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개선은 가능한가?

[CLOSER LOOK] CAN OUTSOURCING BE IMPROVED?
방글라데시 참사 후에 얻은 교훈

by Scott Cendrowski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Dhaka 교외에 위치한 라나 플라자 Rana Plaza 공장이 무너진 다음 날, 사망자 수가 225명이라는 집계가 나왔다. 한 재해 전문가는 사고 직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운이었다. 더 심각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후 3주 동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분노한 군중이 던지는 돌을 맞아가며 600톤에 이르는 공장 잔해 구석구석을 수색했다. 복구 작업이 끝나고 발표된 최종 사망자 수는 1,127명으로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웃소싱 문제의 심각성이나 저렴한 노동비용의 값비싼 대가를 이 사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찾기 힘들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다국적 기업이 해외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면서 해외 노동자 안전에 안일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여러 사건이 일어났다. 1990년대 초 나이키의 노동력 착취 문제부터,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젊은 여성을 포함한 112명의 노동자가 갇혀 목숨을 잃게 된 사고까지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몇몇 다국적 기업은 적극적으로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와 H&M은 노동자 안전과 임금 인상을 약속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아웃소싱 개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라나 플라자의 참사가 최악의 아웃소싱 사례라면, 모범적인 사례가 존재하긴 할까? 아웃소싱을 잘하는 기업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소유한 홍콩 제조업계의 강자 탈그룹 TAL Group의 CEO 로저 리 Roger Lee는 “어디로 진출하든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며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라고 말한다. 탈 그룹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드레스셔츠의 6분의 1을 생산한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CEO 리는 노동력 및 원자재 비용 상승에 맞서 다른 부분에서의 비용 절감을 모색하고 있다. 탈 그룹은 제이시 페니 J.C. Penney의 공급망 일부분을 관리하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니 매장에 셔츠 재고를 보관해 낭비를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페니는 임금이나 안전설비 같은 부분에서 비용을 삭감하지 않고, 계속 탈 그룹에 외주를 줄 수 있다. 탈 그룹은 중국 지점에 직원을 위한 노래방과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나이키는 생산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약간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나이키는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저임금으로 비난 받았고, 2004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직 기자 해나 존스 Hannah Jones를 승진시켜 나이키의 아웃소싱 방식 개선을 꾀했다. 약 1,000개에 이르는 공장을 조사한 후, 존스(과거 BBC에서 사회활동 보도를 담당했다)는 나이키의 모든 공장을 온라인에 공개할 것을 경영진에 요청했다. 존스는 “우리에게는 정말 무서운 영화 같았다”고 말한다. 물론 나이키가 아웃소싱에 완벽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자사의 공급망(웹페이지 nikeinc.com/pages/manufacturing에 공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제공하여 모든 위반 사항에 대해 책임지려 한다는 점은 알 수 있다. 존스는 “솔직히 그건 시민 단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조사와 공개를 통해 계속 기업을 견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의 시스템 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대부분 노동자가 국가의 법(혹은 법의 부재) 때문에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MIT에서 정치학과 경영학을 가르치는 리처드 로크 Richard Locke 교수는 지난 10년간 아웃소싱을 연구했지만 민간 단체의 감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내전과 대학살 이후 의류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캄보디아 노동 환경 기준의 지속적인 개선을 조건으로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를 허용했다. 그 후 캄보디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감시권을 넘겨받았고,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부합하는 공장에만 수출할 권리를 주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캄보디아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