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퇴치 시스템

Anti shark attack Gadgets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바캉스의 계절이 왔다. 바캉스하면 바다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다에는 수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는 상어의 위협도 있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바다에서 상어가 사람을 75차례나 공격했고, 이중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만물의 영장과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가 평화롭게 공존할 비책은 없을까. 과학기술이 바로 그러한 상생의 길을 열고 있다.



얼마 전 호주의 사업가 해미시 졸리와 크레이그 앤더슨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상어 퇴치 웨트슈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제품은 식인상어의 시각기관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이버와 스노클러를 위한 ‘일루드(Elude)’와 서퍼들을 위한 ‘다이버터(Diverter)’ 등 2가지 라인업으로 개발됐다.

앤더슨에 따르면 일루드는 상어의 빛 인식능력과 상어가 색맹이라는 사실에 착안, 청색과 백색을 메인 배색으로 디자인해 마치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수중의 착용자를 상어가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또 검정색과 백색의 줄무늬를 적용한 다이버터의 패턴은 상어에게 위협감과 불쾌감을 줘 접근을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매년 80여건의 공격 사고

이러한 상어 퇴치 웨트슈트 개발의 이면에는 호주가 상어 공격이 빈발하는 나라라는 나름의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이 발행하는 국제 상어 공격 보고서에 따르면 158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상어가 인간을 먼저 공격한 사례는 확인된 것만 2,463건에 달한다. 이중 호주에서 877건이 발생,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어에 의한 인간 공격이 잦은 국가로 나타났다. 게다가 치명적인 사고로 국한하면 471건 중 217건이 호주에서 일어나 미국을 제치고 수위를 점했다. 2012년 7월에는 한 달 동안 5명이 상어의 공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도 상어의 공격에서 자유로운 그린존은 아니다. 지금껏 6차례의 치명적 사고가 일어났고, 올 6월 이후 강원도 동해안에서만 10마리의 상어가 어망에 걸렸다. 지난 4월에는 괌으로 여행을 갔던 한국인 남성이 상어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전 세계 바다에서 인간이 상어의 공격을 받은 횟수가 연간 8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수학적 관점에서 상어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을 확률은 자동차 사고, 강도 등과 같은 다른 사건사고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약 400여종의 상어 중 인간을 공격하는 녀석들은 20여종에 불과하다. 바다와 접한 미국의 주에서 연평균 38명이 번개에 맞아 숨지지만 같은 지역에서 상어의 공격으로 숨진 사람은 연평균 1명이 채 안 된다는 게 그 방증이다.

그러나 상어의 공격이 인간에게 주는 공포심만큼은 결코 다른 사고와 견주어 손색이 없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며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지 않을 권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식인 상어는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무기 없이 상어와 맞닥뜨렸을 때 인간이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 그렇다고 총칼을 찬 채 서핑보드를 타고, 수영을 할 수도 없다. 궁지에 몰린 인간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다.



휴대형 전자장 발생기

실제로 지금까지 상어 퇴치, 혹은 상어 공격 빈도 감소 등을 기치로 내건 많은 기기들이 개발돼 왔다. 실용화가 이뤄져 가장 크게 성공한 것으로는 ‘POD’가 있다. 해양보호기기(Protective Oceanic Device)의 약자로서 일종의 휴대형 퇴치기다. 바다에 입수하기 전 웨트슈트, 서핑보드, 산소통 등에 끼워놓으면 주변에 전자장을 발생시킨다. 이 전자장이 상어의 전기장 감지기관인 로렌치니 기관을 불쾌하게 자극해 접근을 막는 메커니즘이다. 지금도 ‘샤크 실드(Shark Shield)’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기를 장착했다고 100%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호주에서 수행한 실험에서 샤크 실드를 부착한 서핑보드에 달려 있는 미끼를 백상어가 뜯어 먹은 바 있다. 또한 수면에 멈춰 있을 때는 효과적이지만 움직일 때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노동 보건, 안전, 복지 관련 법률을 집행하는 호주정부기관인 세이프워크 SA가 작년 6월 발표한 샤크 실드의 안전성 조사에서도 백상어의 접근을 저지하는 효과는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상어는 자석을 싫어해

2004년 11월 샤크디펜스의 연구자인 에릭 스트로우드는 상어가 든 수조에 실수로 자석을 떨어뜨렸더니 상어가 자석 근처로 다가오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에 주목한 그는 후속 연구를 통해 주버나일 레몬 상어와 주버나일 너스 상어는 영구자석의 자기장을 싫어해 50㎝ 이내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구자석, 특히 네오디뮴-철-붕소(NIB) 영구자석이나 바륨 페라이트 영구자석의 자기장은 로렌치니 기관의 유효 탐지거리 내에서 탐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상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다. 자석이 뿜어내는 자기장의 크기는 자석과의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해 줄어든다. 즉 자석과의 거리가 몇m 정도 떨어지면 자석의 자기장은 지구 자기장보다 약해진다. 현재 샤크디펜스는 영구 자석을 어망과 다이버의 몸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상어의 공격을 막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또한 나름의 단점은 있다. 2008년 7월 디스커버리 채널의 ‘미스버스터’ 프로그램에서 C8 페라이트 자석의 상어 퇴치 효과를 검증해 본 결과, 상어들은 물이 깨끗하거나 매우 굶주린 상태에서는 로렌치니 기관보다는 시각에 의존해 먹이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는 자석이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그 전해인 2007년 7월, 방송인 리즈 스트라우드는 실험을 통해 큰귀상어의 경우 자석으로 퇴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중 테이저 건

양전성 금속(electropositive element, EPM)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상어 퇴치법이다. EPM을 해수와 같은 전해액에 담그면 최대 1.75VDC의 전압이 발생된다. 이 전압이 앞서 말했던 상어의 로렌치니 기관에 견디기 힘든 자극을 주어 상어를 퇴치하는 시스템이다.

