였지만 80대 초반의 최고령 관광객도 테마공원 안을 활발하게 걸어 다녔다. 먼저 최신 영화 '트랜스포머 Transformers'를 바탕으로 만든 3D 놀이기구를 탔다. 안전벨트를 매자, 모두 동영상 촬영을 위해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전차 투어 가이드는 영어로만 설명했지만, 여행객들은 '조스'에 나온 상어, '킹콩' 같은 유명한 영화 캐릭터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위스테리아 레인 Wisteria Lane을 지날 때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은 중국에서 큰 인기다). 옛날 영화 장면들을 볼 때 가이드는 전차 투어를 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너무 어려서 여기 나오는 영화들을 모른다고 농담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영어를 못한다"고 비웃듯 말했다.

필자는 무안했다. 우리 그룹이 푸대접을 받은 것은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 관광명소와 식당에선 '사람이 너무 많고 기이하다'는 직원들의 불평을 들을 수 있었다. 여행객들의 요청이 무시당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웨이터들은 찬 물이 아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면 곤혹스러워 했다.

BCG의 전문가 루이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인 관광객 열풍에 대비가 안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마이애미의 한 쿠바 식당에 중국어로 된 메뉴가 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호텔, 항공사, 여행사 등 외국 브랜드 가운데 중국인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려고 진짜 애쓰는 곳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매업체들은 이 기회를 더 재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아웃렛 몰 매장들에선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유니온페이 UnionPay 은행 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몰 운영업체 중 하나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 Simon Property Group은 음력 설 축하행사를 벌이기도 한다(라스베이거스 아웃렛 센터는 용춤까지 선보였다). 핸드백 전문업체 코치는 2010년 이후 북경어를 할 줄 아는 판매사원을 100명 넘게 채용했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맨해튼의 대표적인 코치 매장에선 이들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상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코치 글로벌 사장 빅터 루이스 Victor Luis는 일부 아웃렛에 중국 화폐 크기에 맞는 지갑을 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호텔들 역시 중국 여행객들을 유치하는 데 예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A 체류 당시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항 호텔 중 한 곳인 힐튼 LAX에서 묵었다. 이 호텔은 2011년부터 중국어로 환영한다는 뜻을 가진 '환잉'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환잉'으로 지정된 호텔들은 찻주전자와 슬리퍼를 비치하고, 아침 메뉴에 죽을 포함시키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메리어트와 스타우드 호텔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그룹 관광객들은 이런 배려를 좋아했다. 로저가 슬리퍼를 가져 가도 된다고 했을 때 모두가 환호했다. 그러나 22달러짜리 아침 식사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중국인 손님은 그 식당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산타 모니카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버바 검프 슈림프 Bubba Gump Shrimp Co.에서 식사를 했다. 조금 부실해 보이는 세트 메뉴로 하우스 샐러드, 튀긴 생선과 칩이 나왔다. 디저트는 조그만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이었다. 종 다오는 한입 맛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접시를 옆으로 치웠다. 그녀는 내게 "너무 달다"고 말했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종 다오와 디 핑에게 미국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물어봤다. 종 다오는 "미국인들은 매우 솔직하고 근면하고 개방적이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화장실들이 대단히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디 핑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정말 깨끗했다. 센서까지 달려 있었다."

종 다오 부부는 내년에 다시 올 계획이라고 했다. 하와이를 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 중에도 미국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덧붙였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다. 관광객 대부분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오고 있지만, 그건 중국 전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중국에선 찾을 수 없던 것들을 이곳 미국에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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