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해양설비 수주로 세계 최대 조선소 자존심 지킨다

[존경받는 한국 기업 50] 자동차·조선·운송 부문 1위 현대중공업

조선·해양 분야에서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설비 수주에 주력하며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현대중공업이 최근 잇달아 초대형 해양설비 공사 수주에 성공하며,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거침없는 수주 행진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세계적인 오일메이저인 셰브론 Chevron 과 총 19억 달러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3월 말에도 토탈 Total사로부터 총 20억 달러 규모의 해양설비를 수주, 보름 사이에 4조 원이 넘는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을 올렸다. 대한민국 수출 경제를 주도하는 조선산업의 맏형으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셰브론에 제공하는 부유식 설비는 영국 북해 셰틀랜드 Shetland 군도에서 북서쪽으로 175㎞ 떨어진 수심 1.1㎞의 로즈뱅크 Rosebank 해상유전에 2017년 중 설치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설계에서부터 구매, 제작까지 전 공정을 일괄도급방식(EPC)으로 수행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원통형(FPSO), 선박형(FPSO) 및 플랫폼 생산설비 등 북해지역에 투입될 다수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행하며, 극지용 해양설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로즈뱅크 FPSO 공사 역시 세브론 측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술력과 공사수행 능력을 높이 평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해 계약에 이르게 됐다.

3월에는 세계적 오일메이저인 토탈 Total사로부터 총 20억 달러 규모의 해양설비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외 현지법인이 프랑스 토탈 자회사인 토탈콩고 Total Congo 와 서아프리카 콩고에 설치할 FPU(Floating Production Unit, 부유식 원유·가스 생산설비) 1기 및 TLP(Tension Leg Platform, 반잠수식 시추플랫폼) 1기에 대한 발주합의서를 체결했다. 수주금액은 FPU가 약 13억 달러, TLP가 약 7억 달러로 현대중공업은 설계에서부터 구매,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 전 공정을 일괄도 급방식으로 수행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해양사업 부문에서 60억 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현재까지 목표의 85%인 51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려 목표조기 달성이 확실시 된다.

선박 제조 사업에선 5월 세계최대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차이나쉬핑 컨테이너라인(CSCL)과 1만8,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등 총 7억 달러 규모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폭 58.6m, 높이 30.5m로 축구장 4배 크기이며, 20피트 컨테이너 1만 8,400개를 실어 나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5년 세계최초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함으로써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연 바 있으며, 이번 수주로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수주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엔진과 로봇 등의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만5,300마력의 고출력 중형엔진 ‘힘센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힘센엔진은 4월 미국 ABS, 노르웨이 DNV 등 전 세계 9개 선급회사의 성능시험을 통과해 형식승인을 받았다. 기존의 힘센엔진은 지난 2000년 현대중공업이 독자개발한 중형 디젤엔진으로, 이번 개발을 통해 기존 1만3,600마력보다 2배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중형엔진 부문에서 780마력에서 3만5,300마력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따라서 고객이 요구하는 출력량에 따라 맞춤 제작이 가능해져 이 분야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석 현대중공업 상무(중형엔진 설계 담당)는 “이번 개발로 고출력을 요구하는 선박과 발전용 엔진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전력 수요가 늘고 있는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이동이 간편한 휴대용 용접 로봇을 개발, 올 하반기부터 선박 건조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로봇은 크기가 가로 50㎝, 세로 50㎝, 높이 15㎝ 정도로 작고, 무게는 15㎏에 불과해 작업자가 직접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협소한 공간에서도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기존 용접 로봇은 무거운 중량 때문에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는 옮기기 어렵고, 부피가 커서 좁고 복잡한 작업공간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로봇은 팔이 6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이 가능하다. 또 몸체에 부착된 자석을 이용하면, 벽면과 천장에 붙은 상태로도 작업할 수 있어 활용도가 뛰어나다. 조작도 간편해 작업자 한명이 2∼3대의 로봇을 동시에 작동, 관리할 수 있어 기존보다 2~3배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대의 산업용 로봇업체로, 20여 종의 자동차 조립 로봇과 10여 종의 LCD 운반 로봇을 생산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의료용 로봇 개발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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