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기반 SNS에 ‘돌직구’를 날리다

안병익 씨온 대표 인터뷰

그가 날린 돌직구가 국내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LBSNS)시장을 제대로 강타했다. 위치기반 SNS ‘씨온’의 안병익 대표(45)는 20여 년의 내공이 담긴 묵직한 돌직구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위치기반 SNS서비스인 ‘씨온’의 안병익(45)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씨온의 연 매출은 10억 원 남짓. 그리 크지 않은 매출이지만 숫자 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씨온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위치기반 SNS인 씨온의 사무실은 하루 유동인구 100만 명의 서울 최대 번화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번화가답게 술집, 음식점, 커피숍 등 다양한 점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런 가게들은 모두 씨온의 수익 기반이 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점포의 ‘빈자리’는 모두 씨온의 수익과 직결될 수 있다. 무슨 뜻일까?

안 대표는 말한다. “저희 서비스의 기본은 점포의 비어 있는 좌석을 손님과 연결시켜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가게에는 직접적인 매출을, 손님에게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안 대표가 지난 2010년 창업한 ‘씨온’의 가장 큰 대표 서비스는 모바일 위치기반 SNS ‘씨온’이다.

위치기반 SNS 씨온은 놀이의 개념을 도입한 지역 추천 서비스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자신이 방문한 강남역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글을 씨온 앱에 올린다. 이를 씨온에서는 ‘체크인’이라고 부른다. 이후 강남역 인근에서 레스토랑을 찾는 씨온 사용자들은 앱을 통해 다른 사람이 체크인한 점포를 확인하고 후기를 본 뒤, 방문할 곳을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사용자는 각 지역에서 체크인한 횟수에 따라 그 지역의 ‘캡틴’이 될 수 있다. 체크인을 많이 할수록 캡틴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캡틴이 되면 지역 체크인 수에 따라 포인트를 받고, 그 포인트는 실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씨온 서비스는 안 대표가 20여 년간 갈고 닦은 위치기반 기술경쟁력의 산물이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위치기반 기술전문가’로 업계에서 손꼽혀 왔다.

안 대표는 지난 1993년 KT(전 한국통신)산하 한국통신연구개발센터의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창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개발자로서 살아가길 원했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안 대표는 회사 입사 후 퇴사를 결심한 1999년까지 무려 30여 개의 지리정보 시스템(GIS) 특허를 출원했다. 한창 때는 1년에 10개까지 특허를 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주위에서는 안 대표를 ‘특허 제조기’라고 불렀다.

안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창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애초부터 연구원을 원했고 그래서 KT 입사 당시에도 연구소를 택했죠. 왜냐고요? 흔들림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그에게 창업의 기회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바로 사내벤처 제도였다. 1998년 IMF사태 이후, KT는 사내벤처 제도를 시행했다. 안 대표에겐 손해 볼 게 없는 기회였다. 사내벤처가 망해도 언제든 본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당시 안 대표는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와 통신서비스를 결합한 생활지리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벤처는 곧 사업 시작을 의미했기 때문에 그도 처음에는 망설였다. 연구원이 천직이라고 믿었던 안 대표에게 사업은 낯선 영역, 그 자체였다.

“당시 함께 일하던 부장님이 같이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절대 안 한다고 버텼죠. 그런데 망해도 돌아올 수 있으니 한번 부딪쳐나 보자는 유혹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이후 안 대표는 지난 2000년 4월 위치기반 솔루션 업체인 포인트아이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벤처세계에 뛰어들었다.

설립 초기에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휴대폰 보급 증가와 위치정보에 대한 높아진 관심 덕분에 국내외를 막론한 다양한 사업 수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곧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투자환경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직원 월급이 밀리는 것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친구 찾기’ 등 다양한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 출시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연 매출 130억 원을 달성한 포인트아이는 지난 2006년 코스닥 상장 이후 매각절차를 밟게 되었다.

