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G25 스마트’ 모델을 내놓았다. 기존 ‘G25’모델에서 500만 원 이상 가격을 내리고도 성능이 괜찮은 녀석이라 깐깐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합리적 가격에 스포츠세단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G25 스마트’를 만나본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마음에 든다. 힘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가격까지 착하다. 착한 가격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인피니티 ‘G25’를 다시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다. ‘G25’가 국내 시장에 선보인 건 2011년 초다. 인피니티가 최초로 내놓은 배기량 3,000cc 이하 모델이었다. 기자가 탄 시승 차량은 최근 가격인하로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G25스마트’ 모델이다. 인피니티가 판매 확대를 위해 내놓은 G시리즈의 엔트리급 스포츠세단이다. 기존 ‘G25’ 모델의 소비자 가격을 4,340만 원에서 3,770만 원으로 570만원이나 낮췄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인해 20~30대 고객들이 몰려 들면서 시장에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G25 스마트’는 지난 6월 사전계약을 받고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인피니티 측은 “지난해 본사를 홍콩으로 이전하며 2016년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50만 대까지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며 “국내 가격인하는 이러한 브랜드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인기 모델인 ‘G25’ 모델의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국내 20~30대 소비자가 구입한 수입차는 총 1만9,742대다. 전체 수입차 개인 구매 고객 가운데 44.5%를 차지했다. 이들의 지갑이 상대적으로 얇은 까닭에 수입차 업체들은 인피니티 ‘G25 스마트’처럼 실속과 기능을 겸비한 3,000만 원대 엔트리카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인피니티는 지난 7월 ‘G25 스마트’가 본격 판매된 이후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상반기 월 평균 20대 수준이었던 ‘G25’ 판매량이 ‘G25 스마트’ 모델 출시 이후인 7월과 8월에 각각 35대와 62대로 늘어났다. 인피니티 측은 전체 차량 판매도 전년 8월 대비 0.9% 늘어났다고 밝혔다.
상품성 유지하고 가격 낮춘 ‘스마트’ 모델
‘G25’는 겉모습에서 후륜구동 차량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휠베이스를 연장하고 세로 길이가 짧은 V6 엔진을 탑재했다. 덕분에 엔진룸이 실내공간을 침범하지 않고도 앞바퀴 축을 최대한 앞쪽으로 빼낼 수 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앞뒤 오버행이 짧아져 역동적이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
볼륨감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전면부에선 인피니티만의 개성을 읽을 수 있다.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후드와 펜더는 유려하지만, 일본도에서 모티브를 따온 라디에이터 그릴은 날카로운 인상을 풍긴다. 근육질 몸매에는 15스포크 17인치 휠이 끼워져 있고, 빵빵한 뒷모습에선 듀얼 머플러도 확인할 수 있다.
‘G25 스마트’모델은 엔트리 차량인 만큼 화려한 치장보다는 수수하고 간결하게 내부를 꾸몄다. 기존 ‘G25’에서 사용한 우드 트림 대신 무광 실버 트림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G25 스마트’ 모델은 소위 말하는 ‘깡통’차량이 아니다. 인피니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있을 건 모두 갖추고 있다. 스마트키, 운전석 메모리 시트와 조수석 전동시트(물론 가죽으로 만들었다), 바이제논 헤드램프, 선루프, 크루즈컨트롤이 기본으로 달려 있다. 대시보드 중간에 있는 AV,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7인치 컬러모니터와 그 바로 아래 아날로그 타입 시계도 기존 모델과 다르지 않다. 도장면에 생기는 잔손상을 스스로 없애주는 스크래치 쉴드 페인트도 당연히 적용했다.
10개 스피커를 통해 생생한 음향을 전달하는 ‘G25 스마트’의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도 이 가격대 세단에서 보기 힘든 고급사양이다. 오히려 좋아진 부분도 있다. 눈에 띄는 건 새롭게 선보인 한국형 내비게이션이다. 지니맵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은 ‘G25 스마트’에 추가된 부분으로, 7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용해 조작이 훨씬 쉬워졌다. 굳이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하면 기존 엔진오일 10회 무상교환 서비스가 4회로 줄어든 것을 들 수 있다.
