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전기 무인항공기가 뜬다

HIGH ALTITUDE LONG ENDURANCE ELECTRIC UAV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전기 무인항공기 EAV-2H가 최근 만 하루를 넘어서는 25시간의 국내 최장 비행기록을 수립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은 앞다퉈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불리는 자동차나 산업계에 집중됐던 규제가 항공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상태다.

항공분야의 CO₂ 배출량은 전체의 2~3% 수준에 불과한 반면 높은 고도에서 대기에 직접 배출되는 만큼 오존층 파괴와 같이 실질적인 환경적 폐해는 결코 적지 않다. 항공우주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경우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항공산업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고자 ‘클린 스카이’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1조 달러 시장을 선점하라

이와 맞물려 대기와 해양 모니터링, 산불 및 국경감시 등을 위해 고도 20㎞ 정도의 성층권에서 장기간 체공하는 일명 고고도 장기체공(HALE) 무인항공기와 관련해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같은 고고도 무인기는 기본적으로 성층권의 극한환경을 견뎌낼 내구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추진시스템 개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

특히 업계는 이 난제를 풀 해법으로 태양전지와 전기모터,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 동력 무인기를 꼽는다. 전기 무인기는 전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를 포함해 그 어떤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실 안석민 박사는 “친환경 전기 추진시스템을 항공기에 적용하는 기술은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우리나라가 미래 항공교통시스템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안 박사는 이어 “항공기 전기추진시스템은 1조 달러가 넘는 자동차시장에 육박하는 거대산업으로의 성장이 예견된다”며 “태양전지와 배터리의 효율 향상과 더불어 성층권의 극한환경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고효율 모터,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높은 추력을 내는 프로펠러 기술등에 다각적 연구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기 무인기는 앞서 언급했듯 국가적·사회적·산업적 활용도가 탁월하다. 고고도에서 대기 상태와 해양 생태계 오염을 감시·모니터링할 수 있고, 연안지역 경비와 산불 감시에도 효율성이 높아 국가안보 및 재난대응능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24시간 끊임없이 실시간 영상정보 취득이 가능한 덕분에 경제적 부가가치도 누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영상정보 기반 공간정보산업 시장규모가 연간 40%의 성장을 구가, 오는 2015년 45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안 박사는 “무인기는 위성보다 낮은 고도에서 운용돼 30㎝ 이하의 목표물을 정밀 식별할 수 있고, 통신지연도 없다는 게 장점”이라며 “환경 재난, 핵위험, 테러 위협, 지역분쟁 위험에 대한 실시간 감시·관측 데이터를 분석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의 야간비행

우리나라 역시 항우연이 지난 2010년부터 연료전지와 태양전지, 2차전지를 탑재한 EAV-2H를 설계·제작하고 시험비행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대 초 성층권 무인 비행선을 개발해 전기추진 방식으로 3㎞의 고도에서 3시간 체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며, 2005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무인기 ‘두루미’로 고도 3㎞, 10시간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태양전지 일체형 복합재 날개 설계 및 제작기술, 연료전지·태양전지·2차전지의 하이브리드 전원 및 추진기술, 자동 이·착륙 및 강건한 비선형 알고리즘 기술 등 HALE을 구현할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항우연의 전기 무인기 EAV-2H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비행고도가 지상 5㎞에 도달했고, 만 하루를 넘는 25시간 40분간의 무착륙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EAV-2H는 지난달 12일 밤 10시 30분 전남 고흥항공우주센터에서 이륙, 14일 오전 12시 10분경 무사히 착륙했다.

햇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태양전지 항공기의 경우 태양이 뜨지 않는 시간에 이뤄지는 야간비행은 태양전지와 배터리의 효율은 물론 항공기와 시스템의 설계 전반에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25시간 40분이라는 시간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한편 EAV-2H는 전폭 11m, 중량이 20㎏의 초경량 전기 무인기로 고강도 경량 소재인 탄소복합재로 동체를 제작했고, 주날개 위에 비결정질 태양전지를 부착했다. 또한 첨단 비행 제어 컴퓨터와 지상 관제 장비를 활용해 자동비행이 가능하다.

항우연은 일반 항공기가 도달할 수 없는 성층권에서 수 주일~수 개월간 체공하며, 지상 관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기 HALE 무인기 개발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안 박사는 “현재 EAV-2H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EAV-3를 설계 중에 있다”며 “오는 2015년까지 20㎞ 고도의 성층권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ALE High Altitude Long Endurance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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