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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ISSUE] 중진공, 중소·벤처기업 자산거래 중개장터 오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 및 사업전환을 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이전 사업의 유·무형자산 처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 10년간 운영되던 ‘유휴설비 정보포탈’을 폐쇄하고, 거래 품목을 대폭 늘린 ‘중소·벤처기업 자산거래 중개장터(http://joonggomall.or.kr·이하 자산거래 중개장터)’를 오픈했다.
김 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정밀 기계 등은 사용을 멈추는 순간부터 부품 불량이 시작돼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비 가치가 하락한다. 지속적으로 운용을 해야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업장 내에 필요 없는 장비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들이 차지하는 부피 때문에 공간 활용에 있어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자산을 신속히 환전하지 못하면, 다음 사업도 그만큼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

자산거래 중개장터는 회생 기업은 물론 새로 시작하는 기업들에게 설비 비용 부담을 줄여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자산의 특성상 중고 자산을 구입하려 해도 원하는 매물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하지만 이번 자산거래 중개장터 오픈으로 좀 더 빠른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이유로 폐업하는 기업들도 사업 정리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거래 자산의 적정 가격을 산정할 수 있게끔 감정평가전문가의 정보도 같이 제공해 편의를 도왔다.

자산거래 중개장터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그동안 운영하던 ‘유휴설비 정비포탈’ 사이트에 비해 매매 가능한 자산의 종류가 크게 늘어났다.

이경돈 중소기업진흥공단 무역조정·사업전환지원센터 센터장은 말한다. “기존에 운영했던 유휴설비 정비포탈에서는 기계설비와 공장 두 종류만 매매가 가능했습니다. 매매 자산의 종류가 한정되다 보니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원자재와 무형자산 등을 매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이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오랜 기획 끝에 유휴설비 정비포탈을 폐쇄하고 자산거래 중개장터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유휴설비 정비포탈을 개편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잠재적 이용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아예 도메인과 사이트 자체를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유휴설비 정비포탈이 지난해 성사시킨 거래는 1,120건이다. 입찰을 포함한 총 매매 정보 건수는 8,532건이었다. 유휴설비 정비포탈은 2003년 1월 3일 오픈해 올 3월 18일까지 10년 동안 운영됐다.

유휴설비 정비포탈이 자산거래 중개장터의 전신이고 기능 축소 버전임을 생각해보면, 자산거래 중개장터 역시 상당한 역할의 수행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 내용도 기대 이상이다. 사이트 오픈 보름 만인 5월 8일 현재 회원가입 수가 863계정, 누적 방문자 수가 1만3,852명이다. 매매 거래 정보가 2,427건, 입찰 거래 정보가 212건 올라와 총 거래정보는 2,639건 등재됐다. 유휴설비 정보포탈의 지난해 총 거래정보가 8,532건임을 고려하면 자산거래 중개장터의 초반 실적은 놀라울 정도다.

사이트 정식 오픈은 4월 23일이었지만, 유휴설비 정보포탈을 폐쇄한 3월 19일부터 유휴설비 정보포탈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시범운용 중인 자산거래 중개장터로 이동하게 해 기간 공백을 없앴다. 이는 오픈 전에 미리 매물 정보를 모으려 했던 목적도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기업 관련 정보 위주로 사이트를 구성했다. 물론 일반 개인들도 자산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자산거래 중개장터를 기획하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려 모바일 웹페이지를 따로 운영 중이고, SMS 및 이메일 서비스를 운영해 실시간 정보제공을 하고 있다. 유관기관의 자산정보도 제공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등록한 자산 외 기술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발명진흥회, 서울중앙지법 등이 보유한 매각 자산정보도 매물 검색에서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말한다. “원자재와 무형자산의 경우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매물을 확보하려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매물이 많아야 사이트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거래가 활성화됩니다. 결국 양질의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유관기관의 매물 자산정보도 제공하게 됐습니다. 발명 특허 등의 무형자산은 개인도 많이 올리지만 자산 성격상 매칭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한국발명진흥회의 자산정보를 많이 올리는 편입니다. 워낙 보유한 게 많거든요. 같은 이유로 원자재정보망 매물 자산정보도 같이 올리게 됐습니다.”

자산거래 중개장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감정평가전문가의 정보 제공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와 연계해 제공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각 자산 종류별 감정평가 전문가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이용자들 중 대부분은 유·무형자산, 특히 중고품 자산에 대해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자산거래 중개장터에서는 감정평가전문가협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연락처와 메일, 홈페이지 주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감정 비용이 발생할 경우 비용을 신청 개인이나 기업에서 직접 부담해야 한다. 거래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에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산거래의 공간을 마련해 줄 뿐 개개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말한다. “유휴설비 정보포탈을 운영할 때도 10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법적인 책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거래 과정에서의 주의점 설명 등 필요한 장치도 갖췄고요. 감정 비용지원은 안되지만, 대신 2주에 한 번 유명 일간지에 매물 정보를 무료로 실어주는 등의 지원은 있습니다.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신속하고 원활한 자산 정리와 이에 따른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산거래 중개장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감정평가전문가의 정보 제공이다. 감정평가전문가협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공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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