2,85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동급 경쟁모델 가운데 가장 넓은 수준이다. 덕분에 뒷좌석은 물론 트렁크 공간까지 넉넉한 편이다. 뒷문은 80도 각도로 활짝 열린다. 뒷좌석 레그룸은 넉넉하다. 폭은 성인 세 명이 편하게 앉기엔 조금 비좁은 게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에 여유가 있다.
확실한 운전 재미
인피니티는 독일차와 비슷한 달리기 감성을 지녔다. 일본차는 나긋나긋하다는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거리가 있다. 가속페달, 브레이크 답력, 서스펜션, 핸들링, 조작 버튼 질감들이 모두 쫀쫀하다. 뭔가 헐렁하거나 덜컹대는 게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자세다. 말이 세단이지 이건 스포츠카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시트다. 스포츠 버켓시트는 아니지만 허벅지와 허리를 잡아주는 불스터가 제법 두툼해 운전 중 몸이 흔들리는 걸 막아준다. 왼발을 놓는 위치도 깊숙하고 반듯하다. 자연스러운 각도로 무릎이 구부려진다. 직경이 작은 운전대는 각도가 일반 세단보다 조금 더 서 있다. 전동식으로 각도와 앞뒤 간격까지 조정할 수 있어 편한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 기어봉위치가 절묘하다. 팔걸이가 팔꿈치 높이와 같은데, 기어봉을 잡으면 오른팔이 거의 90도 각도가 되면서 손 안에 쏙 들어온다. 한마디로 레이싱 선수 같은 자세가 나온다.
시야도 좋은 편이다. 차체가 낮고 사이드 미러가 크지도 않은데 신기할 정도로 주변이 트여 보인다.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주변차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운전자세가 좋고 시야가 넓은 만큼 운전자 의도대로 차를 움직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다.
역시 운전 재미는 배기량 큰 자연흡기식 가솔린 엔진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서 그걸 다시 한 번 느꼈다. ‘G25 스마트’는 6기통 2,500cc VQ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최고출력 221마력에 최대 토크는 25.8kg·m(4,800rpm)를 낸다.
2,500cc급 자연흡기 엔진에서 최대출력 221마력을 뽑아내는 건 쉬운 게 아니다. 복합연비는 1리터당 9.7km로 2,500cc급 스포츠세단임을 감안할 때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초기 반응은 묵직하다.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지긋이 터져 나오는 힘을 느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으로 최대 토크도 4,000rpm 이상에서 나온다. 고속으로 갈수록 끝까지 밀어붙이는 느낌이 운전자를 짜릿하게 자극한다.
수동모드가 포함된 7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모든 속도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빠른 변속을 위해 기어비 간격도 최대한 좁혔다. 더블 클러치 기어처럼 직결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지만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속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변속된다.
브레이크도 묵직하다. 초기엔 조금 무거운 듯 하지만 밟고 있을수록 끈끈하게 달라붙는 느낌이다. 고속주행 중 흔들림 없이 차를 멈춰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안심하고 속도를 낼 수 있다. 운전대도 무거운 편이다. 핸들링이 안정적이고 쏠림 현상도 크지 않다. 달리기에 충실한 세팅을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G25’는 앞쪽에 더블 위시본, 뒤쪽엔 독립식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민첩한 핸들링과 안락한 승차감을 노린 조합이다. 중·저속에서 부드럽게 노면을 다스리던 서스펜션은 고속에선 쫀쫀한 움직임을 보인다. 과속 방지턱을 세게 넘어가도 크게 덜컹대지 않고 묵직하게 대응한다. 에어서스펜션 따위를 쓰지 않았는데도 스마트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특함을 칭찬하고 싶다.
‘G25’는 2011년 미국 컨슈머 리포트가 실시한 ‘스포츠세단 테스트’에서 ‘퍼포먼스와 승차감의 완벽한 조화, 럭셔리한 감성품질과 향상된 연비, 높은 가격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G25’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즐기기에 적합한 스포츠세단의 성격이 강하다. 주행성능과 순발력이 발군이다. 하지만 느긋이 운전하면 패밀리세단으로 쓰기에도 흠잡을 데가 없다.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피니티 G시리즈는 한 번은 타봐야 할 차량이다. 검증된 성능을 자랑하는 ‘G25 스마트’ 모델이 합리적 가격으로 우리 곁에 한 발짝 더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