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쥐어짜기

SQUEEZING HEINZ

하인즈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3G에 매각된 지 넉 달이 지났다. 3G는 앤호이저 부시 Anhesuer-Busch와 버거킹 Burger King을 소유한 브라질 사모펀드로 연 매출 116억 달러를 기록하는 하인즈에서 혹독한 비용절감을 추진 중이다. 과연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by JENNIFER REINGOLD


지난 6월 하인즈의 최고 경영진 50명이 포시즌 샌프란시스코 호텔에 들어 섰을 때, 그들은 올해의 회장 주관 리더십 콘퍼런스(Chairman’s Leadership Conference)가 보통 때와는 다를 것임을 직감했다. 평소 팀워크 향상과 전략기획에 중점을 두는 이 행사는 정해진 수순에 따라 회의, 시장분석, 포도농장으로 유명한 나파 밸리에서의 와인 시음, 그리고 15년간 CEO를 역임해 온 빌 존슨 Bill Johson의 격려연설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존슨의 연설은 행동을 요구하는 진취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가 이끌어 온 144년 전통의 기업에 고하는 마지막 작별인사 같았다. 바로 10일 전 스마트 원스 Smart Ones부터 오레-아이다 Ore-Ida 냉동식품, 하인즈 빈즈 Heinz Beanz, 미국의 최고 케첩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소유한 하인즈의 인수거래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미국 식품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116억 달러의 매출을 자랑하는 하인즈는 290억 달러에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브라질 사모펀드 3G 캐피털 3G Captial에 매각됐다. 존슨은 이미 버나도 히스 Bernado Hees에게 CEO직을 넘겨준 상태였다(그는 3G가 투자한 버거킹을 운영한 바 있다). 경영진은 이미 하인즈의 매각이 결정된 마당에 이런 사외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 했다. 히스는 무자비한 비용절감으로 악명이 높았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가 지속되면서 대다수 경영진은 히스가 하인즈에 대한 새로운 비전-식품업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식품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을 말하기도 전에, 3G 스타일의 효율경영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들 중 절반은 15분마다 회의실로 호출을 받았다. 히스는 그곳에서 그들의 해고 여부를 통보했다. 그중 한 명은 “아무도 이런 일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황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리해고 작업이 끝났을 때 12명의 최고 경영진 중 11명은 해고되거나 교체됐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대부분 한때 그들 밑에서 일하던 임원들이나, 3G가 소유한 다른 회사에서 일하던 이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해고된 이들이 막대한 스톡옵션과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존슨은 모두 합쳐 2억 1,200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돈을 챙겼다.

해고된 직원들도 옛 동료들과 함께 연설을 듣고, 알카트라즈 Alcatraz 감옥 *역주: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로 유명한 알카트라즈 섬의 악명 높은 감옥 탐방 행사에 초대받았다. 해고통지를 받은 한 전직 임원은 “문은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행사장의 광경은 마치 초상집처럼 슬픔과 축하가 뒤섞여 있었다).

‘생존자들’은 수요일 아침 제트기가 대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본사가 위치한 피츠버그로 날아가 새로운 경영진으로 무장한 새로운 하인즈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하인즈의 부채는 거의 150억 달러에 이르며, 추가로 우선주 80억 달러와 그에 따른 분기별 배당금 9%를 버핏에 빚지고 있다). 버핏은 대개 인수 후에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는 비서를 통해 회사운영은 3G에 맡기고, 단순히 자금만 지원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버핏은 버크셔의 공동 대표 그레그 아벨 Greg Abel과 트레이시 브릿 쿨 Tracy Britt Cool 등 6명으로 구성된 하인즈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하인즈는 어떨까? 21명의 전·현직 임원들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하인즈에선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비용이 추궁당하고, 삭감되거나 사라진다”고 밝혔다. 인건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하인즈는 피츠버그 본사 직원 1,200명 중 약 350명과 북미지역 직원 250명을 감축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3G가 버거킹이나 앤호이저-부시, 브라질 물류회사 아메리카 라티나 로지스티카 America Latina Logistica, 유통업체 로하스 아메리카나스 Lojas Americanas 등 다른 인수기업에서 펼친 정책을 감안하면 이런 조치는 예고된 것이었다. 하인즈의 기업 및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 마이클 멀린 Michael Mullen은 “우리가 감행하는 조치들은 재정 상황을 개선시킬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히스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인력 감축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인즈는 회사소유 비행기들을 매각하고 있고, 두 채의 본사건물을 하나로 통합했다. 개별 사무실들도 하나로 합치고 있다. 심지어 임원급 간부들도 흰 산업용 책상에 몇 인치 간격으로 빽빽하게 앉아 있고, 서류 캐비닛도 구역별로 하나를 같이 사용한다. 또 하인즈 로고가 새겨진 셔츠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과거 리츠칼튼 호텔에서 묵었던 간부들은 이제 출장 중에 홀리데이인에서 지낸다.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크게 늘었다.

