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럭셔리 비즈니스 항공기

SONIC FLIGHT WITHOUT SONIC BOOM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 등 두 종류의 추진장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엔진이 녹색성장 기조를 타고 다수의 자동차 모델에 채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친환경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려는 야심찬 시도가 진행 중이다. 영국의 항공우주기업 하이퍼마하가 개발 중인 마하 4.5의 ‘소닉스타(SonicStar)’가 그 주인공. 게다가 이 기업은 전기모터와 터빈기관을 포함한 독특한 조합의 하이브리드 엔진을 통해 초음속 항공기의 최대 골칫거리인 소닉붐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에는 자동차와 항공기를 막론하고 전기모터 추진시스템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자연에너지로 발전을 한다면 전기만큼 깨끗하고, 풍족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모터는 아직까지 배터리 용량의 한계 탓에 성능이나 작동가능 시간이 기존 내연기관 엔진보다 크게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개념 하이브리드 엔진을 활용해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겠다는 기업이 있어 글로벌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의 항공우주기업 하이퍼마하. 이 기업은 2011년 파리 에어쇼에서 ‘초음속-자기(磁氣) 차세대 제트 전기 터빈(S-MAGJET)’이라는 미래형 하이브리드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 마하 4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초음속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발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S-MAGJET은 쉽게 말해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터빈기관을 융합한 엔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실체가 없는 개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항공기 설계의 기본 전제조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전기 기반 추진장치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항공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2시간만에 뉴욕-두바이 이동

일반적으로 초음속은 마하 1 이상, 극초음속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가리킨다. 소닉스타의 경우 최고 목표속도가 극초음속에 조금 모자란 마하 4.5, 항속속도는 4.4를 지향하고 있다. 하이퍼마하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러그는 소닉스타가 극초음속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전 세계 항공여객 운송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마하 4.4의 속도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뉴욕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단 2시간 8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서울에서 뉴욕까지는 2시간 미만이다. 기내에서 영화 한 편도 다 보기 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다면 뉴욕에서 때맞춰 아침식사를 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하이퍼마하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소닉스타의 주요 사양은 이렇다. 먼저 동체는 티타늄 합금과 탄소-나노 복합재를 사용해 제작할 계획이다. 일반 알루미늄 합금은 마하 4 이상의 속도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을 견딜 수 없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동체의 크기는 68.7×22.6×4.8m, 중량은 32.7톤 정도며 항속거리는 최대 1만2,000㎞, 순항고도는 지상 1만8,900m다.

또한 승무원 4명을 포함해 14~24명의 탑승이 가능하도록 설계, 정부 고위관리·외교관·기업 CEO 등 소수의 VVIP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포부다. 이와 관련 승객들의 수준에 맞춰 화물칸에 최신 의료장비와 초저온냉동고 등이 설치되며, 순종 경주마와 같이 값비싼 동식물들에 대한 수송능력까지 확보할 생각이다.

덧붙여 S-MAGJET 엔진을 위시한 소닉스타의 총 제조가격은 대당 8,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했으며, 2021년 첫 비행에 나서는 것을 기본 목표로 설정했다.



소닉스타의 심장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핵심은 앞서 언급한 S-MAGJET 엔진이다. 이것 없이는 소닉스타도 없다. 때문에 리처드 러그 CEO는 하이퍼마하와는 별도로 엔진 제작을 전담할 소닉블루 에어로스페이스를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 설립하고, 소닉스타 프로젝트를 세상에 공개하기 훨씬 전인 2005년부터 엔진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참고로 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X-43’ 극초음속 항공기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차세대 추진시스템 전문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S-MAGJET의 작동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 단계는 연료를 연소시켜 터빈 코어와 직접 연결된 초전도 발전기를 작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의 전기로 플라즈마 기체를 만들고, 이를 고속 분사해 팬과 압축기를 구동하는 형태로 추력을 얻는다.

러그 CEO는 또 서로 역방향으로 회전하는 2개의 팬을 엔진의 공기흡입구에 장착하여 공기역학성을 저해하는 소용돌이나 항력의 발생을 줄일 수 있으며, 일반 터보팬 제트엔진과 달리 S-MAGJET는 팬이 컴프레서와 떨어져 독립적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회전 효율(rpm)을 엔진에 맞춰 최적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엔진의 각 부품들이 독립 구동하는 덕분에 연료소비량 대 추력 변환 효율을 기존 제트엔진 대비 40~50%까지 증진시킬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30~35%의 연료소비량 절감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산화탄소(CO₂)와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입자 등의 유해물질 배출 저감에 의해 상당한 환경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소닉붐 킬러

S-MAGJET 엔진이 주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닉스타는 전자기력을 이용하는 S-MAGJET에 힘입어 초음속 항공기의 태생적 난제로 꼽히는 소닉붐(sonic boom)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소닉붐은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음 때문에 상당한 환경적 문제를 유발한다. 최초의 상용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지난 200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도 과도한 연료소비와 고가의 항공료에 더해 소닉붐이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닉스타의 경우 ‘전자기 난류 억제(EDR)’ 기술을 통해 소닉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하이퍼마하의 전언이다. 엔진의 전자기장으로 항공기 주변의 플라즈마를 제어, 공기저항을 완화시키는 EDR의 기능이 소닉붐 제거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 러그 CEO의 말을 빌리면 EDR이 이온화된 플라즈마를 가지고 항공기의 동체 전방에 일명 ‘전자기 진공(electromagnetic vacuum)’을 형성, 충격파를 흡수하면서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다.

