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과감한 투자는 델타의 강점… 아시아 항공 수요 확대에 주목한다"

[INTERVIEW] 제프리 버니어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상무

델타항공은 포춘이 발표한 ‘2013 가장 존경 받는 기업’ 항공사부문 1위 기업이다. 최근 델타항공은 정유사 인수, 버진 애틀랜틱 항공 지분 합작, 뉴욕 JFK 국제공항 전용 터미널 개장 등을 통해 빠르고 폭넓은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 사업운영 총괄 책임자로 선임된 제프리 버니어 상무를 만나 델타항공의 최근 사업전략을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델타의 항공기에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 항공사 부문 1위를 기념하는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서울 태평로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제프리 버니어 Jeffrey S. Bernier 델타항공 상무 이사의 얼굴에는 기업 평판에서 가장 확실한 성적표라 불리는 포춘의 이 랭킹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역력했다. 기자는 먼저 그에게 ‘가장 존경 받는 기업’에 선정된 비결에 대해 물었다. “델타항공이 보여온 지금까지의 노력과 여정이 평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끊임없는 혁신과 활발한 재투자에 대한 평가도 포함됐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어 델타의 혁신 사례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델타항공은 지난 2012년 4월 코노코필립스의 필라델피아 정유공장을 사들였다. 델타항공 리처드 앤더슨 CEO는 당시 “보잉 777기 도입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며 정유공장 인수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말한다. “항공사로는 최초였고 또 쉽게 잡을 수 없는 좋은 기회였죠. 항공사 지출에서 가장 큰 항목이 항공유예요.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정유공장 인수로 델타항공이 수급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죠. 우리는 이를 수직통합을 이뤘다고 표현합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델타의 이런 전략을 고유가에 대비하는 통 큰 해법으로 평가한다. 항공유 수급 관리(항공유 수급 조절이나 항공유 선물 헷지 등)는 항공사 경영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항공사 실적 발표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부분이 유가관리일 정도다. 정유공장 인수 가격은 1억 6,000만 달러였는데, 델타항공은 연간 3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거두고 있으니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필라델피아 정유공장은 앞으로 셰일가스도 처리할 예정이어서 부가적인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니어 상무이사는 설명은 계속됐다. “작년 12월에 버진 애틀랜틱 지분 49%를 인수했습니다.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큰 관문인 뉴욕과 런던 때문이었습니다. 델타항공은 JFK공항이 있는 뉴욕에 델타항공 전용 터미널을 개장했습니다. 그리고 런던 히드로 공항을 허브로 하는 버진 애틀랜틱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유럽시장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델타항공은 지난 5월 JFK국제공항 4터미널을 개장했다. 14억 달러를 들여 3년 만에 완공했는데, 크기는 축구장 20개 규모다. 이곳엔 세계 최초의 실외 공항 테라스 ‘스카이 데크’도 설치되어 있다.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한곳인 델타에게도 14억 달러는 큰돈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돈을 투입할 가치는 있었을까? 버니어 상무는 투자가치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뉴욕은 세계 최대 비즈니스 시장이죠. 뉴욕에서 승리해야 항공업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버니어 상무는 JKF공항은 국제선, 라가디아 공항은 국내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델타항공이 국내외 비즈니스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애틀랜틱과 LA 공항도 리노베이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의 버진애틀랜틱 항공사 지분 인수는 미국과 EU의 항공자유화 협정으로 호기를 맞고 있다. 종전에는 유럽 27개국 항공 노선에 대해 국가간 개별 협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미국 항공사들과 유럽 도시는 서로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운항이 가능해졌다. 또 독점적으로 영국 히드로 공항을 사용하고 있는 4개사(브리티시, 버진애틀랜틱,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항공) 중 1개사와 합작하면서, 델타항공은 ‘알짜 노선’으로 불리는 대서양 횡단 노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버니어 상무는 “고객들에게 비행기뿐만 아니라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도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공항에 재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항-항공사 관계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항공사는 공항공사가 건설한 공항을 이용하고 시설 사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항공사와 공항은 별개다. 하지만 미국은 공항을 건설할 때 항공사들이 직접 참여하고 투자해서 짓고 관리한다. 이번 JFK 국제공항 4터미널에 큰돈을 들여 전용 터미널을 건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델타는 새로운 경영, 마케팅 전략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선 사례뿐 아니라 새로운 기종 도입, 새로운 기내 좌석 개발과 함께 부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에 동참하는 직원들도 경영 전반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어요.”

델타의 이런 혁신과 재투자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투자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버니어 상무이사는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델타의 주가는 지난 1년 반 동안 40% 넘게 상승했어요. 실적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합병의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2008년, 당시 세계 3위 규모의 델타항공사와 6위 규모의 노스웨스트항공이 합병하면서 델타항공사는 세계 최대 항공사가 됐다. 그런데 얼마 전 아메리칸 항공과 US항공이 합병 승인요청을 했다. 정부가 이를 승인할 경우 세계 최대의 항공사라는 지위는 아메리칸 항공사가 가져가게 된다.