3G가 고위 간부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금지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히스와 그의 팀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파티클보드 particleboard *역주: 목재를 생산하고 남은 폐 자재를 작은 조각으로 만들고, 접착제를 섞어 고온 고압으로 압착시켜 만든 가공재로 만든 책상을 사용하며, 국내 출장비로 하루에 고작 45달러를 쓴다. 하지만 로고나 비행기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사모펀드의 근본 철학이기도 하다?이른바 ‘3G 방식’이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재계에선 사람과 절차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있었다. 물론 두 가지 다 무시할 수 없지만, 어느 쪽의 중요성이 더 클까? 일각에선 인적자원이 기업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다. 그들은 뛰어난 리더십과 확실한 동기를 부여받은 직원들은 (훌륭한 제품과 함께) 소비자들을 행복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시켜주는 무형의 가치를 만든다고 믿는다.

반면 3G 방식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사람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업 실적에 기여하는 기능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이 철학에 따르면, 직원들의 동기부여는 소명의식이 아닌 소유한 지분에 따라 좌우된다. 모든 것은 측정되며, 경비를 가장 많이 아끼고 가장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자가 승리한다. 호르헤 파울로 레만 Jorge Paolo Lemann, 마르셀 헤르만 텔레스 Marcel Herrmann Telles, 카를로스 베토 시쿠피라 Carlos Beto Sicupira 등 3명의 남자는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브라질 투자은행 가란티아 Guarantia (3G의 ‘G’는 여기서 따온 것이다)가 그들의 첫 합작품이었다. 그리고 레만은 작년 브라질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들만의 전략을 개발했다. 그리고 인수 때마다 그 전략을 똑같이 사용했다. 비전략적 비용은 철저히 삭감하고(‘3G의 바이블’ 기사 참고), 거기서 절약한 비용을 마케팅과 기업인수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매출 400억 달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맥주회사 AB 인베브는 3G에 인수된 이후 EBITDA *역주: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가 23%에서 37%로 크게 증가했고, 2009년을 기점으로 주가도 2배나 뛰어 올랐다(라이벌 기업 SAB밀러의 EBITDA는 24%에 그쳤다). 버거킹도 2012년 수익이 33%나 증가했다. 버거킹 지분의 11%를 보유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Pershing Square Capital Management의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 Bill Ackman은 “모두가 끊임없이 효율적인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3G만큼 완벽히 실천에 옮기는 기업도 드물다. 이 방면에서는 3G가 최고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수의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3G가 인수한 다른 기업들과 하인즈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기업들은 ‘군살’이 많아 구조조정(a juice fast)에 적합했다. 반면 하인즈는 효율성 향상 전문 투자자 넬슨 펠츠 Nelson Peltz(6월까지 이사회 멤버였다)의 주도하에 7년간 덩치 줄이기와 비용절감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인즈는 상대적으로 ‘군살’이 적은 견실한 기업이며, 오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질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때문에 하인즈는 30분기 연속으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역주: 인수합병 등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역량에 의한 성장을 기록한바 있으며, 인수 전 2년 동안 주가도 27%나 상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실험에 따라 하인즈가 새로운 효율경영의 모범사례로 등극할지, 아니면 3G가 맹신하는 비용절감이 오히려 하인즈의 제품생산 및 혁신 능력을 저해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하인즈 제품들은 무려 한 세기 반 동안 미국시장을 석권해 왔다). 전직 하인즈 북미시장 최고재무책임자(CFO) 길 슈나이더 Gil Schneider는 “현재 하인즈는 이식 수술 중이다. 즉, 살아있는 유기체에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이식하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이식한 새 모델의 생착(生着) 여부다”라고 말했다.

