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타임머신

DISPATCHES FROM THE FUTURE
유명 SF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리 엿보는 수십, 수백 년 이후의 인류 생활상

[자아 (自我)] 스코트 린치
작품 : 도둑 공화국 (The Republic of Thieves)
발간 : 2013년 10월

300여 년간 집에서 피클을 만드는 기술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피클병 역시 뚜껑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아이들이 웃으며 식탁 위의 허공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적었다. 그러자 나의 증강현실 디스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켜졌다. 화면에는 과연 누가 구입할까 싶은 피클병 따개에 대한 정보가 띄워져 있었다. 거대한 피클병이 그동안의 복수를 하듯 내 목을 붙잡고 비틀려고 하는, 아이들이 그린 스케치와 함께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아이들이 이번 주에 해야 할 집안일을 적은 메모를 아이들의 증강현실 디스플레이에 업로드 하라고 백본 컴퓨터에 내린 명령이었다. 아이들이 메모를 읽는 동안 나는 피클병을 여는 데 성공했다. 소금물과 겨자 향기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오늘 저녁은 어릴 적부터 먹어온 미국식 가정식이다. 토마토 샐러드, 마늘빵, 프라이드치킨이 식탁에 올랐다. 오이 피클, 오크라, 피망 등 뒷마당의 태양전지 그늘막 옆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도 함께 곁들였다.

식사 시작을 앞두고 백본 컴퓨터가 가족들의 네트워크 연결을 비상연락만 허용하는 에티켓 모드로 전환했다. 이로써 외부 세상과의 접촉은 차단됐다. 하지만 가족들의 디스플레이에는 백본 컴퓨터로부터 전달받은 여러 가지 정보와 데이터들이 계속 떠 있다. 걸음마 때부터 네트워크와 연결된 생활을 하던 우리들에게 네트워크와의 완벽한 단절은 휴식보다는 불안감을 준다. 백본 컴퓨터가 전송하는 무의미한 데이터들에 휩싸인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피클을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2012년 과학자들은 실리콘을 소재로 태양광 발전 섬유의 개발에 성공했다.



[도시] 이안 맥도널드
작품 : 나의 적이 되어줘 (Be My Enemy)
발간 : 2012년

유령들이 도착한 것은 2014년이었다. 하콘 이브볼센이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루너스 게이트 인근 커피전문점 앞에서 아내인 알레스에게 첫 키스를 한 뒤 그 사진을 ‘티시스(Thissis)’에 업로드 했을 때 말이다.

티시스는 도로를 개개인의 역사책으로 만들어주는 증강현실 앱이다. 개발된 지 1년 만에 전 세계 모든 도시의 모든 건물마다 사랑과 미움,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 게시글, 댓글들이 넘쳐났다. 초기에는 증강현실 안경, 지금은 뇌신경 이식 장치를 통해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수백 년이 흐르면서 서기 2298년 현재, 모든 도로와 건물에는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삶이 쌓여있다. 하콘의 키스처럼 순간적인 것부터 한 사람의 일생 전체가 담겨있기도 하다. 물론 그동안 건물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리모델링되거나 홍수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어쩔 때는 동네 전체가 그렇게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유령들, 즉 사람들이 남겨 놓은 삶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어느 거리를 걸어도 ‘내가 여기서 살았어’라고 속삭이는 유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수만명의 사람들, 수만명의 사랑 얘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3년 2월 시력 회복 목적의 이식수술용 인공 망막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직업] 낸시 크레스
작품 : 가을 후에, 가을 전에, 가을에 (After the fall, Before the fall, During the fall)
발간 : 2012년

새벽 5시 모니터의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뉴욕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탈염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로봇들은 고칠 수 없는 문제였고, 나도 원격으로는 고칠 수 없었다. 결국 잠이 덜 깬 몸으로 자기부상열차에 올랐다. 언제나 도착시간을 정확히 약속하지만 절대로 그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한 적이 없는 인공지능 기관사를 욕하면서.

사람들이 붐비는 열차는 최첨단 수상 부유식 건물이 들어선 맨해튼의 해안을 지나갔다. 주3일 근무제 시행으로 모든 시민이 풍부한 여가시간을 갖게 되면서 이제는 레저 관련 업종이 전체 직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3일 근무가 아니면 직원 채용도 어렵다.

내 할아버지는 ‘동등 연봉법’을 정말 싫어했다. 이 법에 따라 최고 경영자나 소행성에서 자원을 캐는 광부나 누구든 동일한 금액의 연봉을 받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할아버지께 이런 얘기를 자주 드렸다.

