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성능 타이어 앞세워 글로벌 톱5 진입 초읽기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⑧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에는 따라 붙는 타이틀이 많다. 국내 최초의 타이어 전문기업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타이어를 판매한 기업 등이다. 국내 1위 타이어 기업이라는 상징성도 여전히 굳건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마케팅에는 이런 부분이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무슨 까닭일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검은색 SUV 차량 한 대가 어두운 도시 한복판의 젖은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도로 위로 뛰어든 검은색 래브라도 강아지 한 마리. 차량은 크게 휘청이며 핸들을 꺾는다. 미끄러운 빗길에 육중한 SUV 차량이 밀릴 만도 하지만 차량은 끝까지 자세를 유지하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극한의 상황에서 타이어가 차량의 무게중심을 끝까지 컨트롤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중저음의 내레이션.

‘자동차가 한계를 만날 때 타이어의 능력은 시작된다.’ 위에서 묘사된 상황은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능력’ 광고 시리즈 중 가장 최신편인 ‘핸들링’ 편이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 ‘제동편’을 시작으로 ‘친환경편’ ‘가속편’ 등의 광고 캠페인을 선보여왔다. 이들 광고는 기존 타이어 업계의 서비스 설명식 광고 패러다임을 과감히 탈피했다. 메인 스토리가 없음에도 마치 한편의 선 굵은 영화를 본 것 같은 중압감도 느껴진다. ‘타이어 능력’ 혹은 ‘기술력’은 한국타이어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이미지로 고착화되었다. 어떤 브랜드든 ‘친근한’ 이미지를 쌓기는 쉬워도 ‘기술력’ 이미지를 쌓기는 어렵다. 제품의 품질이나 기술력에 대한 광고의 경우, 소비자들이 완강히 마음의 벽을 쌓고 불편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성공했다. 광고를 광고 주체와 소비자 간 대결로 봤을 때, 한국타이어는 소비자들에게 KO승을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거리낌 없이 한국타이어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그 자신감을 인정한다. 한국타이어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의 빗장’을 연 것일까?

KO패를 당했다고 해서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근거 없는 이미지에 현혹된 것이라면 반칙패의 억울함을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철저히 검증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광고를 시청한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이미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어느 정도 사전정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은 친환경 타이어와 초고성능 타이어 두 부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타이어라는 단일 제품군에서 친환경 기술과 초고성능 기술은 사실상 업종과 관련된 기술 전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친환경 타이어는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타이어 업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경쟁력은 이미 세계 여러나라 기업들의 주요 과제가 됐으며 타이어 업계 역시 최근 친환경 상품 및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타이어의 원리는 간단하다. 같은 힘 또는 에너지를 가했을 때 더 멀리 나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 액셀레이터를 더 적게 밟게 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료 소비를 줄이는 원리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타이어의 트래드와 무게, 재질, 재료 혼합 비율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앙프랑 에코 Enfren Eco’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앙프랑 에코 브랜드는 현재 총 21개 규격으로 출시돼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타이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가 시행된 게 2012년 12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타이어의 친환경 관련 기술 개발이 얼마나 선도적이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높은 기술력의 상징인 친환경 타이어 중에서도 한국타이어의 앙프라 에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앙프라 에코는 일본 타이어 공정거래협회가 주관한 ‘저연비 타이어 라벨링 제도’에서 일본에 수입·판매되고 있는 수입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AAA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AAA등급은 저연비 타이어 라벨링 제도 최고 등급이다.

한국타이어는 초고성능 타이어 분야에서도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최상의 안정성을 확보, 극한의 노면 조건에서도 고속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타이어를 말한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최근 타이어 업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이전에는 스포츠카나 특수 제작된 차량에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엔 고성능 및 고배기량 차량이 증가하면서 초고성능 타이어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7년 3,227억 원에 불과하던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은 2012년 1조7,790억 원으로 급증했다. 5배가 넘는 성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흥시장 매출이 급격히 늘어 1년 만에 86.5%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는 도요타,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초고성능 타이어 공급 비중이 높은 이들 업체의 매출이 2012년 기준 전년 대비 27.6%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

한국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에 대한 인기는 전적으로 타이어 성능의 우수성에 기인한다.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 제품 중 하나인 ‘벤투스 V12 에 보VENTUS V12 evo’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드라이버의 타이어 성능 테스트에서 미쉐린, 피렐리 등 쟁쟁한 9개 경쟁 브랜드들을 제치고 노면 주행 및 저소음 부문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세계무대에서 친환경 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에 대한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이 주목 받자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에 국내 타이어 기업 최초로 신차용 타이어(OE·Original Equipment) 공급을 시작했다. 아우디와 BMW에 이어 벤츠까지 OE 공급에 성공함으로써 한국타이어는 독일 3대 명차 브랜드에 모두 OE를 공급하는 그랜드 슬램도 달성하게 됐다. 전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업체는 브릿지스톤 Bridgestone과 미쉐린 Michelin, 굿이어 Good Year, 콘티넨탈 Continental, 피렐리 Pirelli 등 5곳에 불과하다. 한국타이어는 1999년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현재 세계 24개 회사에 OE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완성차 브랜드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쾌속질주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 타이어 시장이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와중에도 한국타이어는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의 성장을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 순위도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미국 유력 타이어 전문지인 ‘모던타이어 딜러 Modern Tire Dealer’ 발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세계 타이어 기업 매출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2006년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입성한 이후 6년째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이면 글로벌 5위까지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가 되면서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전략도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이미 2000년 초·중반부터 나타났다. 간단한 예로 한국타이어의 수식어를 생각해보자. 한국타이어 수식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타이어 기업’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용타이어를 판매한 기업’ ‘대한민국 1등 타이어 기업’ 등이다.

이제 한국타이어는 더 이상 이런 이미지들을 강조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이미지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메인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 브랜드를 넘어서 글로벌 브랜드가 된 한국타이어에게 국내 최초·최다 1위라는 메시지는 더 이상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이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타이어는 기술력 향상에 대한 자사의 노력과 성과를 집중적으로 포지셔닝해왔다. 국내시장의 껍질을 깨고 나와 세계시장을 마주한 한국타이어에게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기술력만큼 중요한 키워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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