전기화학적 작용을 이용하는 만큼 외부 전원이 필요 없지만 EPM을 해수에 넣어 전압을 발생시키면 금속이 부식되어 작아지다가 결국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애초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8시간 이상은 사용할 수 없다.

이 방법의 발견자도 샤크디펜스였다. 현재 관련연구가 계속 진행 중인데 상업 어업이나 영세 어업, 레저 낚시 등에 유용한 방식으로 판단되고 있다. 샤크디펜스는 EPM을 낚시바늘에 적용, 상어가 낚시를 망치는 일을 막는 데 사용할 생각이다.

다만 영구자석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대단히 굶주렸거나 식탐이 강한 상어, 또한 흉포한 상어에게는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신호화학물질로 공격 의지 차단

신호화학물질(semiochemical)은 상어가 주어진 환경 하에서 방향을 찾고,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꼭 필요한 화학전령자다. 그런데 특정 신호화학물질, 예를 들어 죽은 상어가 부패하면서 방출되는 신호화학물질은 상어가 공격을 중지하고 도망치게 만들 수 있다.

샤크디펜스의 연구팀이 이런 효과를 내는 신호화학물질을 추출해 상어 수조에 투입해본 결과, 1만분의 1ℓ 투입 시 레몬 상어가 이를 탐지해냈다. 또 상어의 코에 100마이크로리터(㎕)를 투입하자 긴장성 무운동 상태를 멈출 수 있었고, 경쟁적으로 먹이를 먹던 암초상어와 검은코 상어에게 350~700㎖를 투입했더니 곧바로 먹이 먹기를 중단하고 사라졌다.

현재는 이러한 신호화학물질을 인공적이고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합성하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샤크디펜스가 개발한 신호화학물질 젤의 경우 몸에 바르면 장시간 상어의 후각을 불쾌하게 자극하는 신호화학물질을 발산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참고로 신호화학물질은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참치 등의 경골어류들은 직접 노출되더라도 퇴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골어류는 상어가 싫어하는 신호화학물질이 잔뜩 살포된 환경에서도 먹이 섭취를 계속하는 것이 포착된 바 있다.

입맛 상실

신호화학물질과 유사한 맥락에서 상어의 후각 대신 미각에 불쾌하게 작용하여 상어의 행동을 제지하는 미각 화합물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실험 결과, 특정 화합물질이 상어의 후각이 아니라 구강에 투여되었을 때 레몬상어와 대서양 수염상어의 긴장성 무운동 상태를 확실히 멈출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50㎕만 투여해도 반응이 나타났다.

그리고 추가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뱀상어, 대서양 수염상어, 청새리상어, 블랙팁 상어 등에도 퇴치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들 상어들이 먹이를 물어뜯었을 때 구강을 통해 먹이에 발라져 있던 화합물질이 투여되자 즉시 입을 벌리며 달아난 것.

화합물질의 정확한 조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어의 구강에 접촉되자마자 즉각적인 효과가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상어에게 특효가 있는 미각 화합물은 신호화학물질처럼 경골어류에게는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한편 현재 약 15종의 화합물이 상어에게 혐오감을 주는 미각 화합물로 알려져 있다.

문자메시지 경고

그런가 하면 상어의 접근을 감지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도 있다.

이 시스템은 백상어 생태를 연구 중인 호주 해양생물학자들이 백상어 75마리의 소재를 추적하기 위해 개발했다. 해저에 설치된 50여개의 센서와 10개의 위성 연결 부이를 네트워크로 묶은 다음 센서가 상어에 부착된 무선태그의 신호를 감지하면 연구자들에게 그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리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 각각의 센서는 400m 이내의 무선태그를 감지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상어의 습성을 아는 것은 물론 관계 당국이 상어 공격 위험성이 높은 계절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어선으로부터 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효과적인 어업 규제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로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백상어가 감지됐을 때 연구자들에 더해 해안의 인명구조대에게도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도록 시스템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상어가 최대 속도로 해안에 접근한다고 해도 센서 덕분에 최소 몇 분 정도의 시간 확보가 가능한 데 이 정도면 해수욕객들을 대피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예방이 최선?!

현존하는 상어 퇴치 기기는 각각 효용성을 갖고 있지만 완벽한 퇴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설령 그런 기기가 나오더라도 모든 사람이 가질 수도 없다. 이 점에서 최선의 상어 퇴치는 결국 예방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상어의 공격이 예상되는 바다에 들어갈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을 꼭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 단체행동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물에 들어가자. 사람이 많을수록 상어의 접근을 알아차릴 기회가 많고 대처도 쉽다.

● 자극 금지
지나치게 밝은색 수영복(웨트슈트)을 입거나 상처를 입은 채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상어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해봐야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시야 확보
상어의 접근을 신속히 파악하기 힘든 야간이나 혼탁한 물속에서는 수영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 36계 줄행랑
사람을 공격할 정도의 상어라면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무리다. 상어의 접근을 인지했다면 가급적 신속히 물 밖으로 나와야한다.

● 복지부동
상어는 목표물의 형체보다는 움직임을 더 쉽게 인지한다. 때문에 상어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가능한 움직임을 줄이고 가만히 있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최후의 일격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상어가 공격해온다면 콧등이나 눈 등을 강하게 가격해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다. 다만 상처를 입은 상어는 더 난폭해질 수도 있으니 이 방법은 최후의 비책으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로렌치니 기관 (Lorenzini’s ampullae) 먹이 공격의 최종 단계에 근거리(50~60㎝)의 생명체가 발산하는 약한 전기장을 감지하는 기관.
신호화학물질 (semiochemical) 페로몬처럼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 화학물질.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