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창의적인 비즈니스맨으로 꼽히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생전 요가와 명상을 즐겼다고 한다. 요가는 창의성과 정말 관계가 있을까?.
글·사진 차병선 기자 acha@hk.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
삼성테크윈 R&D센터에서 일 하는 김성우(40) 과장. 김 과장은 시큐리티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특수 직종에 근무하고 있다. 작게는 빌딩부터 항만, 공항, 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보안 설비를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밥 먹듯이 빌딩에 잠입하곤 하는데, 김 과장은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보안 설비를 설계해야 한다. CCTV, 출입통제장치, 테러방지 설비, 방호 장치, 도시감시 솔루션 등 관련 분야도 폭 넓다.
업무 성격상 머리를 쓸 일이 많다.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머릿속에 그리고 그에 따른 대책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영화 몇 편을 찍고도 남을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늘 재연되고 있다. 집중력이 높아야 함은 물론 창의성도 필요하다. 영화 감독 저리 가라 할 정도다.
그렇지만 업무 분위기는 대한민국 대부분 기업이 그러하듯 그다지 창의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격무가 연속된다. 또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제안서를 만들 때에는 밤샘근무를 하기 일쑤다. 김 과장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창의성과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을까?
김 과장은 말한다. “술과 회식이죠. 전에는 그랬어요. 퇴근 뒤 늘 회식이었어요. 소주잔을 털고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었죠.” 이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아침에 늘 피곤하고 술배가 나왔다. 두통도 끊이질 않았다. 당시 요가를 가르치던 여자친구가 요가를 권했지만 말로만 약속할 뿐 듣지 않았다. 삶에 지친 탓인지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어긋났다.
그런 김 과장이 요가를 시작한 건 약 3년 전. “운동을 해서 몸을 관리하는 것도 이유였지만, 또 한 가지 전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요.” 요가를 하며 김 과장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몸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어깨가 자주 뭉치고 허리가 아팠다. 장시간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조작한 탓이다. 의자에 앉을 때에도 뒤로 눕듯 기대거나 반대로 앞으로 숙일 때가 많아 척추에 무리가 갔다. 거북이처럼 목을 빼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목 통증과 두통도 수시로 찾아왔다.
요가를 수련한 뒤 서서히 통증이 사라졌다. 신체 밸런스가 좋아지고 자세가 바로잡힌 덕이다. 뱃살이 빠지고 복근이 생겼다. 척추기립근도 강화돼 오랜 시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허리와 목에 가해지던 힘이 사라지니 통증도 사라졌다.
생활습관도 달라졌다. 퇴근 뒤에는 반드시 요가원으로 향한다. 수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회사에선 꼭 정시 퇴근을 한다. 일과를 제때 마치기 위해 업무 시간에 더 집중하고 몰입한다. “집중력도 요가를 하며 더 나아진 것 같다”고 김 과장은 전한다. 술자리가 적어진 만큼 다음 날 피로도 적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요가를 통해 해소된다. 놀라운 건 김 과장 스스로 “창의성도 좋아졌다”고 느낀다는 사실이다.
“전보다 좀 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것들, 놓치고 갔던 것들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요가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찌들어 산다. 회사 업무나 집안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몸에 가해지는 신체적 스트레스도 정신적 피로감을 증가시킨다. 특히 척추나 목에 가해지는 신체적 스트레스는 뇌 효율을 저하시킨다. 두통이 사라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척추를 바로잡아주는 건 일차적으로 척추기립근이다. 척추기립근은 척추뼈를 따라서 길게 세로로 뻗어 있는 근육이다. ‘기립근’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척추를 똑바로 서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척추가 목이나 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아래로 복근이나 허벅지 안쪽 근육까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랫배와 허벅지 안쪽 근육은 척추와 골반을 받쳐주는 기반이다. 여기에 힘이 없으면 골반 아래가 앞으로 밀린다. 골반이 밀리니 척추에 무리가 간다. 등쪽으로 아치를 그려야 할 척추는 반대로 앞쪽으로 구부려진다.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은 자세와 비슷하다. 엉덩이는 앞으로 빠지고 등은 등받이에 기댄다. 이 상태에서 척추기립근은 길게 연장되어 있다. 오래 지속될수록 척추기립근이 지닌 탄력이 사라진다. 마치 늘어진 고무줄처럼 된다. 늘 잡아당겨져 있으니 경직되고 충격에 약하다.
디스크 환자에게 복대를 채우곤 한다. 척추를 세워주는 기립근이 약해졌으니, 복대로 이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오래 찰 경우 복대에 의존하게 돼 척추기립근이 더 약해질 수 있다.
척추기립근과 이를 받쳐주는 하복근, 그리고 내전근이 단단히 받쳐주면 척추 마디 마디에 여유가 생긴다. 마치 여자들이 코르셋을 조인 것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코르셋은 복부를 죄어 허리를 날씬하게 해줄 뿐 아니라 척추 마디마디를 길게 늘려 키가 커 보이도록 만들어준다. 이때 코르셋은 상복부나 척추만 잡아주는 게 아니라, 하복부부터 꽉 잡아준다.
오래전 영국식 코르셋은 늑골 아래 상복부만 죄어 내장을 아래로 밀어내 신체적 질병을 유발하곤 했다. 그러나 프랑스식 코르셋은 살대를 이용해 하복부에 적당한 압박을 주었다. 프랑스인들은 하복부를 받쳐줘야 척추가 바로서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영국 화가 토마스 게인즈버러가 그린 여성을 보면 코르셋을 비교할 수 있다(참고서적: 역사를 바꾼 놀라운 질병들).
내전근과 복근이 강화되면 내장 기관이 들어 있는 공간도 확보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 공간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밀린다. 여성은 자궁이 처진다. 장기가 밀리며 소화능력도 떨어진다. 동양의학에선 오장육부가 사람의 심리와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수긍이 간다. 속 쓰리고 배탈 났을 때, 기분이 좋을 리 없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굳이 오장육부를 논하지 않더라도, 복부와 허벅지 허리를 강화하는 운동이 신체의 불균형을 없애고 뇌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한편 안쪽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면 무릎 통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팔자 걸음을 걷는 사람들은 바깥쪽 허벅지를 주로 쓴다. 무릎 바깥쪽에 하중이 과도하게 쏠린다. 허벅지 안쪽 근육을 강화하면 무릎 바깥쪽에 걸리는 부하도 나눌 수 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은 성적 능력과도 직결된다. 흔히 허리 힘이 좋아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하복부와 허벅지 안쪽 근육도 강해야 한다. 수많은 의사들이 하는 얘기다. 사이클 선수 허벅지나 걸그룹 꿀벅지에 괜히 눈이 가는 게 아니다.
스태미너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내전근을 단련하는 게 정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내전근이 약한 남자는 앉을 때 다리가 벌어지고, 여자는 다리를 꼬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상남자인 양하는 남자는 사실 성적 능력이 별로일 확률이 크다. 샤론 스톤처럼 섹시하게 다리를 꼬고 앉는 여자 역시 보기에만 그럴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