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체계 개선·전력수요 관리로 선진국형 시스템 구축해야”

[INTERVIEW]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취임하자마자 전력수급 비상상황실을 찾았다. 전력 수급 안정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취임식에서도 “한전의 핵심 가치인 안정적 전력수급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한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조환익 사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밀양 송전선 건설이 일부 지역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떤가?
최근 전력 수급 상황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4월에는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됐다. 5월에만 원전 6기가 줄줄이 점검에 들어간다. 봄철 비수기부터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전력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발전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발전력을 정상적으로 수송하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선로 건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지중화는 현재 상황에서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적 합리성,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일부 반대 주민과 반대위에서는 “보상을 원하지 않으며 지중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화의 진전이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9·15 전력대란 이후 매년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2011년 발생한 9·15 순환단전의 원인은 ‘수요 예측의 실패와 공급능력 관리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 보면,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유류 등 타 에너지에서 전기로 전환되는 수요 증가에 있다고 본다. 이미 2010년부터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예측수요보다 실수요가 500만㎾ 이상 상회하면서 수급불안 상황이 발생되었다. 이와 동시에 발전 설비 준공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면서 적기 공급 능력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아직도 수급불안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9·15 이후 한전도 재발방지 개선 사항을 내놨다. 수요예측이나 위기대응시스템 개선, 대국민 예고 및 홍보를 강화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발전소를 계속 건설해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한다면 수급불안은 해소될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설비를 확보했다가 역으로 예측보다 수요가 적을 경우, 불필요한 투자로 국민들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발전용량 자체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크게 보면, 수급 위기의 원인은 경직된 전기요금 결정 구조에 기반한 에너지 과소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에너지의 가격 반응을 중심으로 수요관리를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수급정책이 전환되었다. 앞으로는 수요 예측 오차를 최소화해 신규 발전소 건설 소요를 최소화하고,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력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수급 문제를 대체로 수요관리 측면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 같다. 한전의 입장은 어떤가?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료 인상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억제하는 방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전력수급 문제는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관리가 되어야 할 문제다. 현재 전기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해 전력 사용량을 억제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기요금 조정은 물가 및 국가경제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므로, 단기적인 수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수요관리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은 적정한 예비율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설비 건설도 계속되어야 한다.


전기, 전력 문제가 나오면 일반 국민들은 ‘한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전력거래소와의 역할 분담이나 관계는 어떤가?
‘전기’ 하면 일반 국민들은 한전을 떠올린다. 그러나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한전에서 발전 부문이 자회사로 분리되었고, 계통운영과 전력시장 운영은 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다.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주목할 부분은 수요 예측과 발전기 가동지시 업무인 계통운영 책임이 전력거래소에 있다. 전력거래소는 수급전망에 따라 예비전력 부족시 한전에 ‘수요관리’를 요청하게 된다. 비록 전력거래소와 한전의 역할은 분리되었으나, 수급비상 시에는 한전이 주관해 전력거래소, 발전회사 등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수급대책기구를 가동해 비상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한전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누적 적자 규모가 상당하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그동안 한전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부동산 임대수익 창출 등 다양한 수익원 발굴을 포함한 지속적인 경영효율화를 추진했다. 2013년에는 약 1조 원 수준의 비용 절감을 계획하고 있다.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신기술을 적용해 유지보수를 실시하고 경상비를 줄이는 노력을 들 수 있다.


전력분야 동반성장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한전은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 한전 조달 시장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진입장벽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사전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력기자재 품목을 25% 이상 축소했으며 한전 입찰참가를 위한 중소기업의 납품실적 기준도 대폭 완화하는 등 중소기업의 진입기회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침체된 내수 시장을 넘어 중소기업이 수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 해외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현재 글로벌화된 한전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수출마케팅 지원활동 등을 통해 협력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수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 마케팅, R&D 등 다양한 수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에너지 공기업 최초로 한전의 수출촉진 브랜드인 ‘KEPCO Trusted Partner’ 사용권을 전력분야 우수 중소기업에게 부여해 중소기업의 해외마케팅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최근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14계명을 발표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신속(Speed)하고 개방적(Open)이며 유연한(Soft) 기업문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권위주의가 사라지면 조직 내부의 신뢰와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권위적이고 수직적 소통체계로 효율적 성장을 추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유연한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창의적 역발상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그래서 작년 12월 부임한 이래 창의적 역발상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로 커나가자는 메시지를 회사 내부에 끊임없이 전파하고 있다. 권위주의 타파 14계명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세계에너지총회(WEC)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WEC는 지난해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에너지안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사회적 형평성 ▷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꼽았다.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한국 전력 시장은 원전의 사회적 수용성, 전력공급 및 수요의 불균형, 높은 화석연료 의존성 등의 문제가 있다. 먼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에서 원전은 늘어가는 전력수요에 경제적으로 대응하고, CO₂ 배출이 거의 없어 화석연료의 소비를 억제하는 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에서 보듯 한국에서도 사회적 도전이 거세지고 있어 원전 확대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다음은 늘어가는 전력수요 대비 전력 공급력 부족에 따른 단기적 수급불안이다. 이는 타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 수요가 급증하였고,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계획되어 있던 발전소 건설을 지연·취소한 것 등에 기인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탄소배출 규제 흐름에 견주어 볼 때, 한국은 화석연료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은데다(약 70%), 화석연료의 한계성, 지역별 편중성, 고가격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저탄소 전력시스템으로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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