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착륙 무한 비행 항공기

하늘을 뒤흔들 항공기술 혁신 아이디어 3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레일리는 1883년 펠리컨의 비행원리를 연구한 끝에 펠리컨이 날갯짓 없이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의 속도 차이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임을 알아냈다. 그는 ‘급상승 역학(dynamic soaring)’이라 불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항공기도 연료를 전혀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수주일, 혹은 수개월 동안, 심지어 수년 동안이라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급진적 개념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이후 수십 년간 조금씩 연구가 계속되면서 무선조종 글라이더의 비행시간 향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2006년 미 공군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2인승 ‘L-23 슈퍼 블라닉’ 글라이더를 개조, 급상승 역학 기술로 비행에 성공하며 대형 항공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재 미국 리하이대학 조아킴 그리니스테트 박사팀은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자금지원을 받아 이런 급상승 역학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다. 6,000m 상공, 최대시속 320㎞의 제트기류를 타고 무한 비행이 가능한 대형 무인기 ‘제트스트리머(JetStreamer)’를 개발 중에 있는 것. 최근 탄소섬유 복합재로 길이 6.4m의 주날개를 완성했는데 급상승 역학은 날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시속 480㎞의 속도와 20G의 중력가속도를 견디도록 강력하게 설계됐다.

향후 이 같은 급상승 역학 항공기는 기상 및 야생동물 관련 데이터의 수집·관측 장비로서 최적의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나 이동통신 중계기로도 메리트가 크다.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필립 리처드슨 박사팀의 경우 제트기류에 힘입어 먼 거리를 신속히 이동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시속 320㎞로 바다를 건너는 신천옹 로봇을 제안한 상태다. 엔진과 연료라는 제약이 사라지면 비행의 개념도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How it works]
저공과 고공의 풍속 차이로 무한 비행 구현

1 글라이더가 상승기류를 이용해 저고도의 정체된 공기를 뚫고 상승한다. 이때 고공 제트기류와 맞바람을 맞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다.
2 정체된 공기와 제트기류의 경계면을 돌파할 때 글라이더는 대지속도를 유지한다. 제트기류 맞바람이 양 날개를 타고 흐르면 대기속도와 양력의 증가가 나타난다.
3 글라이더가 뒷바람을 받도록 선회한 뒤 제트기류가 밀어주는 힘으로 천천히 하강하며 연료 없이 활공한다.
4 정체된 공기층까지 하강한 글라이더는 다시 상승기류를 타고 상승, 앞서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급상승 역학 비행은 저공과 고공의 바람에 풍속차이가 있는 한 영원히 반복될 수 있다.




플라잉 카는 지금 어디에?
PAL-V
PAL-V 원


네덜란드 항공기업 PAL-V가 개발한 2인승 삼륜 플라잉 카 ‘PAL-V 원(PAL-V One)’이 지난해 수차례의 도로주행과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모터사이클과 자이로콥터를 합쳐 놓은 듯한 이 녀석의 최대속도는 지상과 공중 모두에서 시속 180㎞며 최대 운행거리는 지상모드 1,200㎞, 항공모드 500㎞다. 2015년 상용모델이 출시될 예정이고, 가격은 대당 28만5,000달러로 정해졌다.




‘비행선’ 미래 항공기 후보자 제명
비행선 팬들에게 전해줄 나쁜 소식


비행선 개발은 시류를 탄다. 가장 최근에는 2000년대 중반 개발 붐이 있었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면서 새로운 감시·정찰 및 수송용 항공기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펜타곤이 비행선 개발을 적극 지원한 것. 미 해군이 가장 먼저 MZ-3A 비행선을 실험했고, 공군과 육군은 수주일간 비행이 가능한 축구장 크기의 비행선 개발을 목표로 각각 ‘블루 데빌(Blue Devil)’, ‘장기체공복합정찰기(LEMV)’ 프로젝트를 런칭했다.

그런데 전쟁의 열기가 식고,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최근에는 비행선의 부양(浮揚) 가스인 헬륨의 가격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작년 6월 블루 데빌의 예산이 끊겼고, 8개월 뒤 LEMV도 같은 처지가 됐다. MZ-3A의 예산 역시 감축될 것이 확실하다.








무인기의 불편한 진실
민간 무인항공기 산업 성장이 촉발한 살짝 두려운 현실


미국 뉴욕의 팰리세이드 센터 쇼핑몰. 필자는 이곳의 선글라스 가게와 속옷 가게 사이에 있는 아이디어 상품점 브룩스톤에 들렸다. 야간투시 카메라가 부착된 소형 무인항공기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필자의 깐깐한 질문에 마리오라는 이름의 점원이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답하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손끝을 따라 바라보니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쿼드콥터가 있었다. 패럿의 무선조종 무인기 ‘AR. 드론’이었다. 전방과 후방에 각각 한 대의 카메라가 달린 이 무인기는 최대 25m 고도에서 50m 밖의 영상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마리오가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자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무인기가 떠올랐고, 컨트롤러의 스크린에는 수정처럼 선명한 영상이 나타났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동영상 스트리밍도 가능했다.
필자는 지체 없이 신용카드로 299달러를 결제하고 AR.드론을 손에 넣었다. 지난날 취재를 위해 위험천만한 캄보디아에도 가봤고, 이라크 주둔 미군을 동행한 적도 있지만 군용 스타일의 고성능 감시용 무인기 구입을 위해 한 일은 고작 쇼핑몰에 온 것이라는 사실에 실소가 터졌다. 필자는 이 무인기로 이웃의 모습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마리오로부터 돌아온 말은 당혹 그 자체였다.