기존 비용을 존중하고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조원가는 결국 맛으로 입증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1941년 2월 호 포춘 기사 ‘더 하우스 오브 하인즈(The House of Heinz) 중에서.

하인즈는 오랫동안 케첩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뿐만 아니라 온정주의 기업의 표본으로 유명했다. 하인즈의 설립자 헨리 J 하인즈 Henry J. Heinz는 독일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샤프스버그 Sharpsburg에서 가족이 재배한 야채를 방문판매하며 첫 사업을 시작했다. 1869년에는 직접 서양고추냉이를 재배해 소비자들이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깨끗한 유리병에 담아 판매했다. 오이 공급과다로 인한 현금부족 사태 등 재정적으로 힘든 몇 년을 보냈지만, 1888년 마침내 그의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헨리는 얼마 후 구운 콩, 수프, 그리고 케첩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높은 명성과 가족들의 마케팅 능력 덕분에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다양한 제품이라는 뜻의 ‘57 버라이어티(57 VARIETIES)’는 헨리가 직접 생각해 낸 문구였다. 실제 생산 제품의 종류는 57가지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57이라는 숫자가 기억에 남고 근사하다고 판단했다. 또 하인즈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했다. 사실 ‘품질관리(quality control)’란 용어는 하인즈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인즈는 1906년 식품 및 약품 위생법(Pure Food and Drug Act)을 지지한 유일한 주요 식품업체였다.

하인즈의 기업 철학은 직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헨리는 직원들을 위해 강당, 체육관, 도서관, 심지어 수영장까지 지었다. 옥내 화장실도 드물던 시절 샤워실과 화장실을 제공했다. 하인즈의 기업연혁을 담은 책 ‘인 굿 컴퍼니 In Good Company’에 따르면, 헨리는 식품을 다루는 직원들에게 ‘매주’ 매니큐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후에는 하인즈 재단(Heinz Foundation)을 설립, 자선기부를 통해 ‘피츠버그의 자랑스러운 기둥(a proud pillar of Pittsburgh)’이라는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아무리 존경받는 기업이라도 시련을 겪게 마련이다. 하인즈는 침체기를 겪다가 앤서니 오라일리 Anthony O’Reilly가 CEO로 취임한 1979년에서야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한때 아일랜드의 카리스마 넘치는 럭비스타였던 오라일리는 1980년대 가장 유명한 CEO 중 한 명으로 떠올랐고, 그만큼 많은 보수를 받았다. 2006년까지 하인즈의 최고행정책임자(CAO)였던 테드 스미스 Ted Smyth는 “25년마다 회사를 위협하는 위기가 발생했다”고 기억했다. 주가는 크게 치솟았다. 하인즈는 이유식, 다이어트 식품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대폭적인 재정감축 덕분에 수익도 15%나 증가했다. 오라일리의 전략은 바로 분권화(decentralization)였다. 관리자들에게 구체적 목표를 하달하고, 그들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방식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

오라일리는 결국 비용절감의 한계를 인식했다. 그는 1990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지속해 온 비용절감의 스트레스로 기업 내에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직원들 사이의 적대감도 계속 커져왔다”고 말했다. 때문에 주가는 장기 하락세에 빠졌고, 1997년 오라일리는 CEO직에서 사퇴했다. 그의 빈자리는 열정적인 부사장 빌 존슨으로 대체됐다. 존슨은 하인즈의 참치 제품 스타키스트 StarKist와 애완동물 사료부문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존슨의 주도하에 하인즈는 적극적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했다. 40여 건의 인수를 통해 매출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을 한 자리 수에서 24%로 크게 늘렸다. 하인즈는 스타키스트 등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꾸로 된 케첩통 개발 같은 혁신을 이뤄냈다. 케첩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확고했지만 주주가치의 하락으로 수차례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던 와중에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성장 기회를 엿보고 하인즈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2006년 위임장 쟁탈전(proxy fight) *역주: 주주총회에서 최대한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에서 이사회 의석 두 자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존슨과 펠츠는 적이 아니라 동지가 됐다. 펠츠는 비용절감의 고삐를 늦추는 대신 마케팅 투자를 통한 성장에 집중했다.

