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키즈 상품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국대 최대 백화점 업체인 롯데백화점에서는 2010년 아동 상품군 매출이 18.4% 증가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요즘 ‘골드 앤트(Gold Aunt)’라는 말이 유행이다. 조카들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고모나 이모를 가리키는 말이다. 저출산 기조가 길어지면서 아이들 수는 줄어들었지만, 친족들 사이에서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쓰는 비용이 늘면서 키즈 관련 유통산업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이다.
일가친척이 모였을 이번 추석을 상기해보자. 꼬맹이 한 명의 행동에 고모, 이모를 비롯한 온 친척의 시선이 쏠려 있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 백화점 진열대의 옷가지들을 보면서 조카에게 입혀놓으면 천사가 따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 온갖 선물공세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흔한 골드 앤트의 모습이다. 여기서 조카의 선물거리를 한번 고민해보자. 무엇이 떠오르는 가? 아마 거의가 옷, 신발, 장난감 등을 떠올릴 것이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이상 거의가 백화점, 아울렛 등 대중화된 유통산업군 내에서 구매를 해결하는 것들이다. 이는 굳이 골드 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동일하다. 키즈산업을 살피는 데 있어 유통산업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유통산업군 중에서는 특히 백화점이 이런 흐름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백화점 업체들 가운데서는 1979년 설립된 롯데백화점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42개 점포로 전체 업계 1등이다. 올해 1분기에는 2조140억 원 매출을 올려 업계 2, 3위인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9,794억 원 매출액 합계보다 2배이상 큰 격차를 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아동 상 품군 매출은 꾸준히 늘어왔다. 한 번도 역성장한 적이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10년 이전과 이후 매출신장률 차이다. 2010년 이전 3%대였던 아동상품군 매출신장률은 2010년 들어 18.4%로 치솟았다. 불황의 절정이었던 지난해에도 5.5%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백화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아동 상품군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나누면 의류와 잡화로 나뉜다. 잡화는 의류를 제외한 생활용품 및 건강용품을 모두 포함한다. 사실상 ‘의류’와 ‘의류가 아닌 것’ 두 가지로 분류되는 셈이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의류 관련 상품과 수요,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90%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 종사자들 모두 아동 관련 상품군 매출액과 상품 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백화점 업계 키즈산업 키워드는 ‘합리적 소비’와 ‘다양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근래 ‘로열 베이비’ 등의 이름 으로 고가 키즈상품들 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가 언론에 많이 등장했으나 업계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다소 의외의 대답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말한다. “키즈산업에서 고가상품이 인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일부 수입업자들이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입 고가 용품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요. 이슈가 되니까 언론에서도 재인용하고 했는데 실제 유통업계에서 체감하는 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고가 키즈상품들은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될 만큼 전체 시장이 크게 늘거나 하진 않습니다.”
김주영 LG생활건강 브랜드 매니저는 말한다. “이유식, 기저귀 등 유아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품들도 가격 민감도가 큽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스마트해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해요. 고가 상품들이 이름값이나 가격 차이만큼 기능적으로 우수하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거든요. 실제 판매 신장률을 봐도 일반 상품이 더 높습니다.”
요즘 부모들이 스마트컨슈머 성향을 보이면서 각 상품군의 쏠림현상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엔 특정 유아상품 붐이 일면 그쪽으로 수요가 몰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전체적인 트렌드라고 할 만한 ‘한 가지’를 꼽기가 어렵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트렌드가 골고루 소비되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키즈상품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2010년을 정점으로 아동 상품군 매출 상승폭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이어가겠지만 과거처럼 폭발적인 성장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말한다. “키즈상품 유통시장의 성장은 앞으로 출산율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기울기가 아주 완만한 형태로 변해갈 겁니다. 플러스 성장을 유지 하는 정도로 말이죠. 결국엔 매출 신장률이 1%대로 수렴해 출산율과 거의 동조화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