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vs실버/유한킴벌리] 실버 시장의 개척자, 공유가치로 시장 창출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키즈 산업 vs 실버 산업

‘착한 기업’ 유한킴벌리는 공유가치창출이라는 전략을 통해 직접 실버 시장을 만들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지난 9월 3일 서울 종로 낙원상가 4층. 노인들을 위한 실버 영화관으로 운영되는 ‘허리우드 클래식’ 극장의 로비 한편 에 ‘골든프렌즈’라는 작은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생활용품을 파는 매장이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심심풀이 차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20㎡ 남짓한 매장에는 요실금 팬티를 비롯해 틀니 소독기, 염색약, 고운발 크림, 체취 제거제 등 수십 종의 시니어 용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직원 최종례(65·여)씨가 친절한 미소로 고객을 맞으며 제품을 소개했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심심풀이 차 매장을 둘러보세요. 디펜드 스타일 팬티나 기능성 벨트, 일반 생활용품 같은 제품이 잘 나가는 편이에요.” 최 씨의 말이다.

골든프렌즈는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노인용품 전문매장이다. 유한킴벌리는 실버 산업이 본 격화하는 것을 대비해 다각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실체 없는 대비만 하는 대부분의 기업과 달리 유한킴벌리는 구체적인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우선 실버 전문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10월 ‘디펜드 스타일 팬티’를 출시했다. 요실금으로 불편을 겪는 노인을 위한 제품으로 기존의 성인용 기저귀를 대체하는 상품이다. 팬티 대신 입을 수 있어 속옷을 입은 듯 표시가 나지 않고 활동성이 뛰어나다.

성인용 기저귀와 팬티는 실버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선 연간 성인용 기 저귀 판매량이 유아용 기저귀 시장을 넘어섰을 정도다. 유한킴벌리는 유아용 기저귀, 생리대 등 기존의 제품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 자연스레 실버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디펜드 스타일 팬티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29% 성장했다. 3월에는 호주 수출을 시작했다. 호주 요실금 팬티 시장이 연간 700억 원 규모에 이르는데, 유한킴벌리는 올 연말까지 10% 판매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펜드 스타일 팬티는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아무리 요실금이 있는 노인이라도 기저귀를 찬다는 사실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가벼운 팬티 스타일로 이를 개선했다. 활동성을 극대화 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60~70대는 더 이상 무기력한 노인이 아니다. 이들은 노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파고다 공원에서 장기를 두는 것보다 더욱 활동적인 인생 노년기를 꿈꾸고 있다. 한 TV 프로그램 ‘꽃보다 중년’이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유한킴벌리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을 단순한 제품 개발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공감대로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유한킴벌 리는 활동적이고 행복한 시니어상을 정립해 시니어들이 생산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고, 소비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액티브 시니어야말로 고령화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실버 시장을 창출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유한킴벌리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추진팀의 손승우 부장은 말한다. “우리는 이 같은 인식전환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시니어 비즈니스와 연계하려 하고 있습니다.”

CSV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창안한 개념으로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동시에 사회 공익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CSR이 기업 이익 중 일부를 떼어내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 분배 행위라면 CSV는 가치 창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CSV의 일환으로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작년부터 시니어 산업의 발전과 노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10개 소기업을 선발해 연구개발과 장비임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이용한 치유 전문가를 양성하는 ‘폴랑폴랑’, 시니어 건강과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텃밭을 보급하는 ‘에코11’, 아이들 안심통학과 멘토링을 시니어와 연계해주는 ‘한국갭이어’, 시니어 심리케어 및 인생설계 컨설팅을 하는 ‘제타랩’ 등을 돕고 있다. 또한 유한킴벌리는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지난해부터 ‘더 편리한 생활용품 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노년층을 위해 편리하고 혁신적인 생활용품을 제조·서비스하는 소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소기업을 육성하고, 노년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차원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이어 9월 세 번째 공모전을 진행했다.

지난 공모를 실시해 노년층을 위한 기능성 구두, 분실물 방지 서비스, 패션 돋보기, 동물치유 등의 사업을 하는 10개 기업을 선정해 육성해왔으며 9월에도 5개 소기업을 추가 선정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브랜드·기술 연구개발, 특허출원, 기계·장비임대 등에 필요한 자금 등을 기업당 1,000만~5,000만 원 지원한다. 모든 비용은 유한킴벌리 액티브시니어 기금을 통해 지원되며 2013년 전체 기금규모는 총 5억 원이다. 공모를 통해 개발한 상품은 ‘골든프렌즈’ 같은 매장에서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모니터링 한다. 골든프렌즈는 그 자체로도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매장이다. 시장기회를 찾는 전진기지일 뿐 아니라 시니어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매장 직원 최종례 씨 역시 전직 간호사 출신 은퇴자다. 최 씨는 지금 생활에 크게 만족한다. “이 나이에 사회 일원으로 소속돼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더 젊어지는 느낌이에요. 극장 손님들도 저처럼 일자리를 얻을 수 없냐며 부러워하곤 하세요.” 최 씨의 말이다. 유한킴벌리는 남다른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유가치창출로 기업 경영의 모범사례를 또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 시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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