최근 항공사 간의 합병과 지분인수가 잦다. 항공 노선 공유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제프리 버니어 상무의 말에 따르면, 델타는 노스웨스트 항공사와2013의 합병 과제(시스템 결합, 노사문제, 경영 안정화 등)를 완수하고 이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지속적인 전략 수행입니다.” 버니어 상무가 말을 이었다. “델타항공은 기본을 가장 훌륭하게 지키는 것을 기업 전략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 교통부 발표에서 델타항공은 온타임 서비스(정시 운항) 1위 항공사에 올랐습니다. 고객 불만은 가장 낮고 수화물 분실률도 가장 낮았죠. 또 수용능력과 시장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삼고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을 지켰더니 수익성이 높아지고 성장의 기회도 찾아왔어요.”

최근 EU가 유럽국가 이외의 항공사들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중국 등 주요국들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자, EU는 탄소세 부과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량 제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항공사들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델타는 우선 유럽의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입니다. 항공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세금 부과율이 높아요.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유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다만 온난화 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싱글엔진을 재활용하는 노력 등을 통해 최근에는 20% 정도 탄소 배출량을 줄였어요.” 버니어 상무이사의 말을 듣고 국세청과 조세연구원에 확인해 본 결과 법인세율은 산업 차등을 두지 않기 때문에 차이가 없었고 세율을 부과하는 항목도 특별히 많다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지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유에 대한 유류세가 높기 때문에 세금 부과율이 높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 기업체 임원의 기내 소란이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된 바 있다. 델타항공은 이를 어떻게 바라 봤을까? “항공사의 대응이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아쉽고, 다른 국적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본국으로 그렇게 쉽게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외항사 관계자의 말을 그에게 빌려 넌지시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을 뿐 즉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에둘러 이렇게 말했다. “서비스 혁신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기내에선 기술 개선과 함께 승객들의 편의를 위한 친숙한 상품들을 최고의 품질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승무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그는 이어 델타의 기내 서비스 혁신을 소개했다. “델타는 180도 젖혀지는 비즈니스 좌석, 보다 빠른 와이파이 제공, 이코노미 콤포트 확대처럼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내 밖에는 승객의 수화물 위치를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어요. 한국 승객들을 위해 외국 항공사로는 유일하게 삼성카드와 마일리지 제휴를 하기도 했죠. 델타의 모든 혁신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델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고객, 직원, 투자자입니다. 고객에겐 서비스 혁신, 투자자에겐 좋은 실적을 제공해야죠. 그리고 직원에겐 자부심과 함께 개인의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항공 전문가가 되도록 말이죠. 이를 위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국내 저가 항공사의 성장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델타의 상황은 어떨까. 저가항공사에 대한 분명한 전략은 있는 걸까. “우리는 정면 대결을 합니다. 경쟁을 반겨요. 그리고 저가항공사의 도전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한국은 최근의 일이지만) 고객들도 겪어 온 일이죠. 저가항공사와 우리는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가항공사와 글로벌 항공사의 경쟁은 자본의 논리로 생각해야 합니다. 낮은 가격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죠. 가격대비 최고의 서비스와 항공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것이라 믿습니다.” 앞서 말한 ‘기본을 가장 잘 지키는 항공사’와 맥을 같이하는 답변이었다. 그는 덧붙인다. “저가항공사에 맞서는 항공 동맹체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동맹체들의 노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죠. 수용량을 맞추는 노력을 통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CEO는 한국과 미국 직항 노선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버니어 상무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129현재 델타는 미국 국내선의 비중이 다른 국제선의 비중보다 높아요. 하지만 앞으로 50 대 50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델타항공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 고객들을 국적기 대신 외항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일까. 그는 말한다. “델타는 글로벌 항공사입니다. 광범위한 항공망 덕분에 어디를 가든 편하게 환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하죠. 비행기를 이용해 본 고객들이라면 매끄러운 환승 절차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또 한국 고객들을 위해 전통식을 포함한 다양한 기내식을 개발했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승무원 배치나 한국 영화 상영 같은 세심한 배려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객들을 위해 홈페이지도 특화시켰고요. IT 강국 한국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네트워크가 빨라요.” 배석한 레이몬드 장 델타항공 한국&대만 지사장도 이 대목에서 엄지를 치켜 세웠다.

버니어 상무는 한국 사회와 어우러지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랑심기라는 모금 이벤트를 15년째 하고 있어요. 사회적 나눔에 동참하기 위해서죠. 또 한국의 소년소녀 가장들을 데리고 미국 교육도시를 방문하는 ‘드림투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

“교통부 발표에서 델타항공은 온타임 서비스(정시 운항) 1위 항공사에 올랐습니다. 기본을 지켰더니 수익성이 높아지고 성장의 기회도 찾아왔어요.”

“델타는 180도로 젖혀지는 비즈니스 좌석, 보다 빠른 와이파이 제공, 이코노미 콤포트 확대처럼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내 밖에는 승객의 수화물 위치를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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