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스트림의 톡 쏘는 부상

SodaStream’s Bubbly Rise

‘DIY 소다 유행’을 이끄는 괴짜 기업
By Michal Lev-Ram


소다스트림의 CEO 대니얼 번바움 Daniel Birnbaum은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 병이나 캔에 담긴 탄산음료를 버리고, 자사 제품-직접 탄산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을 선택하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려는 경영인에겐 귀중한 자질이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가정용품 박람회에서 번바움(50)은 직접 오렌지맛 탄산수를 만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흥을 돋웠다. 그는 “피지 버블렉 Fizzy Bubblech 드실 분”이라고 외쳐댔다(‘버블렉’이 생소한 독자 여러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스라엘 문화를 풍자한 애덤 샌들러 Adam Sandler 주연의 2008년 코미디 영화 ‘조한 You Don‘t Mess With the Zohan’에 등장한 가상의 음료다).

오렌지든 다른 맛이든, 많은 사람들이 버블렉을 즐기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다스트림의 지난해 연매출은 4억 3,600만 달러로 2011년 대비 51%, 5년 전 대비 4배나 늘었다. 미국에서 소매가격 80~200달러에 판매되는 소다스트림의 믹서 크기 탄산수제조기만 있으면 채 1분도 안돼 보통 물을 탄산수로 바꿀 수 있다. 농축액을 섞으면 수십 가지 다른 맛의 탄산음료도 만들 수 있다.

요즘은 어디서나 소다스트림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은 ‘장인 정신이 깃든’ DIY 소다음료를 개발하고, 탄산수제조기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해 술에 탄산을 가미하려 하고 한다(소다스트림이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행동이다). 그러나 ‘나만의 소다 직접 만들기’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소다스트림의 탄산제조기는 100년 이상 전에 발명됐으며, 그동안 주로 유럽 시장에서 다양하게 인기를 누려 왔다. 그러나 여러 소유주를 거치는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이스라엘의 한 사모펀드 회사와 번바움이 경영을 맡게 됐다. 그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히 살펴보겠다.

소다스트림의 시작은 1903년 런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 양조업체 W & A 길비가(家) 집사들이 영국 왕실을 포함한 상류층 고용주들에게 소다수를 만들어줄 수 있는 기계를 개발했다. 초창기 기계는 오늘날의 소다스트림 기계보다 훨씬 덩치가 컸고 28파운드(약 12.7kg)짜리 가스 실린더를 달고 있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소형 가정용 기계가 출시됐다. 소다스트림은 1980년대 유럽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지만, 적당한 기업주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는 캐드베리 슈웹스 Cadbury Schweppes가 주인이었고, 영국의 소비재 기업 레키트 앤드 콜만 Reckitt & Colman도 잠시 이 업체를 인수한 적이 있다.

결국 소다클럽 Soda-Club이라는 이스라엘 기업이 소다스트림을 인수했고, 2007년 사모펀드 회사 포르티시모 캐피털 Fortissimo Capital이 이끄는 인수단에 다시 800만 달러를 받고 매각되었다. 이 기업의 매니징 파트너 유발 코헨 Yuval Cohen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 번바움- 나이키의 이스라엘 지사를 이끈 경험이 있다-에게 연락해 회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번바움은 “처음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곧 사무실들을 폐쇄하고, 무의미하다고 판단된 프로젝트들을 중단함으로써 지출을 수백만 달러 삭감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소다스트림 신제품을 (빨리) 개발하도록 했다. 그 성과물이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매끈한 130달러짜리 모델 ‘퓨어 Pure’다. 또 기존 5개 모델 중 4개를 현대적으로 다시 디자인하고, 새로운 국가들에 진출했다. 번바움이 처음 경영을 맡았을 때만 해도 소다스트림은 겨우 13개 지역에서만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다수 기계 시장의 선두주자로 성장했다(퀴진아트 Cuisinart가 한 기종을 판매하고 있고, 해밀턴 비치 Hamilton Beach가 곧 자체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 결과 브라질과 일본, 프랑스를 비롯해 45개국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실제로 오렌지맛 소다 소비량이 어마어마한데, 전체 가구의 10% 가까이가 소다스트림 제품을 쓰고 있다.


소다스트림과 본사가 있는 이스라엘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반이스라엘 단체들은 주요 공장이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있다는 이유로 소다스트림 불매운동을 추진했다(번바움은 소다스트림이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계 아랍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100만 제곱피트(약 9만 2,905㎡) 규모의 공장을 이스라엘의 네게브 Negev사막에 짓고 있지만, 새 공장이 문을 연 후 서안 지구 공장을 폐쇄할 계획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최근 도이치 뱅크가 발표한 보고서도 ‘이스라엘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위험요소’를 소다스트림의 잠재적 위협 중 한 가지로 꼽았다.

소다스트림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면도기와 면도날’식 고객 유인 마케팅 * 역주: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미래의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마케팅 전략. 프리비 마케팅, 로스 리더(loss leader) 전략, 미끼 마케팅으로도 불린다이다. 소다 기계를 쓰는 소비자들은 1년에 세 번 정도 교체해야 하는 탄산가스 용기와 착향 시럽 등 소다스트림에게 더 높은 매출 총이익을 가져다 주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사야 한다. 특히 착향 시럽은 소다스트림 연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번바움은 현재 전체 가구의 1% 정도에 불과한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슈퍼스타 디자이너 이브 베하 Yves Behar가 만든 신제품 ‘소스 Source’가 가정용품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과 손잡고 소다기계가 내장된 냉장고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유통 계획을 진행 중이다.

번바움은 또 소다스트림 제품들이 상업화된 일반 소다음료들에 비해 건강에 유익하고 더 ‘친환경적’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소다스트림 병들은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유리, 알루미늄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소다스트림 부스는 시카고 가정용품 박람회에서 ‘글로벌 불명예의 장’이라는 전시품을 선보였다. 소다 병과 캔 폐품이 가득 들어 있는 거대한 상자였다. 번바움의 전략 때문에 코카콜라와 펩시코와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양사는 본 기사 인터뷰를 거부했다). 번바움은 계속 음료업계 거물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그가 성공을 위해 콜라나 펩시의 시장 점유율을 많이 잠식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피지 버블렉을 좋아하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소다스트림은 한 가정용품 박람회에서 ‘글로벌 불명예의 장’이라는 전시품을 선보였다. 소다 병과 캔 폐품이 가득 든 거대한 상자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