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해외 자원 개발로 기업가치 300조 원 시대 연다

[글로벌 500 세계 최대 규모 기업들] 365위 한국가스공사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가스공사가 사상 최초로 연매출 300억 달러를 돌파,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365위에 올랐다. 1997년부터 시작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새로운 수익창출에 기여하며 최근 매출 상승이 탄력을 받은 결과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까지 기업가치 3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한국가스공사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4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365위다. 매출 규모 역시 사상 최초로 300억 달러를 돌파해 311억34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대비 20.9% 증가한 수치다.

한국가스공사는 2009년 438위로 처음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후 지난해까지 매번 400위 아래에서 맴돌았다. 2010년 발표에선 아예 50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2011년에 498위로 재진입 한 후 2012년 429위로 69계단 상승하더니 올해는 365위로 400위 안에 입성했다. 국내기업 순위로만 보면 9위 기아차에 이어 10위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공급을 통한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 및 복리 향상’을 목적으로 1983년 8월 설립됐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한국가스공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한국가스공사법에 기초로 세워진 공기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가장 큰 역점을 둔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LNG의 96%를 수입해 공급하는 반독점 기업이다. LNG가 가정 난방용으로 소비되는 만큼, LNG 가격을 안정시켜 국민 생활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는 ‘국민생활 복리 향상’이라는 한국가스공사의 설립 목적과도 상통한다. 우리나라 전체 LNG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독점하기 때문에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세계 최대 LNG 수입회사에 등극해 있다.

일반 국민과의 접점이 LNG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단순한 LNG 수입 공기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한국가스공사의 사업 영역은 매우 광대하다. LNG를 비롯한 모든 천연가스의 제조 및 공급에서 그 부산물의 정제와 판매까지 모든 것을 주관한다. 최근에는 해외 자원 개발과 해외 기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도 하고 있다.

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가 기준이 된 2012년 사업 실적에서 한국가스공사는 탁월한 성과를 나타냈다. 2010년 20조 원 매출을 돌파 후 매 분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더니, 2012년에는 35조 원 매출을 기록하며 2년 만에 75%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덩치 큰 공기업이 이렇게 빠른 상승세를 보인 건 매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외형만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2011년 1,747억 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12년 3,62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면서 실속도 챙겼다는 얘기다. 이는 ‘경영 체제 개선’과 ‘해외 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였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해 전략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KPI(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ex)의 연도별 목표를 제시하는 등 경영기획관리규정을 상당 부분 개정했다.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임직원들에게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회사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또한 투자 심의 주관 부서를 일원화해 투자 관리 세부 기준을 마련했으며, 사업 운영계획을 팀 및 개인 평가와 연계해 실행력도 한층 높였다.

한국가스공사 성장의 상당 부분은 해외 자원 개발 성공에 따른 결과다. 한국가스공사는 짧은 해외사업 기간에도 괄목할 만한 자원개발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개 국가에서 21개의 유전 및 가스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창립 후 1996년까지는 해외 천연가스 도입과 안정적인 국내 가스 공급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국제 원자재 시장의 급변으로 안정적인 수급처 확보가 필요해지면서, 1997년 오만과 카타르 가스전 지분참여를 시작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07년까지 지분 확보 형태로만 해외 자원 개발을 해오던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 주강수 전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부터 해외 자원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는 기존 지분 투자 형태 외에 유전·가스전 탐사 및 생산 사업, 해외 LNG 터미널 건설 및 운영 사업, 해외 도시가스 사업 등 가스 자원 사업의 모든 밸류체인에 직간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자원 개발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는 ‘모잠비크 해상광구 가스전 개발’을 꼽을 수 있다. 모잠비크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나라다. 한국가스공사는 모잠비크 가스전 개발을 통해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16억 톤 규모의 초대형 가스전을 발견했다. 이는 모잠비크에 진출한 국내기업 성공 사례 1호이자 국내 탐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발견이기도 하다. 가스 16억 톤은 국내 소비량으로 계산할 때 약 4.6년치 분량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비전통 가스 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가스하이드레이트, 석탄층 메탄가스, 셰일가스 등은 전통적 가스 대비 부존량이 5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0년 북미 비전통가스 개발 전문기업인 캐나다 엔카나 EnCana사와 함께 혼리버 Horn River와 웨스트컷뱅크 West Cutbank 지역 광구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북극권 자원 개발에도 진출한 상태다. 북극권은 연간 세계 총 소비량의 8.6배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된 ‘자원의 보고’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이 같은 선전을 보는 외부의 시선도 따뜻한 편이다. 지난해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6년 연속 최고등급을 달성했다. 2012년에는 에너지 공기업으론 최초로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경영품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es)에서 4년 연속 전기·가스 부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호평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가스공사는 장기경영전략인 ‘비전 2017’을 선포했다. 비전 2017의 핵심은 2017년까지 자주개발 및 해외수익 비중을 늘려 기업가치 3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이런 계획은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해 놓은 사업이 최근 새로운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비전 2017 달성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비전이 현실화되면 한국가스공사의 세계적인 위상은 어떻게 될까? 2017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가스공사가 기록할 순위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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