재정비를 끝낸 하인즈는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펠츠는 하인즈가 정상궤도로 다시 올라섰다고 믿었고, 보유 주식의 상당부분을 매각하며 이사회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월 3G와 버핏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인수제안을 받았다. 19%라는 높은 인수 프리미엄과 워런 버핏의 명성 때문에 대부분의 주주들은 이 제안을 환영했다. 3G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훌륭한 기업을 인수하고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버핏의 이력은 잘 알려져 있었다. 또 주주들은 본사를 피츠버그에 그대로 두고, 하인즈 재단의 사회 기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공약도 환영했다.

이런 공약은 인수에 대한 저항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재정건전성의 상징과도 같은 버핏의 이미지로 인해, 일부 관측자들은 이번 인수거래가 1980년대 성행했던 차입매수(Leveraged Buy Out) *역주: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금을 조달하는 것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총 230억 달러의 부채와 고배당 우선주 때문에 3G가 절감한 비용은 기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는 데 사용될 구조였다.

“사실 우리는 모방했을 뿐이다. 대부분 GE의 잭 웰치 Jack Welch나 월마트의 짐 콜린스 Jim Collins를 보고 배운 것이다. 우리의 전략은 그들의 전략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 3G 공동 설립자 호르헤 파울로 레만

비록 3G가 미국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브라질 재계에서 3G 설립자들은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전설’은 레만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브라질 테니스 챔피언십에서 5차례나 우승했으며 하버드를 졸업한 뒤 금융업계로 뛰어들었다. 그는 1971년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동료 은행가 텔레스, 시쿠피라와 함께 가란티아라는 소규모 투자은행을 설립했다. 이 은행은 브라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기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후 레만과 그의 파트너들은 브라질 맥주회사 브라마 Brahma를 인수했고, 이 기업을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AB 인베브로 알려진 이 기업은 현재 미국 맥주 시장의 46%를 점유하고 있다. 레만은 2004년 두 파트너와 함께 뉴욕과 리우 데 자네이루 Rio de Janeiro에서 3G를 설립했다.
레만과 두 파트너는 오랫동안 자신들의 전략을 가다듬고 은행, 유통, 소비자 제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를 시험했다. 레만은 “3G의 경영 철학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파스티셰 pastiche *역주: 여러 스타일을 혼합한 그림 작품이며, 이 중 다수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나온 것들”이라고 인정했다.

본격적으로 하인즈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3G가 인수한 다른 기업을 검증해 보자. 바로 버거킹이다. 3G는 2010년 10월 40억 달러를 투자해 사모펀드 텍사스 퍼시픽 그룹 Texas Pacific Group, 베인 캐피털 Bain Capital,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 그리고 일반 주주들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했다. 만년 2등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오랫동안 필즈베리 Pillsbury, 그랜드 메트로폴리탄 Grand Metropolitan 같은 다양한 소유주의 손을 거쳐왔다. 버거킹은 재원이 부족했고 일관된 전략도 미비했다.

3G는 AB 인베브에서 그랬던 것처럼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 Accenture를 고용해 하인즈의 모든 비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역주: 관례나 전년 기준을 무시하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편성하는 예산을 통해 프로세스, 제품, 인력을 가리지 않고 타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을 모두 없앴다. 베인 앤 컴퍼니 Bain & Company(3G와 함께 일하지는 않는다)의 미주 지역 성과 개선부문 대표 폴 치초츠키 Paul Cichocki는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은 최고 경영자가 택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기업의 비용과 역량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성공만 하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단지 예전부터 존재했다는 이유로 고착화된 낡은 방식과 부서도 없앨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리더십 선별작업이다(3G는 이를 재능평가라고 부른다). 3G의 설명에 따르면, 직원들은 진정한 능력중심의 환경에서 일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그만큼 후한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회사를 나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전략은 최고 경영진을 모두 해고하고, 젊고 경험이 일천한 직원들을 승진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고위직에는 점점 더 3G가 투입한 인물들이 증가한다. 버거킹에서 히스의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은 대니얼 슈워츠 Daniel Schwartz(33)다. 그는 버거킹의 CFO에 오르기 전 3G에서 일했다. 버거킹의 신임 CFO의 나이는 갓 스물여섯에 불과하다.

