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목재 칼라MDF 녹색 인테리어 바람 일으킬까

MDF 전문기업 포레스코가 친환경 칼라MDF 개발에 성공해 최근 시판에 나섰다. 과연 포레스코는 인테리어 업계에 녹색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글·사진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흔히 MDF(중밀도 섬유판·Medium Density Fiberboard)는 환경호르몬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포름알데히드를 다량 방출하며 아토피, 비염, 천식과 같은 환경 질환을 일으키는 제품으로 지목되고 있다.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MDF 소재 가구를 아이들 방에 놓기를 꺼린다. 아기 장난감이 MDF로 만들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육아 정보 사이트에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을 뒤바꿀만한 신소재가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MDF 전문회사 포레스코가 최근 친환경 칼라MDF 개발에 성공, 시판에 나섰다. 칼라MDF란 MDF에 색을 입힌 제품이다. 목재 어느 면을 잘라내도 동일한 색상을 띤다. 빨강, 오렌지, 갈색, 노랑, 초록, 파랑, 회색, 검정 등 8가지 색상이 있다. 세계 네 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첫 번째 개발이다. 나무에 색 입히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MDF는 목재의 섬유질을 고온에서 뽑아내 접착제를 섞어 굳힌 소재다. 나무 자체를 균일하게 염색하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접착제에도 동일한 색을 입히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칼라MDF가 갖는 가능성은 대단히 많다. 무엇보다 친환경적 가치가 높다. 일반 MDF는 다소간의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한다. 이는 MDF 제작에 사용된 접착제에서 나오는 것인데, 포레스코는 자체 개발한 접착제를 활용해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대폭 줄였다. 이번에 시판하는 칼라MDF는 친환경 우수 등급인 E0를 받았다.

친환경 국제 등급은 포름알데히드를 얼마나 방출하느냐에 따라 5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방출량이 많은 제품에는 가장 낮은 E2 등급이 매겨지고, 방출량이 적을수록 E1, E0, 슈퍼E0로 올라간다. 방출량이 전혀 없을 경우 NAF(No Added Formaldehyde) 등급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MDF 중 70% 이상이 E1 등급 이하 제품이다.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는 칼라MDF는 E1급이다. 포레스코가 개발한 제품은 E0급으로 한 단계 위에 있다. 포레스코는 친환경 제품임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산업환경연구센터에서 안전성 테스트 검증을 받았고, 영유아용 장난감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획득했다.

사실 E1 등급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친환경 등급으로 분류할 만큼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적은 레벨이다. 그럼에도 MDF가 환경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건 2차 가공 때문이다. MDF는 대개 페인트를 칠하거나 필름지, 무늬목 등을 붙여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 도장제나 접착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DF가 방출한다는 포름알데히드 중 95%가 사실은 이 2차 과정에 사용되는 유해물질로부터 발생한다. 소위 원목 가구라며 팔리는 제품 중 일부도 MDF로 기본 틀을 짜고 바깥 면에만 원목을 붙여 판다. 이 경우도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량의 포름알데히드를 분출하게 된다.

칼라MDF는 2차 가공이 필요하지 않다. 자체 색을 활용해 인테리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 자체로도 환경물질을 적게 분출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추가 가공단계를 없앨 수 있다.

포레스코는 친환경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한 천연 식물성 접착제를 이용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NAF급 MDF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올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제품 개발은 캐나다 플레이크보드 Flakeboard보다 늦었지만, 상용화에는 한 발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NAF급 칼라MDF도 올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포레스코가 국내 MD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시장점유율 10.6%로 업계 5위다(합판보드협회 집계 2012년 하반기 기준). 하지만 1위 동화기업의 점유율이 20.4%인 점을 감안하면 상위 5개사가 비교적 고르게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시장이 정체된 탓에 점유율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은 780억 원, 당기순이익은 10억 원 정도다.

그렇지만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다. 일찌감치 기술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포레스코는 2003년부터 기술경영을 모토로 삼았어요.” 정연원 사장(대표이사)은 말한다. “당시 낙후된 설비를 바꿔야 했는데, 우리는 새로운 설비를 인천시 서구 봉수대로에 위치한 포레스코 생산공장.양적으로 불리는 대신 R&D 시설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했죠.” 가까운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나선 셈이었다.

이후 포레스코는 혁신제품을 연이어 개발하며 업계를 선도해왔다. 2004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폐목재를 이용해 MDF 제작에 성공했고, 2005년에는 초경량 제품을 개발해 인테리어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2007에 친환경 우수 등급 접착제를 개발해 2009년부터 친환경 MDF를 상용화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NAF 접착제와 컬러MDF 개발에 성공했다.