“제가 아는 한 현행법상 이 무인기를 가지고 일으킬 수 있는 범죄는 사유지 무단침입죄 뿐이에요.”
AR.드론과 같은 민간용 무인기 시장은 앞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작년 미 의회는 2015년부터 미국 상공에서 무인기 통행을 허가하는 내용의 연방항공청(FAA)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법이 발효되면 무인기 소유자들은 비행의 자유를 더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며 무인기 수요도 폭증할 것이 확실하다. 국제무인기시스템협회(AUVSI)의 예측으로는 2017년경 미국 내에서만 연간 11만대의 무인기 시장이 창출된다.

미국의 3대 싱크탱크로 꼽히는 브루킹스연구소의 무인기 전문가 피터 싱어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인터넷이 데스크톱 PC에게 해줬던 일을 법률이 무인기에 해주고 있어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겁니다.”

물론 이런 변화에 저항이나 법적 규제가 없을 리는 없다.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시의회는 한 주민이 자신의 집 상공에 무인기가 무단 비행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후 이웃집 상공에서의 무인기 운용을 규제하는 조례안을 만들었다. 또 오리건 주의회가 무인기를 활용한 무단침입과 스토킹, 사생활 침해 등을 규제하는 법안을 처리 중이며, 텍사스 주의회는 허가 없이 무인기로 사유재산을 촬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행히(?) 필자가 살고 있는 뉴욕주는 아직 이런 규제가 없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개봉하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이 무인기와 무인기의 카메라를 제어하는 앱을 아이폰에 다운로드 받았다.

밖으로 나간 필자는 무인기를 내려놓고 몇 걸음 물러선 뒤 동작 버튼을 눌렀다. 조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도로를 건너면서 전기선과 부딪칠 뻔 했고, 가로수와 충돌할 위기도 수차례 지나쳤다. 이윽고 한 가로수의 나뭇가지를 스치며 간신히 충돌을 피하고 나자 두려운 생각에 강제종료 스위치를 눌렀다. 실수였다. 무인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보도블록에 충돌했다. 프로펠러 하나가 부러졌고, 후방 카메라의 마운트는 반 토막이 났다.

파편을 주워들고 쇼핑몰로 돌아가 마리오를 찾았지만 그는 충돌에 의한 손상은 품질보증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무인기에 매료된 상태였다. 되돌아서기에는 발을 너무 깊이 들여놓았다. 결국 299달러를 내고 AR.드론을 한 대 더 구입했다.

상점을 나오면서 불현듯 쇼핑몰의 중앙 로비라면 바람도 없고, 공간도 넓어 조종 훈련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 뒤 필자는 무인기를 띄우고 각 상점의 쇼윈도를 촬영했다. 속옷 매장의 마네킹을 감상하려는 순간 굳은 표정이 여직원이 나타났다.

“고객님. 여기서 비행기를 날리시면 안돼요.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부상, 그것이야말로 이곳 유명 브랜드 상점의 점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였다. 무인기를 내린 필자는 푸드코트로 장소를 옮겼다. 상점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점원들이 제지할 책임을 느끼지 못하리라 여겼다. 안심하고 무인기를 날리는 순간 샐러드를 먹던 노인 두 명이 놀라서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숙였다. 하지만 쇼핑몰 경비원이 나타날 때까지 한참을 더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조종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터라 집근처에서 다시 무인기를 띄웠다. 주차 티켓을 발급하는 주차요원을 촬영했고, 수갑 찬 범죄인을 기다리며 법원 앞에서 제자리 비행도 해봤다. 그러나 오늘 촬영된 영상을 살펴보니 그나마 볼만한 것은 TV 앞에서 앉아있던 10대들의 모습이었다. 불만스러웠던 필자는 마약장사와 몸을 파는 여인들이 자주 나타나는 동네의 공원으로 가서 무인기를 날렸다. 그들을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으슥한 계단에 모여 있던 청년들이 무인기를 보더니 불안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뉴욕 주의회 루이스 세풀베다 의원이 떠올랐다. 지난 4월 개인이 무인기에 무기를 장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한 인물이다. 그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 쇼핑몰 점원들의 짜증을 제외하면 오늘 필자는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법원 앞을 포함해 온갖 장소에서 자유롭게 무인기를 날렸다. 세풀베다 의원의 우려대로 누군가 무인기에 폭탄을 설치하면 손쉽게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말 레크리에이션용 무인기를 무기로 개조할 수 있을까. 필자는 다음날 동네 상점에서 모형로켓용 뇌관과 화약이 채워진 튜브 3개를 50달러에 구입했다. 공터로 가서 덕트 테이프를 이용해 튜브를 무인기에 부착한 뒤 하늘로 날렸고,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뇌관을 격발시켰다. 예상과 달리 무인기는 미사일처럼 쏘아지지는 않았다. 연기와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비틀거리면서 땅으로 떨어져 숨을 거뒀다.

살짝 실망스러우면서도 두려움이 이는 결과였다. 필자 같은 아마추어조차 의지만 있다면 장난감을 위험한 무기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짓을 했다는 점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아직 남아있는 두 개의 화약 튜브가 떠오르자 마음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화약을 더 많이 넣어 봐야겠군.”

전 세계 군용, 산업용, 레크리에이션용 무인기 시장은 향후 10년 내 89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대지속도 (ground speed) 항공기가 지표면을 기준으로 실제 이동하는 속도.
대기속도 (air speed) 항공기 주변의 공기를 기준으로 항공기가 이동하는 속도.
쿼드콥터 (quad copter) 4개의 로터를 가진 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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