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가 선택한 갤러리 앱은 이렇게 태어났다

[INTERVIEW] 수잔야 붐카 쿨아이리스 대표

‘쿨아이리스 Cooliris ’는 안드로이드에 기본으로 탑재된 ‘갤러리’앱을 개발한 업체다. 4,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그들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쿨아이리스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이 업체가 지난 해 ‘쿨아이리스’라는 자체 브랜드 앱을 개발한 이유다. 지난달 스타트업 콘퍼런스 ‘BeLaunch 2013’ 참석 차 방한한 수잔야 붐카 Soujanya Bhumkar 쿨아이리스 대표를 만나 그가 지향하는 새로운 미디어 공유 플랫폼에 대해 알아봤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2009년 어느 날 수잔야 붐카 쿨아이리스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창시자인 앤디 루빈 Andy Rubin 구글 수석 부사장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쿨아이리스 기술이 매우 마음에 드는데, 모바일 쪽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까요?” 루빈이 물었다.


당시 쿨아이리스는 데스크톱 플러그인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루빈은 구글에서 제작 중이던 넥서스1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될 사진첩 앱 개발 업체를 물색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이미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앤바이어스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로 부터 15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이끈 쿨아이리스가 포착됐다. 쿨아이리스 입장에서도 루빈의 제안은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붐카 대표는 말한다. “루빈과 구글 덕분에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사업 방향이 자연스럽게 전환됐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실패했죠.”

쿨아이리스는 데스크톱 서비스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모바일 앱 개발에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7월 ‘쿨아이리스’라는 자체 브랜드 앱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iOS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만 우선 공개된 이 앱은 기기 자체에 저장된 사진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플리커 등 다양한 SNS에 흩어져 있는 사용자의 사진들을 자동으로 모아 깔끔하게 정렬해준다. 사용자는 폴더별로 정리된 사진들을 특정 상대와 공유하거나 SNS를 통해 다시 업로드 할 수 있다. 특히 앱 내에서 제공되는 채팅 창은 여러 장의 사진들을 한 번에 업로드 할 수 있게 해준다. 쿨아이리스가 1년 반에 걸쳐 개발한 실시간 공유 기술이 불과 1~2초 안에 모든 사진을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안드로이드 ‘갤러리’앱에서 보여 준 매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된 지 1년도 안돼 4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이 앱을 설치했고, 현재 전 세계 75개국에서 아이패드 앱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루 사용자 수는 940만 명을 넘어섰고, 각 사용자별 월 평균 이용 시간도 58분으로 이베이나 AOL, 위키피디아 등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붐카 대표는 말한다. “이젠 픽셀(pixel·사진)이 새로운 데시벨(decibel·소리)입니다. 음성이 아닌 사진을 활용할 때 비로소 한층 강화된 커뮤니케이션과 교류가 일어납니다. 카카오톡과 라인이 기본 ‘메세지’ 앱을 대체하고, 에버노트가 ‘메모’ 앱, 인스타그램이 ‘카메라’앱을 대체했듯이 쿨아이리스는 기본 ‘사진첩’ 앱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파트너십 통한 글로벌 확장 노려

쿨아이리스는 아직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다. 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그렇듯이, 우선 사용자 규모의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 이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클라이너 퍼킨스나 DAG Ventures, 도코모 캐피탈 등이 이미 2,8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지원한 이유다. “현재 수익보다는 확장(scaling)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B2B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B2C사업을 강화해 좀 더 명확한 수익 모델(monetization)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붐카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올해 후반기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사용자에게 특화된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Freemium) 플랜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의 서비스는 무료로 유지하되, 월 4달러를 추가 지불하는 고객에게는 사용자의 사진들을 하나의 동영상 슬라이드로 묶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한 올 7월까지는 안드로이드용 ‘쿨아이리스’ 앱을 개발해 사용자 수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붐카 대표는 규모 확장을 위해 다른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5월에 발표된 카카오톡과 에버노트의 제휴관계를 주목했다. 두 서비스의 연계로 인해 앞으로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에버노트에 기록물로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역으로 기존에 에버노트에 저장해 두었던 문서도 카카오톡으로 바로 전송이 가능해졌다. 에버노트는 글로벌 가입자 5,000만 명을 보유한 모바일 메모 분야 1위 앱 개발 업체다.

붐카 대표는 말한다. “에버노트와 카카오톡의 제휴는 완벽한 윈-윈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그들과 유사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직원 수는 20명이 채 안됩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업체와의 제휴가 필수적입니다.”

카카오톡을 언급하면서 붐카 대표는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도 함께 설명했다. “한국의 인터넷 연결망과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한국 사용자들은 정말 까다롭죠. 불만이 있으면 바로 의사 표현을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매우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그는 현재 쿨아이리스 사용자가 5번째로 많은 곳이 한국이라며 계속해서 한국 시장을 공략할 의사를 밝혔다.

“쿨아이리스를 통해 개인 미디어와 소셜 커뮤니케이션의 결합이 가능해졌다”는 붐카 대표는 이를 통해 더 높은 사용자 참여도와 교류를 이끌어 내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디어를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젠 픽셀(pixel·사진)이 새로운 데시벨(decibel·소리)입니다.
음성이 아닌 사진을 활용할 때 비로소 한층 강화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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