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비행 롤러코스터

항공기의 묘기 비행을 완벽 재현한 스릴 만점 ‘윙 코스터’

STORY BY NICOLE DYER


모든 롤러코스터 설계자들의 목표는 기존의 기록을 넘어서는 극한의 공포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공포는 절대로 인체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스위스의 롤러코스터 설계기업 볼린저&마빌라르트(B&M)은 단순히 더 빠르고, 더 높고, 더 복잡한 롤러코스터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무서움과 안락함을 함께 주고자 한다.

이달 미국 오하이오주 샌더스키 지역에서 가동되는 B&M의 최신작 ‘게이트키퍼(Gatekeeper)’도 마찬가지다. 본격 운용되면 세계 최고 지점(50m)에서 의 거꾸로 낙하, 윙 코스터 중 가장 길고 복잡한 코스 등 다수의 기록 경신이 확실시되는데 일반 롤러 코스터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대폭 개선했다.

이 게이트키퍼의 탑승객들은 마치 항공기의 날개 위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묘기 비행을 모방한 1.2㎞의 배배꼬인 코스를 내달리게 된다. 코스 말미에는 철근콘크리트 타워의 좁은 구멍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기도 한다. 난기류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곡예비행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개
강철 가로보가 레일과 연결된 1.8m 길이의 강철 날개를 지지한다. 엔지니어들은 레일 위쪽보다 좌석 아래쪽의 날개를 더 강하게 제작했다. 그래야만 레일에서 발생하는 주파수와 날개가 다르게 진동, 공진에 따른 파손 위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끼
360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들은 대개 두툼한 바(bar)가 어깨 위로 내려와 상체를 고정시키지만 이는 탑승객의 시야와 청각을 방해한다. 반면 게이트키퍼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얇은 조끼로 상체를 고정한다. 탑승객이 붙잡고 지지할 수 있는 안전 바 역시 시야를 가리지 않는 각도로 벌려져 있다.

1 추락하는 날개
탑승이 완료되면 지상 50m 위로 상승한 뒤 거꾸로 뒤집히면서 낙하한다. 전 세계 롤러코스터 중 최고 고도 뒤집기 낙하다. 최초 낙하 고도가 높은 만큼 게이트키퍼는 총 1,270m 구간을 주행하며 6번의 뒤집기 기동을 추가 수행하기에 충분한 운동에너지를 얻는다.

2 이멜만 기동
첫 낙하를 통해 탑승객을 4G의
중력가속도와 107㎞의 속도에 노출시킨 게이트키퍼는 곧바로 이멜만 기동(Immelmann Turn)에 돌입한다. 수직으로 세워진 말굽 모양의 레일을 따라 180도 회전하며 돌아나가는 것. 이때 탑승객에게 전해지는 힘은 항상 척추와 일직선이 되도록 설계돼 충격 최소화가 가능하다.

3 낙타 혹 코스
임멜만 기동의 여세를 몰아 게이트키퍼는 낙타 혹처럼 생긴 32m 높이의 레일 정상에 도달한다. 이 순간 롤러코스터의 상승력과 중력의 하강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탑승객들은 약 2초 동안 무중력을 경험하게 된다.

4 스크류 코스
무중력에 이어 탑승객이 체험하게 될 것은 코르크 따개를 닮은 3차원 공중제비 코스다. 게이트키퍼의 회전중심에서 먼 날개 가장자리의 탑승객이 안쪽 탑승객보다 훨씬 큰 중력가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5 열쇠구멍
탑승객들의 눈에 62톤짜리 철근콘크리트 타워 2개가 들어오는 순간 게이트키퍼가 90도 횡전하며 타워의 구멍을 통과한다. 탑승객 신장 제한인 198㎝의 사람이 팔·다리를 쫙 벌리면 타워와 30㎝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좁은 구멍이다. 탑승객들은 타워와 충돌하는 듯한 무서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Specs
최고 속도 : 시속 108㎞
상하 뒤집힘 : 7회
최고 낙하고도 : 50m
레일 길이 : 1,270m
탑승 인원 : 최대 96명
탑승 시간 : 2분 40초



윙 코스터 (wing coaster) 좌석이 새의 날개처럼 레일의 양쪽에 위치한 롤러코스터. ‘게이트키퍼’를 포함해 전 세계에 5곳 밖에 없다.
공진 (resonance, 共振) 물체의 고유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수의 힘이 외부에서 가해질 공진 (resonance, 共振) 때 진폭이 커지며 에너지가 급증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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