안 대표는 매각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상장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힘만으론 무리가 있더군요. 그런 와중에 좋은 제안이 들어왔어요. 시장 판도를 바꾸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회사 매각 이후 안 대표는 잠시 숨을 고르며 또 다른 사업을 구상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위치기반 SNS였다. 통신사 및 단말기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서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와 직접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특히 그의 창업 욕구를 자극했다.

안 대표는 말한다. “지역정보를 가장 잘담을 수 있는 플랫폼은 위치기반 SNS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다수 매장이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죠. 이러한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분명 시장 창출의 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씨온은 최근 출시한 역 경매 앱 ‘돌직구’의 흥행몰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돌직구 사용방법은 획기적이다.

실제로 직접 저녁 회식을 위해 돌직구 앱을 사용해봤다. 돌직구 앱에 접속해 충정로(지역), 오후 7시(시간), 8명(인원), 10만원(예산), 직장회식·금연실 사용(내용)등 회식 계획을 등록했다. 등록 후 약 1시간 만에 40여개에 달하는 주변 음식점들이 입찰에 나섰다. 가게들은 저마다 가격 할인, 서비스 제공 등을 내세우며 회식 유치에 열을 올렸다.
현재 돌직구 가맹 점포는 전국적으로 약 1,000여 개 수준이다. 아직 가맹 시스템은 무료로 운영된다. 안 대표는 돌직구가 시장에 안착한 이후, 유료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씨온의 다양한 서비스는 대부분 소상공인과 연계돼 진행된다. 때문에 씨온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에 부합된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대표는 처음부터 소상공인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계획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KT 재직 당시만 해도 전국 주요업종을 다룬 전화번호부가 일상적으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등재된 영세 점포 전화번호 중 연간 30%가 바뀌더군요. 쉽게 말해 등록된 가게 중 30%는 1년을 못 버티고 망한다는 겁니다. 2년을 넘기는 비율도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현재 민간 소비시장 규모는 약 700조 원. 이 중 온라인 커머스는 약 50조 미만으로 아직 대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과 ICT 접목을 통해 골목상권을 온라인화시키고 스마트한 소비 트렌드 조성과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바로 그것이 바로 씨온과 안 대표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다.

향후 안 대표는 씨온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 소상공인들에게 실시간 마케팅 서비스 및 상권 분석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펼칠 방침이다. 현재 씨온이 보유한 상점체크인 정보는 무려 1억2000만 건에 달한다. 지금도 끊임없이 누적되고 있는 데이터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 분명하다.

씨온의 성장과 더불어 국내 버티컬 SNS시장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버티컬 SNS는 음식, 문화, 시사 등 특정 관심사에 대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대화하는 비(非)지인 지향 서비스를 의미한다. 씨온도 넓게는 버티컬 SNS범주에 포함된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가 대표적인 버티컬 SNS다.

안 대표는 말한다. “주류 SNS인 페이스북, 트위터가 거대 포털 사이트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시점에서, 버티컬 서비스 성장은 SNS 시장판도 변화를 예감하게 합니다. 기존 지인 간 네트워크에서 피곤함과 목마름을 느꼈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시장뿐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도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3년은 씨온과 안 대표에게 있어 중요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야심 차게 선보인 돌직구가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씨온과 유사한 형태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포스퀘어’와의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안 대표에겐 자신감이 있다. 포스퀘어가 SNS의 기본요소인 ‘정보 교환과 소통’ 측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만큼, 씨온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선 베타버전 출시 이후 국내 정서와 비슷한 중국과 일본에 로컬 비즈니스 관련 현지 법인 또는 파트너와 제휴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할 예정입니다. 내년 초에는 다국어 서비스를 필두로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할 생각이에요.”

안 대표와 씨온은 신규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0월 출시한 ‘식신’ 앱은 음식점 방문자들이 남긴 리뷰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뒤, 그중 베스트를 모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현재 서비스 중인 돌직구 역시 음식점, 뷰티 중심에서 여행,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해 제휴매장을 연말까지 1만 곳 이상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국내 위치기반 SNS 대중화를 알린 씨온의 궁극적 목표는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되는 것이다. 안 대표의 개인적 목표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벤처, 나아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로컬 정보서비스 문화를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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