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적의 칼로 싸워라

업<業>의 개념을 명확히 재정립하라
이명우 지음/ 문학동네/ 1만5,000원

비즈니스의 세계를 흔히 전장(戰場)에 비유하는 이유는 이기는 방법이 매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적이 다르고, 싸우는 장소, 날씨도 수없이 변하는데 과거의 전술이 계속 통할 리 없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적을 제압하는 것)일 뿐, 스스로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경영학의 대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전자에서 24년간 해외영업을 담당한 뒤, 소니코리아·한국코카콜라 사장을 역임한 이명우 교수(현 한양대 경영대 특임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성공 경영의 키워드로 '다름' 또는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다름은 단지 어제와 다른 오늘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싸움의 고수는 상대의 칼을 빼앗아 적을 제압한다는 게 그의 생각. 나와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 이 교수가 말하는 다름의 중요성이다. 비즈니스에서 '적의 칼로 싸운다'는 것은 기존의 전략·환경·상품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남과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경영에서 칭송 받는 모든 미덕의 본질은 결국 '다름'이다. 그는 "창조와 창의란 '기존'과는 다른 것, 차별화란 '남'과 다른 것, 혁신은 '지금까지'와 다른 것"이라고 정의한다. 표현이야 어쨌든, 중요한 것은 '달라야 한다'는 사실. 그가 어떻게 다름을 추구했고 누구의 칼로 싸웠는지 잠시 살펴 보자.

책의 1장은 업(業)의 개념부터 명확히 하라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1990년 저자는 삼성전자 영국법인의 가전영업 담당에서 독일에 위치한 유럽 전역 컴퓨터 판매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다. 마침 유럽을 방문한 이건희 회장이 저자에게 "가전 담당자가 왜 컴퓨터로 왔냐"며 "(이 사람 대신) 외부 전문가를 책임자로 영입하라"고 말했다. 실직 위기에 몰린 그를 살린 건 마지막 진술이었다.

저자는 "가전 영업이 건어물 장사라면 컴퓨터를 파는 건 생선 장사라 생각한다"며 이 회장을 설득했다. 당시 컴퓨터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한국 본사에 주문을 넣고 유럽 현지 대리점에 완제품이 입고될 때까지 최소 12주가 걸렸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시장의 최신 유행 상품은 286에서 386SX, 또 386DX 식으로 개구리 뛰듯 변했다. 아무리 서둘러도 유행 지난 상품이 도착하는 상황이, 흡사 조금만 상해도 팔기 어려운 생선 장사와 같다고 본 것이다. 반면 유행을 덜 타는 가전은 한참 보관하다 팔아도 되는 건어물과 같아 '업'이 전혀 다르다는 게 저자의 논리였다.

취임 초기부터 "업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보인다"고 강조했던 이 회장은 저자의 식견을 인정했고 그 자리에서 책임자 교체 명령을 취소했다. 그 후 저자는 당시 선박 중심의 운송체계를 선박·항공 혼용으로 바꿔 영업 난관에 대처했다고 회상했다.

저자에 따르면 경영진이 회사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미래는 달라진다. 제록스는 '좋은 복사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사무실의 효율을 올리는 것'을 업으로 생각해 사무기기 종합 업체로 성장했다. 소니는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파는 것'을 업으로 삼아 영화, 음악, 게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었다. 자동차의 보편화로 매출이 줄자 업을 '운송수단 판매'에서 '라이프스타일 제공'으로 바꿔 변신에 성공한 할리데이비슨이나 경쟁 탄산음료를 넘어 세상의 모든 음료수를 경쟁상대로 삼아 지금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비탄산음료에서 얻고 있는 코카콜라도 업의 개념을 잘 이해해 성공한 사례다.

