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오케스트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재료가 멋진 악기가 된다.

프랑켄슈타인 현악기
제작기간 : 1~2주일
제작비용 : 250달러

37세의 이탈리아의 음악가 디에고 스토코는 16살 때부터 지금껏 30종이 넘는 기괴한 악기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악기로 영화와 TV 방송, 비디오게임의 음악을 연주했다. 2009년 개발한 ‘엑스페리베이스(Experibass, 사진)’는 이런 그가 가장 아끼는 마스터피스다. 당시 스토코는 즉흥적으로 부서진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부속을 콘트라베이스에 붙여서 이 녀석을 만들었다.

도대체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해서였다. 그에 따르면 처음 연주했을 때는 피아노와 비슷한 느낌이 났다고 한다. “현재 저는 이 악기를 타악기이자 현악기로 사용하고 있어요. 소리는 현존하는 어떤 악기와도 비슷하지 않아요. 그저 엑스페리베이스 소리인 거죠.”




매립지 하모니
제작기간 : 2주일
제작비용 : 0원

파라과이의 환경공학자 파비오 차베스는 2006년 재활용프로젝트를 위해 빈민가로 유명한 카테우라 지역을 찾았다. 시간제 음악강사로도 일하고 있던 그는 그곳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한 가지 영감이 떠올랐다. 일반 악기는 카테우라의 집 한 채보다도 비쌌는데 폐품을 이용해 빈민가 아이들에게 악기를 만들어 주고 음악 교육을 한다면 음악가로 성장할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윽고 차베스는 지인인 니콜라스 고메즈와 티토 로메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두 사람은 기름통으로 첼로를, X레이 필름으로 드럼을, 페인트통과 포크로 바이올린을 만들어냈다. 또한 맥주병 뚜껑과 수도관으로 색소폰[사진]도 제작했다. 이 악기들로 연주법을 배운 아이들은 ‘재활용 악기 오케스트라’라는 그룹을 결성했고, 브라질과 네덜란드, 미국에서 공연을 했다. 2014년초에 방영될 다큐멘터리 ‘매립지 하모니(Landfill Harmonic)’의 소재로도 쓰였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알렉산드라 나시는 차베스가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찾아주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악기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답니다.”




무장해제 앙상블
제작기간 : 4일
제작비용 : 225달러

2008년 멕시코의 미술가 페드로 레이에스는 폐기된 소총 1,527정을 녹여서 1,527자루의 삽을 만들어 1,527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런 모습에 감동한 멕시코군은 지난해 그에게 압수된 총기 6,700정을 무상으로 줬다. 이 총의 활용처를 고민하던 그는 음악가들과 함께 총을 자르고, 구부리고, 용접해서 악기를 만들었다. 소총의 총열은 실로폰[사진]과 플롯이 됐고, 권총과 소총의 총열을 조합해 전기기타가 탄생했다. 현재 레이에스는 ‘무장해제(Disarm)’로 명명한 이 악기들을 가지고 월드투어를 다니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총이 악기가 된 것과 같은 희망적인 변화가 세상에도 나타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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