“혁명이 일어나서 더 좋지 않나요? 우리가 경제구조 재편이나 인구 성장 억제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이 유일한 해법 아닌가요?” 할아버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잘 돌아갔다. 어쨌든 문제가 일어난 탈염 시설은 100% 로봇에 의해 운용된다. 운영로봇, 청소로봇, 수리로봇, 경비로봇. 이들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원자단위로 제작됐다. 나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시설에 들어가는 인간이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찾아내서 고친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암시장에 들렸다. 딸아이에게 유전자조작 펍캣(pupcat)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불법인줄은 알지만 정말 귀여웠다. 펍캣이 소리를 지르면 내장 소프트웨어가 그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통역해준다. 월급의 4분의 1을 투자했지만 딸아이가 좋아할 생각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돈 버는 이유가 다 이런 것 아닌가.

인구통계학자 제임스 바우펠은 정년을 80세로 높이는 대신 주 25시간만 근무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직업] 이안 트레길리스
작품 : 필요악 (Necessary Evil)
발간 : 2013년 4월

‘나노기술 환경 복원 공학(NERE)’ 혁명에 동참하라! 깨끗한 물은 지구 거주민과 소행성 식민지 거주자, 외계행성 탐사대원 등 모든 인간들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물질이다. 하지만 그 공급량은 무한하지 않다. 지구는 물론 화성, 세레스, 타우 세티3에서도 마찬가지다. NERE를 통해 자원의 획득과 관리에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 같은 물 문제가 완화되고 있다. 2145년 이래 NERE 기술로 태양계 안팎에서 정화된 물이 38억ℓ에 달한다.

NERE의 힘은 유연성. 나노봇을 활용해 자연 분수계나 분수계로 유입되는 물줄기, 그리고 자연을 모방해 분자단위로 생성한 인공 생명유지 생태계의 수자원을 깨끗이 정화할 수 있다. 특히 NERE 전문가들은 직면한 문제에 최적화된 해법을 제시한다. 일례로 특정 물질에 의해 환경이 오염됐다면 그에 맞춰 나노봇을 설계하고, 적용방식을 감독한다. 정화가 완료된 뒤에는 나노봇이 확실히 작동중지됐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작업은 문제유발 가능성이 있는 상호작용을 예측해 제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예측모델이 필요하다. 때문에 NERE 기술은 항상 가장 진보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지난 30년간 인공지능 분야가 20% 이상 발전했는데 NERE와 관련한 어플리케이션들이 기술혁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타우 세티(Tau Ceti)’는 지구에서 11광년 떨어진 태양과 유사한 항성으로 최대 5개의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직업] 칼 슈뢰더
작품 : 발맞춰 걷기 (Lockstep)
발간 : 2014년

구직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은 정말 좋은 일자리가 많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오늘의 구인정보를 확인하세요. 2030년 6월 10일.

■ 쓰레기 디자이너 : 인턴 쓰레기 디자이너가 돼서 산업 폐기물을 다른 산업에 유용한 원재료로 변환해 판매하는 일을 배우세요.
■ 생태계 복원 전문가 : 식량 대부분이 수직농장에서 생산되면서 예전의 농경지를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생태계 복원 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북미 지역 생태환경을 콜럼버스 발견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 역사학자 : 슈퍼컴퓨터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 정부나 기업의 정책적 결정이 몰고 올 사회적 결과를 예측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재택근무여서 지원자가 많습니다.
■ 클론 카운슬러 : 온라인으로 각 고객의 제품구입 성향, 사회활동, 여타 행동 데이터들을 찾아
내 분석함으로써 미래의 직업이나 진로를 상담해주는 업무.
■ 제품 혁신가 : 가상현실 공간에서 시제품들의 자연 도태 실험을 수행해 제조효율과 매력, 비용을 최적화해주는 전문가.
■ 예절 마이스터 : 사회가 국제화되면서 낮선 사람을 대할 때 예절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면서 대인관계 예절 전문가의 입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래 유망 직업에 남들보다 빨리 뛰어드세요.

세계 최고 연산속도 슈퍼컴퓨터인 ‘텐허2’는 지구 기후변화 시나리오 같은 자연현상의 모델링이 가능하다.



