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유리 천장?

THE LAST GLASS CEILING?

미국 기업 이사회에 포진한 여성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다.
By Patricia Sellers


포춘 500대 기업에 여성 CEO가 점점 늘고 있고, 포춘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의 기준도 매년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활약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 곳도 있다. 바로 기업 이사회다.

여성 비즈니스 사업단체 캐털리스트 Catalyst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 이사진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16.6%였다. 2003년 13.6%에 비해선 증가한 수치이지만, 지난 7년 동안 상당히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적임자가 없다는 흔한 핑계는 설득력이 없다. 최근 시티그룹과 에머슨 일렉트릭 이사진에 합류한 언스트 앤드 영 Ernst & Young의 전 CEO 짐 털리 Jim Turley는 “오늘날 대학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일류 대학 졸업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훨씬 웃돈다”며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이사회의 여성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9월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SAIS)이 ‘이사회의 여성비중’을 주제로 연회의에서 털리는 필자가 사회를 맡은 토론 패널 3명 중 한 명이었다. 그 토론에서 몇 가지 좋은 의견이 나왔다. 그중 3가지를 소개한다.

인재풀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라. 의약품 도매업체 카디널 헬스 Cardinal Health의 CEO였던 케리 클락 Kerry Clark이 몇 년 전 이사를 충원하려 했을 때 그는 여성을 뽑고 싶었다. 하지만 고위 임원급 여성들을 찾기 매우 어려웠다. 리서치 회사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 Heidrick & Struggle의 보니 그윈 Bonnie Gwin은 클락에게 “향후 기업에서 최고 지위에 오를 만한 여성들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클락에게 IBM 총괄 매니저를 역임한 콜린 아널드 Colleen Arnold를 추천했고, 아널드는 이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널드는 IBM에서도 승승장구하며 현재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사직을 경력개발로 생각하라. 포춘 500대 기업의 CEO 대부분은 임원이사외이사를 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마지 매그너 Marge Magner는 이사직을 “발전의 기회”라고 말한다. 시티그룹에서 근무할 당시 포춘 MVP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그녀는 현재 미국미디어 그룹 개닛 Gannett의 비상임 회장과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 Accenture, 금융 지주회사 앨리 파이낸셜 Ally Financial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털리 역시 CEO들이 임원의 이사회 활동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사로 활동하면 실력이 쌓이고,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구성원 비율의 목표를 설정하라. 미국 재계는 결코 노르웨이의 선례-여성이 공공기업 이사회의 40%를 차지한다-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영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전 통상부 장관 머빈 데이비스 경 Lord Mervyn Davies이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늘리기 위한 전략 팀을 이끌고 있다. 데이비스는 지난 2011년초부터 영국 FTSE 100대 기업 CEO들을 만나, 2015년까지 이사회 여성 비율을 최소 25%까지 올리는 목표를 설정하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FTSE 100 대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이 3년 전 10.5%에서 17.3%로 급증한 것이다. 이 사례는 장려책과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노력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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