버거킹 본사에선 행정 지원 부서를 포함한 전 직원이 15분간 히스와 일대일 면접을 했다. 한 전직 버거킹 임원은 이를 ‘15분간의 영광’이라고 장난스레 칭했다. 면접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면접을 볼 직원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들어오면,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한쪽 면에 쓰도록 지시 받는다. ‘버거킹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판매실적 증가나 관련 재무제표와 무엇을 연관 시킬 수 있나?’ ‘버거킹을 위해 어떤 제안을 하겠는가?’ 등이다.

그게 전부다. 면접이 끝나면 히스는 “수고했다”고 말하고, 면접을 끝낸 직원들은 결과(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모른 채 밖으로 나간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과정도 있다. 한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버거킹은 최소 한 번 이상 컨벤션 행사 중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계단통로 소파에서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다(버거킹 대변인은 공공장소에서 면접을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전직 임원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자신의 모든 커리어가 면접 한 번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두 달 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2010년 12월 어느 날 버거킹의 마이애미 본사에서만 413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사무실들은 하나의 개방된 업무공간으로 통합됐고, 각 자리마다 개인사물은 하나만 둘 수 있었다. 당연히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다(버거킹은 개인사물을 하나로 제한하지 않았으며, 직원들에게는 목표 성취를 위해 ‘필요한 만큼’ 일하도록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항상 회사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어야 했다. 독재 정권에 교묘히 대항하는 시민들처럼 일부 직원들은 로고가 박힌 셔츠를 반항적 방식으로 입었다. 한 전직 임원은 “개인 셔츠를 가져온 사람들이 무료로 로고를 새길 수 있도록 사내 식당에 자수기계를 설치했다. 직원들은 몇 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셔츠를 가져왔다. 개인용품이 든 상자가 사라진 지 이틀 만에 낡은 티셔츠들이 등장한 것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사, 법률, 품질보증 등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도 비용 절감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버거킹의 연구개발 직원 수는 25명에서 3명으로 대폭 줄었고, 상당 부분은 외주를 주었다. 버거킹은 전 세계 1만 3,000개 가맹점 중 직영점 수를 51개로 줄이면서 거의 완전한 프랜차이즈 모델로 전환했다. 이럴 경우 매장 관리와 혁신 비용을 가맹점에 넘겨 본사는 상당한 금액을 절약하게 된다.
공급업체들도 압박을 받았다. 전직 임원들에 따르면, 공급업체들은 비용을 20% 줄이지 않으면 버거킹과 거래를 지속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이에 따른 성과는 괄목할만했다. 2012년 6월에는 저스티스 홀딩스 Justice Holdings라는 셸 컴퍼니 shell company *역주: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를 통해 다시 한번 버거킹의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3G는 보유 중이던 버거킹 지분 70%에 더해 14억 달러를 추가로 모금했다. 수익은 계속 늘어나 올해 2분기 이익이 31%나 증가했다.

버거킹의 실질 성장 전망은 다소 불확실하다. 시장조사업체 컨센서스 매트릭스 Consensus Metrics에 따르면, 올해 버거킹의 미국시장 동일매장 매출(same-store sales)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증가가 예상되는 경쟁업체들과 대조적이다. 버거킹은 계속 맥도날드에 뒤처지고 있다. 매장당 연평균 매출은 120만 달러로 맥도날드의 26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심지어 오랫동안 유지해온 업계 2위 자리도 웬디스 Wendy’s에 넘겨줬다. 버거킹은 성장을 위해 중국에 1,000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퍼시픽 매니지먼트 그룹 Pacific Management Group의 외식업체 컨설턴트 존 고든 John Gordon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버거킹이 의지하는 파트너는 중국에서 사업을 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2012년 해고 전까지 유럽지역 식품안전 및 품질담당 책임자를 지낸 앤디 케리지 Andy Kerridge는 비용절감이 버거킹의 일부 기능을 마비시켰고, 노하우를 잃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그는 “현재 버거킹에게 모든 영역에 걸쳐 부족한 점은 기본 지식이다. 현재 유럽 품질보증 부문에서 경험이 가장 많은 직원은 내가 퇴사하기 6개월 전에 고용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버거킹을 떠난 지 1년도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본 업무에 대해 묻는 직원들의 전화가 걸려 온다고 한다.