[우주] 킴 스탠리 로빈슨
작품 : 2312
발간 : 2012년

태양계 주변을 여행할 때 직면했던 많은 문제들이 소행성을 이용해 해결됐다. 타원형 소행성의 속을 파내서 원통 모양의 빈 공간을 만든 뒤 장축(長軸)을 따라 회전시키면 내부에 중력효과가 발생하는데, 이 빈 공간에 승무원과 승객을 태워서 태양계를 궤도 여행하고 있다. 소행성 자체를 거대한 우주관광선으로 삼은 것이다.

탐승객들은 지구와 같은 중력 환경 하에서 생활하며, 우주방사선 역시 완벽히 차단된다. 또한 소행성은 결코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데다 소형 우주선을 타고 소행성을 쫓아가 옮겨타는 것도 무척 가슴 뛰는 경험이다. 현재 수천 개의 소행성 관광선이 개발됐으며, 지구에서 가져온 동식물을 이용해 각 소행성마다 독창적인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몇몇 소행성은 육상생물보다는 수상생물 중심의 아쿠아리움 생태계를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종종 이 생물종들이 현지 환경에 맞춰 진화하기도 하는데 이런 소행성을 ‘어센션(Ascension)’이라 부른다. 어센션은 찰스 다윈이 탄 비글호가 상륙했던 남태평양의 바위섬으로 다윈이 처음 심은 식물들이 지금도 번성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브라질의 동식물들로 이뤄진 게너(Wegener) 소행성이 바로 어센션이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멋진 곳이다.

태양계 내에서만 지금껏 직경 1㎞ 이상의 소행성이 2,467개나 발견됐다.



[우주] 엘리자베스 베어
작품 : 깨어진 기둥 (Shattered Pillars)
발간 : 2013년 3월

나는 우주탐사선 ‘칼파나 촐라(Kalpana Chawla)’와 탐사선의 동력공급용 태양에너지 돛 사이에 잠시 멈춰 서서 눈앞의 우주를 감상했다. 손상된 돛을 수리하고 난 뒤였다. 돛 수리는 대개 무인기가 처리하지만 오늘처럼 사람의 손으로 고치는 것이 더 쉽고, 깔끔할 때도 있다.

우주유영을 통해 칼파나 촐라로 들어가 우주복을 벗자 우주 특유의 냄새가 났다. 유영 중에는 완전히 밀폐된 우주복 때문에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우주복을 벗으면 우주복 표면에 묻어있던 우주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연구실, 기계실, 식당, 에어록(air lock) 등 칼파나 촐라의 거의 모든 곳에서 이 냄새가 난다. 과거의 우주비행사들은 이를 스테이크 냄새 같다고 표현했지만 뜨거운 금속성 냄새라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나는 우주복을 벗어 옷장에 넣었다. 옷장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내 DNA다. 굳이 옷장을 잠가놓는 건 도난보다는 훼손을 막기 위함이다. 우주복은 각 승무원의 임무에 따라 생체공학적으로 맞춤제작 됐는데 내 우주복에는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꼬리와 4개의 손이 달려있다.

그나저나 언젠가부터 칼파나 촐라에서 태어난 젊은 승무원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탐사에 반감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지구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신들의 생애 안에는 결코 도착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몇 세대에 걸쳐 무작정 우주를 가로질러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나도 인류의 생존을 위해 물을 찾으려는 이 끝없는 여행에 지쳐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르면 2014년 1,200㎡ 면적의 솔라 세일(solar sail)을 발사한다. 이는 지금껏 발사된 가장 큰 솔라 세일보다 7배나 크다.



[도시] 캐슬린 앤 구난
작품 : 함께 하는 꿈 (This Shared Dream)
발간 : 2011년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발코니에 나오니 수련꽃 잎사귀를 닮은 아파트들이 보였다. 이들 사이에는 자동차와 행인의 통행로, 수도·전기·통신망들이 생명력 넘치는 숲속의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다양성을 갖춘 활기찬 공동체는 여러 관점에서 스스로 상호작용하며 번성한다. 이들 공동체가 가진 예술과 과학, 첨단기술은 가히 신선한 전율을 일으킬 정도다.

내 이름은 알리마. 아카디(Arcady) 시의 생체 건축학자다. 나노기술로 탄생시킨 씨앗 하나에서 자라난 이 도시는 이제 25만명을 수용하는 인공 거주지가 됐다.