“칼라MDF는 우리가 걸어온 길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R&D를 총괄하는 최상길 생산기술본부장은 말한다.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목재를 기반으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접착제 개발 기술과 같은) 화학합성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죠. 칼라MDF는 이 두 가지 기술을 융·복합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상품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목재를 과학화하는 것입니다.”

당장은 연구결과를 사업성과로 이끌어내는 것이 포레스코의 과제다. 칼라MDF가 기대처럼 시장에서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격과 인지도다. 칼라MDF는 일반 MDF에 비해 4~5배 정도 비싸다. 일반 MDF에 더해지는 2차 가공비 또한 그때그때 다르다. 제품에 따라 칼라MDF로 만드는 비용이 더 적게 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칼라MDF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에선 고가 제품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대신 글로벌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에는 이미 칼라MDF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기존의 칼라MDF 공장이 모두 유럽에 있다. 포르투갈의 발크로멧Valchromat, 독일 토판 Topan, 스페인 피브라칼라 Fibracolor 등이다. 이들 공장에선 모두 E1급 제품이 생산된다.

포레스코는 이들보다 더 높은 환경등급과 낮은 가격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황성식 기획영업본부장은 말한다. “유럽 회사는 접착제 제작 기술이 없어요. 모두 바스프(BASF) 같은 외부 화학업체에서 접착제를 사다가 칼라MDF를 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접착제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단가와 판매가를 모두 낮출 수 있어요.”

환경등급이 높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서구 사회는 한국보다 환경에 대한 기준이 더욱 높다. 미국의 경우 그린빌딩 인증을 받기 위해선 내부 자제를 모두 NAF급으로 써야 한다. 포레스코가 NAF급 MDF 상용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해외 3사가 당장 E0급 이상의 칼라MDF를 개발해 포레스코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협력사인 바스프 등도 E0급의 접착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칼라MDF 제작에 적합하게 변형하기까지는 일정기간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포레스코는 수출선을 확보하기 위해 5월 중 유럽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또 칼라MDF 개발 당시 일조했던 외국인 컨설턴트가 포레스코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컨설턴트는 칼라MDF를 생산하는 3개 회사 중 한 곳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기술개발과 제품 판매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바 있어 포레스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미 인도와 중국 등에서 수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인도에선 한 업체가 “그동안 경쟁사가 유럽 제품을 독점하는 바람에 시장에서 소외됐다”며 포레스코 제품을 독점 공급받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오기도 했다.

국내시장에선 우선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4월 2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건축박람회에도 참가해 제품을 시연한다. 예술가를 섭외해 칼라MDF를 이용한 예술품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올해의 판매목표는 30억 원. 포레스코는 5년 내에 200억 원 규모로 시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칼라MDF가 당장 포레스코의 수익구조를 개선시켜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술 경영에 박차를 가해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연원 사장은 말한다.

“제일모직은 단순한 의류 회사가 아니라 첨단 소재 개발로 특화된 기업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도 같습니다. 포레스코는 더 이상 단순 목재 회사가 아닙니다. 소재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목제의 종류
목재는 크게 천연목(원목)과 가공목으로 나눌 수 있다. 건축에 사용하는 목재는 대부분 일정한 두께와 너비로 재단하는데, 이를 제재목이라 한다. 지름이 굵고 큰 통나무에선 제재목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잘라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지름이 충분히 굵지 않은 나무는 바깥쪽부터 둘레를 따라 일정한 두께로 깎아 들어가 판재를 만든다. 또는 작은 제재목을 모아 붙여 소위 집성목이란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집성목은 접착제를 사용했지만 원목으로 분류된다.

한편 원목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무 조각이 나오는데, 이전에는 대부분 화목으로 썼다. 가공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조각을 접착시켜 커다란 합판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를 파티클보드라 부른다. 그리고 이보다 한층 발전된 제품이 MDF다. 나무조각을 그대로 사용하는 파티클보드와 달리 MDF는 조각을 고온 처리해 섬유질을 뽑아낸다. 그리고 이 섬유질을 모으고 접착시켜 큰 판을 만든다. 파티클보드나 MDF 같은 가공목은 목재업계의 혁신이었다. 목재 생산량을 늘려 목재 산업이 부흥하는 계기를 불러왔다. 버려지던 나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 가치도 컸다. 또 원목보다 휘어짐이나 뒤틀림도 적었다. 하지만 접작제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가 환경적·사회적 문제로 지적 받았다. 최근 친환경 접착제가 개발되면서 MDF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