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확대ㆍ녹색 에너지 시장 선점 더 큰 도약 노리는 대한민국 산업 주춧돌

[글로벌 500 세계 최대 규모 기업들] 235위 한국전력공사

한 나라의 경제력은 전력에서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는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력회사인 한성전기로 설립되어 지난 115년 동안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밑받침 하는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 최근 들어 해외사업 확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며 ‘국민기업’으로 사랑 받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한국전력공사는 수년째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어떤 사람들에겐 놀라운 사실일 수도있다. 매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이 발표될 때마다 한국전력공사의 순위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우리에게 매일 전기를 공급해주는 그 한국전력공사?’라는 식이다. 물론 그 한국전력공사가 맞다. 게다가 하위권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264위, 올해는 2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235번째 가는 기업이란 뜻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9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연 매출액이 436억1,290만 달러나 되는 초대형 기업이다. 한국전력공사는 탁월한 경영 실적을 자랑한다. 싼 전기 요금 탓에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업 내용이나 서비스 수준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회원국 중 가장 싸다. 전기 요금이 원자재 가격인상분을 고려해 적정 수준까지 오른다면, 한국전력공사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탁월한 경영실적은 주된 사업 내용인 전력 공급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2년 국제컨설팅 업체 KPMG의 세계 각국 전기품질 조사에서 주파수와 전압 유지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디지털 기반 전력계통 운영’과 ‘전력 수송 대용량화’ 등 스마트 전력망 운영은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효율 기자재 개발과 전력망 지능화 등을 통해 송배전 전력손실률을 3.56%까지 절감한 것도 큰 성과다. 배전계통운영센터의 광역화·IT화로 41개 권역별 통합 지휘체계를 구축했으며, 차세대 배전자동화시스템 확충으로 배전자동화율 95.5%를 달성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한국전력공사가 오래전부터 핵심 사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만 1,877억원을 R&D 분야에 투자해 487건의 지적재산권을 등록했다. 2012년 말까지 등록된 국내특허만 1,525건에 달하며 136건의 실용신안 등 2,000여 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대고객 서비스도 최고 수준이다. 정부 주관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4년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인터넷·모바일 전기 요금 청구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등 국내 기업의 IT 서비스 선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기 요금수납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QR코드를 이용한 전기 요금 편의점 납부 시스템 등이 그 예다. 이 밖에도 모바일 고객센터 운영, 고객센터 예약상담제, SNS를 활용한 24시간 고객 상담 등 스마트폰과 IT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력산업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익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력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인 초고압직류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교류로 재변환시키는 기술이다. 반도체, 전력전자, 제어, 통신, 기계 등 타 산업에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HVDC시장 진출을 위해 56억 원을 출자, KEPCO-ALSTOM PES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을 통해 HVDC 분야에 대한 EPCM(설계, 구매 및 시공 관리·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Management) 기술과 경험을 축적, 국내외 HVDC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적극적인 수익사업 확대 노력은 해외시장, 특히 아시아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필리핀 일리한, 나가, 세부 등에서 발전소 설비 등을 17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규모로는 필리핀 전체 발전설비의 9%나 된다. 필리핀 한 나라에서만 2012년 기준 2,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에서는 산시성 격맹국제합자사업을 비롯해 내몽고 등 지역 풍력발전소 건설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최초의 대용량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 외에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의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분야도 원자력, 수력, 화력, 신재생, 송배선, 자원개발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중동시장에서의 비약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한국전력공사는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대형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최초의 중동지역 IPP(민간 자본 발전·Independent Power Plant) 사업인 요르단 373MW급 알카트라나 복합화력 발전소는 2011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 발전소는 요르단 전체 전력 공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1,204MW급 라빅 중유화력 발전소와 아랍에미리트의 1,600MW급 슈웨이핫 S3 복합화력 발전소가 현재 건설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발전소 건설과 운영 외에 최근에는 송배전 사업과 해외 자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리비아, 이집트, 우크라이나, 파라과이 등에서 송배전 컨설팅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현재도 아프리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15개 컨설팅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 자원 개발은 발전용 연료의 안정적 확보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총 11개 사업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유연탄 750만톤, 우라늄 159톤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는 이 같은 전략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해외사업 매출액 29조4,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30%를 해외사업 부문에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적정 수준의 전기가격 인상이 어려운 만큼, 해외사업 수익 극대화를 통해 불균형한 매출·당기순이익 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는 녹색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한국전력공사가 개발한 ‘SF6(6불화황. 온실가스의 한 종류) 배출 저감 CDM(청정 개발 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사업’은 배전 분야로는 세계 최초로 UN에 등록됐다. 한국전력공사는 이외에도 제주도에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서남해 2.5GW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력망을 지능화·고도화함으로써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한국전력공사는 ‘해외사업 확대’ 및 ‘에너지 효율의 고도화’ ‘녹색 에너지 시장 선점’ 등의 전략적 사업 추진으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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