시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적기에 파악하는 건 사업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성공에 이르려면 그 변화를 어떻게 이용할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1970년대 한강에 처음 다목적 댐을 만들기로 했을 때, 대다수 건설사들은 공사를 어떻게 따낼지에만 골몰했지만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은 댐 건설 후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어디인지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현대에 의해 탄생한 것이 오늘날 압구정동이다. 1980년 군사정부가 대학생 과외 금지 조치를 내리자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런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이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문교부에 전화를 걸어 '대면 과외 금지는 알겠는데 녹음 과외도 안 되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오늘날 웅진그룹의 모태가 된 교재사업의 출발이었다.

틀에 박힌 개념의 경쟁자와만 싸워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처음 저가항공 사업을 시작한 1971년, 텍사스 주 댈러스와 샌안토니오 간 항공편에 사우스웨스트가 매긴 요금은 15달러였다. 보통 고급 항공권이 100달러, 가장 저렴한 항공편이 62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이었지만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다른 항공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그레이하운드(미국의 고속버스 전문회사)다."사우스웨스트는 비싼 비행기 값 때문에 고생을 감수하고 버스를 이용하던 영세 자영업자와 학생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봤던 것이다. 저자는 "당시 사우스웨스트가 기존 항공사만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면 60달러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했을 것이고 결국 항공사 간 출혈 경쟁으로 업계 전체가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할 때, 정부 규제나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심할 때, 조직의 비전이 바뀔 때 이처럼 경쟁자를 재정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로 소비자의 불만을 기회로 만드는 것도 경영자가 갖춰야 할 능력이다. 지난해 출시된 칸타타 스틱 커피는 100% 아라비카 원두로 만들었음을 강조하며 광고에서도 '증거 있습니까'라는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자칫 단점으로 비칠 수 있는, 잔에 찌꺼기가 남는 특성을 오히려 강점(고급 커피의 증거)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장기 보관과 숙성이 불가능한 가메이 품종의 단점을 오히려 마케팅에 이용해 햇포도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보졸레 누보 역시 비슷한 교훈을 전해 준다.

코닥과 노키아, 소니의 공통점은 한때 1위였으나 지금은 그 자리를 내준 기업들이란 점이다. 저자는 '승자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먼저'보다 '제대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웨덴의 앱솔루트 보드카는 원조 격인 러시아 보드카를 제치고 세계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독창적인 광고도 주효했지만 더 중요했던 건 인기 폭발에도 수질 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늘리지 않은 품질에 대한 고집이었다. 이 교수는 말한다. "비즈니스 전장에서 누가 원조인지는 분명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누가 진짜 원조이든 시장의 승자는 이미 결정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에 소홀한 채, 원조라는 사실에만 얽매인다면 언젠가 일본의 기무치에 대표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고 말이다.


리버스 이노베이션
비제이 고빈다라잔ㆍ크리스 트림블 지음/ 이은경 옮김/ 정혜/ 1만6,000원
혁신 전문가인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이 신흥개발국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역 혁신'이라고 칭한다. 향후 세계 GDP 성장의 3분의 2는 신흥개발국이 차지할 전망이며, 신흥개발국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역혁신을 해야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퀴드 리더십
브래드 스졸로제 지음/ 이주만 옮김/ 유아이북스/ 1만5,500원
싸이는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미국의 닷컴 백만장자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저자는 이제 '리퀴드 리더십'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포한다. 기업이 물과 같이 새로운 시대에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리퀴드 리더십을 받아들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필립 코틀러의 굿워크 전략
필립 코틀러ㆍ데이비드 헤스키엘ㆍ낸시 R. 리 지음/ 김정혜 옮김/ 와이즈베리/ 1만6,000원
코틀러 등 저자들은 기업들이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마케팅인 '코즈 마케팅'(공익연계마케팅)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참여 사업 실행 방법을 설명한다. 기업이 사업목표와 정체성에 맞는 적절한 사회문제를 고르는 법부터 사회참여 사업을 위한 마케팅 및 경영전략 프로그램을 계획ㆍ실행ㆍ평가하기까지 모든 단계별 지침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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