최근 재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불안신호가 본사 주위를 감돌고 있다. 연간 이직율이 30%를 상회한다. 물론 햄버거를 뒤집는 현장 직원들 기준으로는 평범한 수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임원진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딱 한 단어만 말하겠다. 바로 ‘케첩’이다.” - 하인즈 인수 발표 당시 워런 버핏이 한 말

하인즈가 인수된 지 넉 달이 지났고, 이미 3G의 방식은 확고히 자리잡았다. 포춘이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3G는 극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마이크로매니징 micromanaging을 실시하고 있다(오라일리의 자율적 비용절감 정책과 크게 대조된다). 자료에 따르면 매달 직원들의 프린터 사용 내역이 기록되며 직원당 월별 200장으로 제한된다. 심지어 100명의 직원이 한 대의 프린터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사급 이상의 임원들도 법인 카드 사용이 연간 100회로 제한된다. 미니 냉장고 사용이 금지됐으며, CFO의 사전허가 없이는 선불결제도 불가하다.

전직 최고인사책임자(Cheif People Officer·CPO) 스티븐 클라크 Stephen Clark에 따르면, 하인즈의 경영진 중 다수는 하나가 아닌 두 개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를 ‘더블해팅 doublehatting’이라 부른다. 그의 후임자 크리스틴 클라크 Kristen Clark(개인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는 하인즈 캐나다 지사장을 역임했고, 인사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그녀의 직속 부하도 재무관련 부서 출신이다. 글로벌 리더십 개발 팀원들은 모두 해고됐다. 하인즈의 전직 부사장 랜디 코치 Randy Keuch는 “HR(인사)에서 H(사람)를 빼버린 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업계 평균 이상의 직원 연금제도가 갑작스럽게 폐지된 직후인 지난 9월 사퇴했다.

하인즈에겐 예전만큼 내부 인재 개발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3G가 충성도 높은 경영진으로 구성된 인재 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산업의 종류나 지역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계열사들을 옮겨 다닌다. 대부분은 브라질 출신이고 다수는 3G 설립자들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 수혜자 중에는 AB인베브의 덕망 높은 CEO 카를로스 브리토 Carlos Brito와 히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성공을 갈망한다(다수는 저소득 가정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의 충성심은 하인즈가 아닌 3G를 향한 것이다. 3G의 제안은 단순하지만 매력적이다,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 (임원급의 경우) 두둑한 보너스나 (5년 후면 지급되는) 스톡옵션을 누릴 수 있다.’

유임된 하인즈 직원들은 균형이 깨졌다고 느끼고 있다. 그들은 하인즈의 편협한 경영방식 때문에 오직 소수의 핵심층만 회사의 실제 사정을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경영진은 그들의 전략에 관해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언급한 바가 거의 없다. 최근 하인즈를 떠난 한 전직 임원은 “신을 받들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엄청난 계획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원 전문 헤드헌팅 회사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 Hedrick & Struggles의 미주 지역 임시 사장 토리 포스터 Torrey Foster는 “기업문화 변화와 해고로 인해 충직했던 전직 하인즈 임원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인즈에서의 경력은 이력서 상으로 큰 장점이 된다. 하인즈 임원 출신은 경영능력을 포함해 대체적인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쟁사들은 하인즈 임원 출신들을 선호하고 있다.

라이벌 업체들은 하인즈가 3G가 인수했던 다른 기업들처럼 수익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만약 실패한다면, 하인즈의 시장 지배 제품들 사이를 파고들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 코건 파트너스 Coogan Partners의 켄 코건 Ken Coogan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은 정원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모든 부분에 정통하지 못하면 곧 잡초가 생긴다”고 비유했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AB인베브가 맥주업계에서 그랬듯이, 3G의 하인즈 인수를 식품업계의 대규모 합병을 위한 초석으로 봤다.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또 막대한 부채와 (EBITA의 9배에 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우선주에 대한 부담 때문에-당분간 유사기업을 인수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렇게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하인즈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에서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는 BB-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인즈의 성적은 어떨까? 이제는 비공개 기업이 됐기 때문에 이에 대해 쉽게 답하긴 어렵다. 또 3G는 다른 인수 기업들처럼 하인즈의 회계연도 기준도 12월에서 4월로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는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완전한 한 해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나 미래의 성적을 타기업과 비교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5월부터 7월간 분기성적을 보면 전체 매출은 5.2% 하락했다. 하인즈는 그 원인을 프로모션 시점 변경에서 찾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케팅 지출비용의 급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여진다. 포춘이 입수한 닐슨 Nielsen의 소비 데이터에 따르면, 7월부터 9월 말 사이 하인즈 주요 제품(케첩, 감자칩, 파스타 소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

