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산 자전거인 ‘3000리호 자전거’가 1952년 첫 출시된 이래 우리나라 자전거 산업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최근엔 첨단 자동차 부품 기술을 사용한 전기자전거까지 등장했다. 국내 자전거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자전거 산업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자전거 시장 상황을 알아봤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인류 최초의 자전거에 대한 정설은 없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의 벽화에서 자전거와 비슷한 형상이 발견돼 자전거의 기원이 2,000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보다 구체적인 자전거 형상으로는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이디어 작품집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 나무 자전거 스케치와 설계도가 있어 이를 자전거의 기원으로 꼽는 이들도 많다. 자전거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1,7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 후반 사이의 일이다.
우리나라엔 개화기에 최초로 들어왔다. 누가, 언제 들여왔느냐에 대해선 각종 기록과 증거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1905년 12월에 제정·실시된 ‘가로관리규칙街路管理規則’에 “야간에 등화 없이 자전거 타는 것을 금한다”라는 조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00년 이후엔 보급이 상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신고된 서울의 자전거 수는 2만9,507대였다. 현재는 자전거를 따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자전거 인구 1,000만 명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자전거 대수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전거 회사는 삼천리자전거로 1944년 ‘경성정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1952년 기아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해 최초의 국산 자전거인 ‘3000리호 자전거’를 생산했다. 1965년엔 국내 최초로 자전거를 수출했으며, 1979년엔 기아자동차로부터 자전거 사업이 분리돼 ‘삼천리자전거공업’이 됐다. ‘삼천리자전거’로 사명이 바뀐 것은 2004년이다.
1965년 삼천리자전거의 미국 첫 수출 이후 해외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전거 산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국내 임금이 상승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상실, 해외수출이 급감했다. 승용차와 오토바이 보급이 늘면서 국내 판매도 저조해져 자전거 산업 전체가 침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전거 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피로를 느낀 이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유행처럼 번진 게 계기가 됐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교수님과 젊은 CEO 등이 심심찮게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등장한 건강 이슈는 레저물로서 자전거의 인기를 높이는 데 도화선 역할을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4대강 자전거길 등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렸고 자전거 타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최근엔 고유가, 친환경 등의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레저 및 스포츠 기능에서 다시 이동수단 기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전거 시장은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참좋은레져 등 세 회사가 과점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해 매출은 삼천리자전거가 1,090억 원, 알톤스포츠가 660억 원, 참좋은레져가 619억 원으로 전체 2,36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올해 자전거 시장 전체 매출이 2,500억 원에서 3,000억 원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세 회사의 과점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참좋은레져가 삼천리자전거의 자회사임을 고려하면 국내시장은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 양강구도다. 알톤스포츠는 1994년 ‘세익 트레이딩’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후, 2001년 알톤스포츠로 사명을 변경했다. 처음부터 중국에 생산공장을 지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타 업체들보다 월등했다. 1990년대 중반 다른 자전거 업체들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알톤스포츠는 성장을 거듭했다. 내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 짧은 시간에 업계 2위로 도약했으며 2010년엔 당시 업계 3위였던 코렉스마저 인수했다. 2012년엔 참좋은레져까지 포함한 삼천리자전거 전체 매출액의 40% 수준까지 격차를 줄였다.
갈수록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체 간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의 화두는 경량화와 전기자전거이다. 사람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는 자전거는 그 무게로 업체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다. 강도가 좋으면서 가벼운 소재로는 티타늄이나 카본 등이 있지만 워낙 고가라 일반 자전거에는 적합하지 않다. 선수용 사이클이나 수천만 원대의 고가 제품들에서만 사용된다. 알톤스포츠는 아예 신소재 개발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6월 포스코와 합작법인 ‘포스알톤’을 설립, 자전거 프레임에 사용되는 신소재 DP780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DP780은 알루미늄처럼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4배 강하다. 완성 자전거 무게도 10kg 정도다. 현재 실용화되어 중국 톈진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전기자전거는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국내 최초로 전기자전거를 개발한 업체는 삼천리자전거이다. 2009년 출시한 ‘에이원’, 2010년 ‘그리니티’, 2012년 ‘24그리니티’, 올해 ‘팬텀’을 출시했다. 알톤스포츠도 2010년 ‘일렉207’ ‘일렉267’을 선보이며 전기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최초로 배터리가 프레임에 내장돼 있는 전기자전거 ‘매그넘’ ‘이스타’ ‘유니크’ 시리즈를 선보여 한층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전기자전거는 지난해 8월 론칭한 ‘만도 풋루스’이다. 만도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국내 최고의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이다. 만도는 2009년부터 전기자전거 사업을 준비했다. 유럽 등에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전기자전거에 자사의 첨단 자동차 부품 기술을 접목했다. 가장 핵심 기술은 자전거의 체인을 없앤 시리즈 하이브리드 시스템 Series Hybrid System이다. 일반 전기자전거의 페달 어시스트 기반 파스(PAS·페달을 밟으면 힘을 감지하여 모터를 구동시켜 주는 방식으로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링을 하되 적은 힘을 들여 주행하는 것) 방식이나 단순한 스로틀(Throttle·오토바이의 가속레버와 같이 핸들 레버를 돌리면 모터의 힘으로 주행이 가능한 것) 방식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기술이다. 풋루스에서는 페달이 자동차의 엑셀레이터와 비슷한 역할로, 사용자의 페달링을 전자식으로 읽어내 자전거의 속도 등을 조절해준다. 알터네이터 Alternator를 통한 자가 발전에도 이용된다. 오르막길 등에서는 자동전자변속기능이나 전자제어장치가 작동해 평지와 동일하게 주행할 수 있다. 나사와 부품 등도 내장화되어 디자인이 세련되고 쉽게 접었다 펼 수 있다.
전기자전거 시장이 주목 받고 있지만 아직은 일반 자전거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지난해 일반 자전거 판매는 18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전기자전거 판매는 1만 대에서 1만3,00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2011년 5,000여 대에 비하면 1년 새 규모가 두 배로 커진 셈이나, 일반 자전거 시장의 0.5% 수준이다. 지난해 6월 배터리 내장형 모델을 내놓은 알톤스포츠가 하반기에만 2,000여 대 이상을 팔았고, 지난해 8월 출시된 풋루스가 현재까지 4,000여 대 정도를 팔아 높은 시장 성장성은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산업은 이제 고급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 첨단산업으로 변했다. 생산·가공 방식에서부터 신소재 개발, 스마트 기능 첨부, 전자제어장치 활용 등 기술적 진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자전거를 ‘사람이 타고 앉아 두 다리의 힘으로 바퀴를 돌려서 가게 된 탈것. 안장에 올라앉아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두 발로 페달을 교대로 밟아 체인으로 바퀴를 돌리게 되어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자전거 전체를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의 미래는 지금까지의 자전거와 크게 다를 수도 있다.
노수민 만도풋루스 SPM사업실 대리는 말한다. “생김새 때문에 자전거의 카테고리에 속하고 있지만, 만도풋루스를 비롯한 앞으로의 전기자전거는 기존의 자전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이동수단 카테고리를 더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