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만든 미니밴 오딧세이를 타면 안락함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7명이 사람답게 앉아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시야 확보가 용이해 편안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선 큰 짐도 나를 수 있을 만큼 넓은 적재공간을 만들 수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한번 타봐야 한다. 이 녀석을 경험하고 나면 늘씬한 스포츠카는 억지로 발에 끼워 넣은 예쁘기만 한 구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는다. SUV? 7인승을 내세우며(사실 SUV 중에는 7인승이 흔치 않다) 가족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고 유혹하지만 과장된 선전에 불과하다는 건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사실이다. 럭셔리 세단? 좋은 거 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 1억 원이 훌쩍 넘어가는 자동차를 소유하려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거나 떼돈을 버는 재주가 있어야 한다.
미니밴과 사랑에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혼다 오딧세이다. 오딧세이가 어린시절 타본 학원 통학용 봉고와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오딧세이는 그 이상이었다. 미국에서 연간 약 11만 대가 팔려나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12만 6,000대가 팔렸다. 경쟁모델인 토요타 시에나보다 1만 대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에 상륙한 건 작년 말이다.
놀라운 공간 활용성
오딧세이는 제법 스포티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강한 가로선을 살린 라디에이터그릴과 살짝 눈꼬리가 올라간 헤드램프는 한눈에 혼다임을 알 수 있다. 차량 옆면을 가로지르는 Z자 형태 벨트라인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미니밴에 긴장감을 더한다. 오딧세이는 미니밴 치고 차체가 낮다. 이에 걸맞게 루프라인도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낮아지면서 루프 스포일러를 달아 한층 날렵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뒷모습은 썩 매력적이라고 볼 수 없지만 사다리꼴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내 엄청난 공간감을 보여준다. 차체는 길고 넓다. 길이는 5미터가 넘고(5,180mm) 폭은 2,010mm다. 승차 정원 7명인 오딧세이가 11인승 국산 미니밴보다 길이와 폭 모두 조금씩 크다. 다시 말하면 승차자들에게 매우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미니밴이 가진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공간 활용성에 있다. 오딧세이는 3열 7인승으로 좌석을 구성한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2열은 독립된 좌석 2개, 3열은 완전히 접을 수 있는 3인석 좌석이다. 전동으로 열고 닫는 좌우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시원한 그림이 펼쳐진다. 팔걸이가 있는 2열 좌석 2개는 서로 좌우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3열 좌석으로 이동하는 복도를 만들어준다.
독립된 2열 좌석 2개는 왜 오딧세이가 고급 세단 부럽지 않은지 설명해 준다. 팔걸이에 걸친 팔로 턱을 괴고 비스듬히 앉아도,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눕혀 다리를 뻗어도 편안한 자세가 나온다. 다리를 꼬고 앉아 창밖 경치를 구경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공조 버튼도 따로 마련돼 있다. 2열 좌석에 앉아 본 사람은 정말 다시 한 번 오딧세이를 사랑하게 될 듯하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센터콘솔박스는 완전히 떼낼 수 있다. 센터콘솔박스를 떼내면 운전석이나 조수석에서 일어나 3열 좌석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더 기특한 건 3열 좌석이다. 성인이 온전히 앉아서 갈 수 있는 진짜 좌석이다. 2열을 최대한 뒤로 밀어놔도 앉을 만한 무릎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오딧세이가 3열 좌석을 진짜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는 건 에어백을 봐도 알 수 있다. 오딧세이는 커튼형 에어백을 운전석이 있는 첫째 열과 주 탑승공간인 두 번째 열은 물론, 세 번째 열까지 확대했다. 에어백은 차량이 뒤집어지는 사고가 생길 때 중력 센서를 사용해 가장 적절한 시점에 작동하는 기능도 갖췄다.
다양한 시트 배열은 오딧세이를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요소다. 2열 좌석 두 개는 손쉽게 떼낼 수 있고(떼낸 좌석을 보관할 장소는 알아서 찾아야 할 테지만) 3열은 완전히 접을 수 있다. 시트 뒤 끈을 당기면 두 번접히면서 움푹 꺼진 바닥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좌석은 2 1형태로 각각 독립적으로도 접을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짐을 효과적으로 실을 수 있게 배려했다. 2열 좌석을 모두 떼내고 3열까지 접으면 대형 냉장고도 통째로 들어갈 공간이 나온다. 텐트가 없어도 캠핑장에서 거뜬히 지낼 수 있다.