3G는 이런 점을 전혀 개의치 않을지도 모른다. 목표가 매출신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직 CPO 클라크는 “그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을 승리공식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매출에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 그런 방식이 지속가능 하겠느냐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3G가 하인즈의 불투명한 끼워팔기(trade loading) 관행을 근절한 것도 매출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상장 기업들의 경우 일단 끼워팔기에 발을 담그면,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지 않고서는 그 거래를 중단할 수 없다. 3G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하인즈의 대변인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하인즈는 버거킹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이미 중요한 거래업체를 잃기도 했다. 하인즈의 CEO 히스는 여전히 버거킹 부회장을 맡고 있고, 알레샨드리 베링 Alexandre Behring은 버거킹 회장과 하인즈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포춘은 맥도날드-지금까지 해외 지점과 미국 일부 도시에서만 하인즈 제품을 사용해 왔다-가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맥도날드의 대변인은 “최근 하인즈의 경영진 교체에 따라 우리는 거래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맥도날드의 CEO 돈 톰슨 Don Thompson에게 전화를 걸어 ‘친근한’ 대화를 나눴지만 그의 마음을 되돌리 수 없었다(하인즈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맥도날드가 하인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상징적으로 뼈 아픈 손실임에는 틀림없다.

하인즈가 거쳐야 할 다음 단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인즈는 총 200개국에서 수백 개의 브랜드를 모두 탈중심화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회사를 떠난 전직 임원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수많은 카테고리에 걸쳐 있다는 것이 하인즈의 딜레마다. 이런 구조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구조의 기업 리스크는 시장 점유율을 한 번 잃게 되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도 이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속담을 조금 바꿔 말하자면, 한번 엎지러진 케첩은 다시 담을 수 없다.

3G의 바이블?
마오쩌둥의 작은 빨간 책 *역주: 마오쩌둥 어록을 Mao‘s Little Red Book이라 부름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3G 캐피털의 작은 빨간 책은 잘 모를 것이다. 이 책은 밥 피퍼 Bob Fifer가 20년 전 자비로 출판한 경영 지침서로 제목은 ‘부자회사의 소금경영(원제: 두 배로 이익 창출하기: 6개월 내에 원가를 절감하고 매출을 증대시켜 순이익을 극적으로 개선하기 Double Your Profits: 78 Ways to Cut Costs, Increase Sales, and Dramatically Improve Your Bottom Line in 6 Months or Less)’이다.

올해 57세인 피퍼는 이 책을 집필하는 데 15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출판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93년 ‘잭 웰치가 좋아할 만한 경영 지침서’라는 풍자 섞인 포춘의 서평 이후 이 책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피퍼는 3G 캐피털 파트너들이 이 책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피퍼는 ‘브라질로 건너와 3G 설립자 마르셀 헤르만 텔레스 앞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저자는 텔레스가 자신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 ‘부자회사의 소금경영’은 3G의 인수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가 됐다. 피퍼는 “3G가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엄청난 주문이 밀려왔다. 나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기업 운영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돈을 지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표제만 봐도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는 파산으로 이어진다’, ‘비용절감 우선, 질문은 나중에’, ‘겁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협력업체가 안 된다고 말하면 계속 압박해라’ 등으로 파격적이다.

3G에 미친 영향력에도 피퍼는 자신의 책이 “조금은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비용’과 비 ‘전략적 비용’의 가치를 예로 들며 “책에 소개 된 기본 원칙 중 일부는 변함없는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전반적으로 내용이 단언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하다. 지난 20년간 내가 배운 점은 (책을 쓸 당시) 리더로서 사람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덕목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리더십, 동기부여, 멘토링, 직원교육, 코칭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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