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메이드 유전자 복사기

백열전구의 열을 이용해 DNA를 복제하는 기계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장비는 생물학계의 복사기다. DNA의 유전자 코드를 구성하는 수십억 개의 염기쌍 중 정확한 서열을 찾아내 몇 시간 만에 수십억 개의 복사본을 만들어낸다. 이 정도면 유전자를 해독하거나 서로 이어 붙여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기에 충분한 숫자다. 때문에 법의학, 유전자 검사 등의 분야에서 필수장비로 쓰인다.

이런 전문가용 PCR 장비의 가격은 대당 1만 달러 선이지만 미국 웨일코넬 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러셀 더렛은 PVC 파이프와 150W 전구, 컴퓨터용 송풍팬, 저렴한 마이크로컨트롤러, 그리고 몇 가지 시약만으로 이를 제작했다.

[1] 조립
5개의 PVC 파이프를 쌓아 DNA와 시약이 담긴 약병을 넣을 통을 만든다. 이를 백열전구로 가열하고, 컴퓨터 송풍팬으로 냉각한다.

상단
위쪽은 직경 3인치(7.6㎝), 아래쪽은 직경 4인치(10㎝)의 어댑터를 구해 약병을 넣을 6㎜의 구멍 10여개를 뚫는다. 파이프 위에 어댑터를 끼우고, 파이프 상단부에 사각형 구멍을 내서 컴퓨터 송풍팬을 부착한다.

중단
PVC 커플링 상단에도 사각형 구멍을 내고 글루건으로 송풍팬을 고정시킨다. 커플링의 측면 중앙부 바로 위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죔쇠로 고정된 전구 소켓과 파이프를 고정시킨다.

하단
두 번째 커플링에 아두이노 우노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연결된 전선들이 통과할 구멍을 뚫는다.

[2] 배선
소켓과 송풍팬을 5V 계전기에 연결한 뒤 이들을 아두이노 프로세서에 연결한다. 소켓의 전선 하나를 110V 교류 전원에, 서미스터는 프로세서에 연결한다. 서미스터를 미네랄오일과 물이 들어 있는 병 속에 넣은 다음 병을 어댑터의 구멍으로 넣는다. 이렇게 프로세서에 온도 데이터를 전달, 전구를 온/오프 할 수 있다.

[3]유전자 추출
이 DIY PCR 장치를 이용해 유전자 조작 곡물로 만든 시리얼을 시험하거나 자신의 에이즈 바이러스 저항력을 측정하려면 복제할 유전자를 추출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이에 필요한 시약을 구입할 수 있다.


HOW IT WORKS
PCR 장치는 프라이머, 뉴클레오티드, 효소 Taq 중합효소 등 DNA 복제 시약들이 작용하도록 온도를 주기적으로 바꾼다.


사이클 반복
첫 5분간은 하나의 유전자가 두 개가 된다. 이후 30초마다 복제 유전자의 숫자가 두 배로 뛴다. 복제 사이클이 8번 반복되면 256개, 몇 시간에 걸쳐 30번만 반복되면 100만개 이상의 복제 유전자가 만들어진다.


4MB 30억개에 달하는 인간 게놈을 디지털데이터로 변환해 압축했을 때의 파일 크기.


중합효소연쇄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 특정 DNA 서열을 짧은 시간 내에 수만~수십만 배로 증폭할 수 있는 기법.
서미스터 (thermistor) 온도변화에 따른 전기 저항의 변화가 심한 반도체 소자. 온도센서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프라이머 (primer) DNA 합성의 시작점이 되는 짧은 유전자 서열. PCR 진단이나 DNA 시퀀싱 등을 위해 합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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