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는 지난 20년 동안 화제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더 작고, 더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이 차세대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by Scott Cendrowski
북부 짐바브웨에 있는 마가바 Magaba 시장은 주중에 활기를 띤다. 짐바브웨인들은 1 마일 규모의 광장을 뒤덮고 있는 작은 텐트 밑에서 거의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 이 ‘소비자 천국’에는 마조 오렌지 크러시 Mazoe Orange Crush 주스부터 판금, 그리고 배관 장비까지 없는 게 없다. 이곳을 방문한 헤지 펀드 매니저 래리 스피델 Larry Speidell의 말처럼, 지난 해 짐바브웨 GDP 성장률은 5%였지만 이런 경제 활동은 국가 공식 GDP 통계에서 빠져 있다. 그는 “우리는 이곳을 ‘GDP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암시장’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스피델은 소위 프런티어 시장 투자자이다. 프런티어 시장은 1990년 초 만들어진 용어로서, 당시 세계은행(World Bank)의 한 부서가 주요 신흥 국가와 기타 광범위한 후진국들을 구분하는 데 사용했다. 유동성이 부족하고 기간 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등 경제 발전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이 후자에 속했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10여 년 전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에서 겪었던 도전과제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남미에서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국가는 브릭스만큼이나 폭발적인 성장과 높은 주식 수익률에 대한 잠재력도 갖고 있다.
오늘날 프런티어 시장은 일반적으로 한자리 수 후반 대나 두 자리 수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가부채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무척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인구 구성은 놀라울 따름이다. 15세에서 34세에 해당하는 세계 인구 가운데, 대략 40%가 프런티어 시장에 분포돼 있다. 이 연령층은 앞선 세대보다 고가 제품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등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장밋빛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프런티어 시장 주가는 2003~2007년 5년 동안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S&P 500 지수가 동 기간 67% 상승하는 동안 프런티어 시장 주가는 370% 폭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시작되면서 60% 이상 곤두박질쳤다. 신흥 국가보다도 훨씬 낙폭이 컸다. 최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미국 주식 시장과 달리, 프런티어 시장 주가는 여전히 과거 고점에 비해 한참 떨어져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저조한 주식 수익률이 많은 가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 Newport Beach에 위치한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Research Affiliates 수석 투자전략가인 제이슨 수 Jason Hsu는 “우리는 역발상 투자를 한다. 지난 몇 년간 가장 인기를 끈 자산은 무엇인가? 바로 미국 주식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인기가 없었던 자산은 무엇인가? 신흥 시장과 프런티어 시장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프런티어 시장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 14에 거래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수준이다. 반면 미국 주식 시장의 PER은 17이다.
35개국에 투자하는 스피델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국가들이 알짜배기 투자처라고 강조한다. 다만, 프런티어 시장에서 일부 개별 주를 골라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우선 금융 정보 공개가 취약하고, 회사들이 불안정한 정부에서부터 보편화된 위조까지 온갖 종류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70개 종목 중에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의 자회사인 유니레버 가나 Unilever Ghana, 자국에서 빠르게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은행 개런티 트러스트 Guaranty Trust, 그리고 파나마 음식 소매업체인 그룹포 멜로 Grupo Melo 등이 있다.
마르코 드미트리예빅 Marko Dimitrijevi은 에베레스트 캐피털 Everest Capital의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4억 달러 규모의 프런티어 시장 자산을 운용 중이다. 그는 현재 프런티어 시장의 투자 기회가 1990년 초 당시의 신흥 국가를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예빅은 “프런티어 시장의 시가총액을 보면 당시 신흥 국가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에베레스트 사는 최근 미국 투자자들이 프런티어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프런티어 주식 투자금액이 미국 전체 뮤추얼 펀드 자산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런티어 시장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15%에 달한다. 그러나 드미트리예빅은 “여전히 미국 투자자들이 적정 수준까지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가지 테마에 투자를 집중한다. 바로 초기 단계의 경제 체제에서 예외 없이 성장하는 소매 전문은행과 아프리카의 무궁무진한 미개발 천연 자원 부문이다. 그는 개인 소득이 증가하면서 은행 예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이 오토바이와 가전 제품, 자동차, 그리고 결국 주택을 구매함에 따라 대출 업무도 증가할 것이다. 브라질 은행들은 이러한 경제 성장 주기를 이미 15년 전에 거쳤다. 지난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전 세계 다른 나라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석유와 가스전이 새롭게 발견됐다. 하지만 드미트리예빅에 따르면, 케냐와 모잠비크의 자원 개발은 아직도 대부분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프런티어 시장 투자는 상당한 도전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종목은 거의 없다. 또 미국 투자자들이 직접 현지에서 주식을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프런티어 시장에는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은 몇 안되는 프런티어 시장 뮤추얼 펀드나 ETF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것 하나 녹록지 않다. 프런티어 뮤추얼 펀드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 ETF가 추종하는 인덱스는 프런티어 시장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성숙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주식을 과다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프런티어 시장 펀드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다. 뮤추얼 펀드 가운데, HLMOX(Harding Loevner Frontier Emerging Markets)는 2.25%의 비싼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벤치마킹 인덱스 대비 10%가량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투자 상품은 iShares MSCI Frontier 100이다. 인덱스 ETF로서 상당히 많은 프런티어 주식을 포함하며 수수료도 0.79%로 저렴하다. 이 정도 수수료라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투자하는 비용치곤 높다고 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가장 인기를 끈 자산은 무엇인가? 바로 미국 주식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인기가 없었던 자산은 무엇인가? 신흥 시장과 프런티어 시장이었다.”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수석 투자전략가 제이슨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