3열 시트를 펴놓은 상태에서도 짐을 싣는 공간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3열 좌석이 접혀들어갈 공간이 움푹 패여 있고 트렁크문과 3열 좌석까지 거리도 넉넉히 확보되어 있다. 오딧세이는 컵홀더 12개를 갖추고 있다. 장난감이나 휴대전화 등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이곳저곳 마련돼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 쿨링박스에는 에어컨 바람이 들어가 음료수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좌우 슬라이딩 도어와 테일게이트는 스마트키와 실내에 장착된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선루프와 햇빛 가리개도 달려 있다.
세단처럼 달리는 미니밴
혼다는 자동차를 참 잘 만든다. 오딧세이를 타보고 다시 느꼈다. 기본기가 훌륭하다. 잘 달리고 잘 선다. 3.5리터 V6 가솔린 엔진은 어코드에 실린 것과 같지만 세팅을 달리했다. 자동 5단 변속기와 맞물려 부드럽고 정직하게 253마력을 뽑아낸다. 터보니 슈퍼차저니 하는 과급기를 달지 않아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예측 가능한 힘이 나온다. 최대토크는 35kg·m로 2톤인 오딧세이를 버겁지 않게 움직여 준다. 참고로 어코드 3.5리터 엔진 성능은 최고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4.8kg·m다.
차체가 크다고 운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승용차를 모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석 시야가 좋고 사이드미러도 큼직해 복잡한 시내에서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전후방 주차보조 센서와 후방카메라는 주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작동 스위치가 애매한 위치에 달려 있긴 해도 8인치 터치식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어 낯선 길 떠날 때도 마음이 한결 놓인다.
정지상태에서 처음 차를 움직일 때 반응도 세단과 다를 게 없다. 한 템포 늦게 반응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직하게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도 적당히 가벼워 주차할 때나 시내구간에서 차를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무게 중심이 낮고 시트 포지가속페달션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점도 승용차 같은 운전감각을 제공한다.
미니밴으로 과격한 운전을 할 운전자는 많지 않을 듯싶다. 그럼에도 오딧세이는 꽤나 잘 달린다. 엔진은 조용한 상태로 힘을 쏟아낸다. 힘만 좋다고 잘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이지만 과하게 출렁거리진 않는다. 큰 차체를 비교적 절도 있게 잡아낸다. 그래서 꽤 거칠게 몰아붙여도 불안하지 않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해도 불안한 감 없이 쭉쭉 치고 나간다. 스트레스 없이 고속주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장애물을 넘을 때도 불쾌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부드럽게 타넘고 재빠르게 꽁무니를 추스른다. 브레이크도 밀리는 기색 없이 거구의 오딧세이를 멈춰 세운다.
안전성도 합격점이다. 오딧세이는 차체의 59%에 고강성 소재를 적용했다. 또 차체자세제어장치와 ABS가 연동되어 있어 가속 및 제동, 코너링 때는 물론 운전 중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도 차량의 제어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그 결과 오딧세이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안전성 테스트에서 3년 연속 별 5개를 받았다.
운전은 쉽게, 승객은 편하게, 짐은 한가득. 4,790만 원에 이런 효용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선택의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한 가지 잠재적 구매자들의 신경에 거슬리는 부분은 연비다. 복합연비로 1리터당 8.8km를 달린다(도심 7.4/고속도로 11.3).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주는 정숙성과 힘을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안락한 이동을 즐기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고민거리는 아니다. 연비를 제외하면 장점이 너무나 많은 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을 즐기는 4인 이상 가족에게는 ‘끝내주는’ 차임에 틀림없다.
미니밴이 가진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공간 활용성에 있다. 오딧세이는 3열 7인승으로 좌석을 구성한다.
1열엔 운전석과 조수석, 2열엔 독립된 좌석 2개, 3열엔 완전히 접을 수 있는 3인석 좌석이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