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CEO의 선임절차와 경영평가

[김승열의 ‘Law & Business’]

최근 금융공기업의 CEO 선임과정에서 금융규제당국의 퇴직관료들이 대거 임용되었다. 이를 둘러싸고 관치금융이냐 아니냐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금융공기업 CEO 선임절차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그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겸 KAIST 겸직 교수


전직 관료들의 공기업 수장 자리 독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CEO들이 중앙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해당 금융기관의 자율성과 자치성 침해가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해야 할 금융 분야 혁신 또한 요원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금융공기업의 CEO선임절차 및 경영평가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공기업 자율성 보장의 중요성

현재는 금융규제기관의 퇴직관료가 자신의 동료 혹은 후배들의 입김에 의해 산하 금융공기업 수장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물론 금융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금융의 경쟁력 제고보단 일부 고위공직자그룹과의 네트워크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기획 등에만 익숙한 퇴직관료가 얼마만큼 금융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느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만, 금융분야에서 유독 취약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러한 고질적인 관료중심주의의 폐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차피 금융은 정부 규제의 영향이 큰 분야다. 하지만, 일부 관료집단만이 규제감독 권한과 산하 금융공기업 활동 양자를 동시에 장악한다면 어떻게 글로벌시대의 다양한 금융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 이는 꽤 심각한 문제다. 금융공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수장의 선임 절차부터 객관적이고 투명해져야 한다.

기관장 추천위원회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금융공기업 수장의 선임 절차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 모 공기업 기관장 추천위원회의 사례를 보자. 추천위원회 관련규정이 없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추천위원회도 급조되었고, 모집공고가 일반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지원 기간도 단기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많은 능력 있는 자의 지원을 받아 적절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보기에 따라선 미리 내정된 사람을 위해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비칠 정도였다.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개선점으로는, 해당 기관의 현황에 대한 자료공개 보장을 들 수 있다. 일부만이 접근 가능하고, 대다수에게는 제한되는 정보라면 공정한 경쟁이 담보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감독당국 관계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외부 민간전문가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위원 자격이 충분하고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 일정기간 공개적으로 객관적 검증을 받는 시스템 또한 구축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의 이사 후보추천위원회제도는 참조할 만하다. 위원회가 거의 상시적인 기관이 되어, 주주로부터의 계속적인 검증을 받도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관장 후보자 선발 기준도 업무계획서 등의 실효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심사절차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심사절차 규정뿐만 아니라 실제 심사과정 자체도 더욱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제되어야 할 점은 정치적 평가가 아닌 경영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에 따라 재임용이 보장되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 평가의 문제점과 한계

금년에 실시된 금융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기업들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유독 결과가 나빠진 이유를 두고, 정권 교체에 따라 수장을 바꾸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금융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그에 따라 기관장의 거취가 결정되고 나아가 임직원의 성과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영평가의 이러한 파급효과 때문에 금융공기업은 관할 주무부처에 대한 눈치보기와 경영평가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 대한 관리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영평가의 운영상 문제점은 다양하다. 먼저 위원이 매년 짧은 시간 내에 구성되어 실효성 있는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고서류와 면담만을 통한 평가가 이루어짐으로써 평가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경영평가에 정치적 요소의 개입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평가기준 및 시스템의 구축이 장기적인 과제로 남는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공기업의 평가지표를 적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별 금융공기업의 특성을 감안한 경영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각종 감독기관의 감독과 경영평가 간의 합리적인 조화도 필요하다. 여기서 각각이 상호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평가운영 시스템의 구축이 중요해진다. 특히 금융공기업 경영평가에 대한 기존의 자료를 축적하여 이를 활용한 체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상설 지원조직의 활성화

이를 위해선 평가단에 대한 상시적 지원조직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인력 부족과 전문성 미흡 등의 문제 때문에 주무부처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료를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분류 저장하고, 추후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설조직이 활성화되어야 공정한 평가를 기할 수 있다. 새로운 조직 구성에 따른 관료화, 혹은 권력 남용의 부작용이 우려되긴 하지만, 매년 평가단 급조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더 시급한 우선 과제라고 생각된다.

경영평가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제언

기관장의 임용 단계에서부터 업무수행 계획서와 평가 지표 사이에 상호 유기적인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명확한 평가지표를 사전에 설정하여 금융공기업으로 하여금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공기업은 적정한 목표하에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평가단은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려할 점은 이러한 평가지표가 경우에 따라선 정치적 논리에 의해 매년 바뀜으로써 행정력의 낭비와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평가결과의 신뢰성에도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금융공기업의 개별적 특성에 따른 구체적인 평가 지표와 세부항목을 미리 설정하여,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가작업을 보다 시스템적인 조직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되, 그 평가결과의 객관적 합리성을 높이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반드시 주고받아야 할 것이다.

금융공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수장의 선임 절차부터 객관적이고 투명해져야 한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 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