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춤형 화투

스톱은 한국인에게 도박이라기보다는 국민오락에 가깝다. 하지만 고스톱의 도구인 화투가 일본에서 전해진 탓에 화투 속 그림이 왜풍 일색이라는 부분에 적잖은 사람들이 심리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고도리, 사쿠라 등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서울에 거주하는 정 모씨는 기존 화투에서 왜풍을 벗겨낸 한국형 화투를 개발,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이 화투의 특징은 모든 이미지가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정신을 담고 있다는 것. 일례로 광패는 일본을 상징하는 광(光) 대신 복(福)자를 넣었고 그림도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광개토대왕으로 대체해 민족화합과 국토수호의 정신을 담았다. 또한 홍단, 청단, 초단의 경우 각각 신라, 고구려, 백제가 됐으며 1월부터 12월까지의 패는 십이지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형상화했다.

이 화투는 게임방법과 명칭도 조금 다르다. 오광은 오복이라 칭하고, 영락대제를 제외한 사방신 4장을 모으면 사방수호신이라 하여 10점을 얻는다. 고도리는 오작교로 부르며 2월, 4월, 8월의 10끗짜리 패가 아닌 3월, 4월, 7월의 패 3장을 모아야 한다.

특허청은 아이템의 의미를 인정한 듯 실용신안 등록을 허락했다. 2006년 ‘한투(韓鬪)’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도 이뤄졌다. 하지만 새로운 룰에 대한 부담이었는지 생각만큼 호응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2011년 등록료 불납으로 출원인 스스로 실용신안권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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