어느덧 오전 7시 30분. 일하러 갈 시간이다. 나는 나와 도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주는 IMP(interface modulating profile) 팔찌부터 착용했다. 모든 아카디 시민들은 몸속에 나노입자를 주입받았다. 이 나노입자들은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기억력을 높여주며, 다양한 정보를 IMP에 전달해준다. 그리고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개인의 본성까지 바꿔준다. 나의 경우 후각, 청각, 시각, 미각, 촉각을 통합하는 공감각 능력이 강화되며 디자인 역량이 크게 확장됐다.

출근복은 3D프린터로 날개가 달린 생체공학 바디 슈트를 인쇄해 착용했다. 가볍기 그지없는 이 슈트는 피부처럼 내 몸에 꼭 맞았고, 생각만으로 날개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오늘의 일터는 새로운 상업지구가 들어설 북동쪽 임야지대. 바위산과 강, 강한 바람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곧 석쇠로 구워서 향신료를 뿌린 음식 냄새와 길거리 음악가들의 보사노바 음악이 그 위에 겹쳐진다. 나는 장갑을 낀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서 이를 포함해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공감각 콘셉트를 저장할 수 있다. 향후 아카디를 수학적으로 개념화한 씨앗 속에 이 콘셉트를 합성해 지역공동체에 보여주면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팀은 무선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주] 제임스 코리
작품 : 지옥의 문 (Abaddon’s Gate)
발간 : 2013년 6월

유인 달착륙을 위한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전자·추진체계를 통합해 당시의 기술로도 유인로켓의 이륙이 가능할 만큼 경량화를 실현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우주비행사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생물학적 문제는 관심 밖이었다. 좁디좁은 공간에 앉아 무중력 공간을 비행하는 것이 인체에 너무 큰 위해를 가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었다.

이후 로켓, 컴퓨터, 소재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한층 손쉽게 우주로 나갈 수 있게 됐지만 오래지 않아 또 다른 난제에 부딪쳤다. 어떻게 우주에서 장기간 살아갈 수 있는지가 그것이다.

장거리 우주탐사나 지속가능한 우주 거주지를 구축하려면 가장 먼저 암을 치료해야 한다. 우주에는 인체 세포를 사멸시키는 엄청난 우주방사선과 고에너지 입자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라면 자기장이 방패가 되어주지만 우주에서는 이들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우주공간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선 생명공학, 특히 유전자 치료 기술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은하의 우주 방사선은 양성자와 헬륨 원자핵이 주성분이다.



[도시] 반다나 싱
작품 : 다른 반쪽의 하늘 (The Other Half of the Sky)
발간 : 2013년 4월

보행자용 도로가 사람들로 붐빈다. 넓은 차로에는 몇 대의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내달리고 있다. 로봇자동차는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들의 단골 이동수단이다.

도로 주변에는 강화된 아도비 소재의 두터운 벽을 가진 20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점토가 지닌 통풍력과 외벽을 둘러싼 수직정원, 그리고 옥상정원의 냉각능력에 힘입어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 이곳의 엘리베이터들은 식당들의 맛있는 냄새와 극장 밖으로 새어나오는 영화 소리를 지나 재스민 향기가 가득한 옥상정원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나는 주민들이 옥상정원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것을 보며 하늘을 나는 스카이카(Skycar)에 올랐다. 도시 상공을 비행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공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태양에너지 발전소가 보였다. 도시민들의 먹거리는 교외 지역에 건설된 27개의 수직 농장에서 공급한다. 이들 덕분에 도시 외곽의 황무지가 거대한 빌딩형 농장으로 변했으며, 농장들은 인근에 인공습지를 조성해 천연 하수처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의 모든 것이 센서 웹에 연결돼 있어 에너지나 작물 생산 관련데이터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나무들이 흡수한 이산화탄소의 양, 숲에 살고 있는 원숭이의 숫자까지 알 수 있다.

올해 미국 시카고 인근에 대규모 수직 농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 popularscience.com/scifi2013에 접속하면 여기에 소개된 SF 작가들의 최신 작품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크라 (okra) 고추와 비슷하게 생긴 아욱과의 채소
세레스 (Ceres) 태양계에서 발견된 최초의 소행성.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으며 직경이 950㎞에 달한다.
분수계 (watershed) 각 하천의 유역이 접한 경계.
수직농장 (Vertical farm) 토지가 아닌 고층빌딩의 각 층에서 수경재배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신개념 농경 방식.
대체 역사 (alternative history) 특정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생길 일들을 예측하여 풀어나가는 가상의 역사.
아도비 (adobe) 점토의 일종. 짚과 섞어 벽돌을 만드는 데 쓰인다.
센서 웹 (sensor web) 환경 모니터링에 최적화된 센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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