뭔 소리냐고? 난해한 기술적 표현을 모두 거둬내면 소닉붐 자체가 음파에 의한 것이고, 음파는 공기라는 매질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소닉스타의 진행방향 전방에 진공상태를 구현해 소닉붐을 막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S-MAGJET 엔진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개념정립 단계지만 말이다.

이론을 현실로

결론적으로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소닉스타는 적어도 현재로선 공학적 현실감보다는 공학과학적 냄새가 한층 짙게 풍긴다. 그러나 추진기술과 플라즈마 제어기술, 전력 저장·관리 기술 등 소닉스타가 꿈꾸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반기술들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례로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보잉의 극초음속 항공기 ‘X-51 웨이브라이더’가 올해 5월 마하 5.1의 속도로 3분여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공기흡입식 항공기로는 역대 최장시간의 극초음속 비행이었다.

그리고 러그 CEO는 소닉스타와 S-MAGJET 엔진 개발을 위해 전 세계의 여러 우주항공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지금껏 소귀의 성과를 거뒀기에 머지않아 풍동시험에 나설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의 생각대로 풍동시험을 별 문제없이 마친다면 축소모델을 제작, 시험비행을 통해 주요 기술을 테스트하게 된다.

비단 소닉스타가 아니더라도, 또한 2021년이 아니더라도 이 같은 혁신적 도전들은 소닉붐에서 자유롭고, 환경친화적인 초음속 혹은 극초음속 항공기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SPEC]
동체
전장 68.7m 전폭 22.6m
전고 4.8m 중량 32.7톤

성능
항속속도 마하 4.4 최고속도 마하 4.5
항속거리 1만2,000㎞
비행고도 1만8,900m
이륙중량 최대 70.3톤
탑승객 14~24명 (승무원 4명)

엔진
종류 S-MAGJET 하이브리드 가스터빈 (2기)
추력 5만4,700lbf
연료소비율 추력 1lbf당 476g 이하


극초음속 항공기 프로젝트
HYPERSONIC PROJECT


스카일론 (Skylon)
영국 항공우주기업 리액션 엔진스에서 개발 중인 극초음속 항공기. 활주로에서 이륙한 뒤 마하 5.2로 가속, 로켓처럼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저궤도로 진입하는 우주궤도기다. 엔진은 화학로켓엔진과 제트엔진을 융합한 ‘세이버(SABRE)’가 탑재될 예정이며, 30명의 승객 또는 16.5톤의 화물을 싣고 비행할 수 있다. 2019년 처녀비행,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과의 도킹이 목표다.

팰콘 (Falcon Project)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미 공군이 전 세계 신속 타격 플랜의 일환으로 출범시킨 프로젝트. 마하 6의 속도로 전 세계 어디든 2시간 내에 타격 가능한 극초음속 폭격기 개발이 목표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이뤄진 시험기 HTV-2의 시험비행이 모두 실패로 귀결되며 프로젝트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현재는 연구방향이 적 방공망의 고속 돌파와 원거리 타격으로 변경됐다.

아바타 (AVATAR)
인도 국방부 산하 방위연구개발기구(DRDO)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함께 개발 중인 극초음속 항공기.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 최대 1톤의 화물을 싣고 일반 항공기처럼 활주로에서 이륙해 지구저궤도 비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한 뒤 다시 활주로에 착륙하는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연료는 액체수소를 사용하며, 100회의 이착륙을 견뎌낼 설계학적 내구성을 확보하고자 축소모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2
승객 300명을 태우고 최대 마하 5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여객기. 스카일론을 개발 중인 리액션 엔진스가 설계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두 기종의 외관이 유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스카일론과의 차이는 우주궤도용이 아니며,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세부적인 개발스케줄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회적 수요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25년 이내에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SR-72
록히드 마틴이 지난 1998년 퇴역한 세계 최초의 마하 3급 전략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후계 기종으로 미 공군에 제안한 마하 6급 극초음속 전략정찰기. 2030년 취역을 목표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미 공군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MAGJET Supersonic-Magnetic Advanced Generation Jet Electric Turbine
EDR electromagnetic drag reduction.
스크램제트 엔진 (scramjet) 일체의 가동 부품 없이 초음속으로 공기를 흡입, 연료와 함께 연소시켜서 추진력을 얻는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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