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매장 100개 만들어 한식브랜드 위상 높일것”

[INTERVIEW] 이재우 불고기브라더스 사장

불고기브라더스는 고급스럽고 모던한 인테리어와 감미로운 음악,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한식 요리와 다채로운 불고기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불고기브라더스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식브랜드의 세계화’를 목표로 뛰고 있는 이재우 불고기브라더스 사장을 만났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중국 충칭 지역에 개설할 불고기브라더스 중국 파트너를 만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이재우 사장이 서울 중구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에 있는 불고기브라더스 매장으로 들어서며 한 말이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이 사장이 이처럼 동분서주할 정도로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11번째 해외 매장을 개설한 불고기브라더스는 내년에는 중국 충칭에 진출할 계획이다. 충칭은 인구 3,300만 명을 가진 중국 남서부 최대 공업 도시다. 중국 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재우 사장은 말한다. “현재 중국에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한라산’이라는 식당이 100개 이상 퍼져 있습니다. 다른 한식 브랜드까지 합치면 수천 개일 거예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불고기브라더스 같은 전통 한식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 방식 해외 진출

불고기브라더스는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전통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불고기 전문 레스토랑이다. 2006년 10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연 뒤 지금은 전국에 직영매장 41개를 운영하고 있다. 불고기브라더스 강남점은 문을 열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사장은 말한다. “가맹점 문의가 빗발치듯 들어왔지만 맛, 분위기, 서비스에서 표준화를 지키기 위해 직영점 시스템을 고집했습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계획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2011년 필리핀에 해외 매장 1호점을 열었다. 현재 필리핀에 5개, 말레이시아 4개, 캐나다 1개, 인도네시아에 1개 등 모두 11개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도 상표 등록을 해둔 상태다.

우리 고유의 음식 콘텐츠를 가지고 해외에 브랜드 진출을 한 건 불고기브라더스가 최초다. 더 특별한 건 진출 방식이다. 그동안 떡볶이, 김치, 불고기 등 한식을 주 메뉴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 본사가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하지만 불고기브라더스는 해외에 브랜드 라이선스와 운영 시스템(레시피, 서비스 등)을 수출하고 로열티와 라이선싱 피(Licensing fee)를 받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해외에서 매장을 하나 열 때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특허권 사용료 6만 달러와 매출액의 4.71%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받는다. TGI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베니건스 등 해외 패밀리레스토랑이 한국에 진출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이 사장은 좋은 파트너를 찾아 위험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을 프랜차이즈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우선 현지 사정에 밝은 사업가를 통해 브랜드를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기 사업 성공에 대한 리스크가 적어요. 맛과 시스템에 대한 현지화가 빠르기도 합니다. 본사 입장에선 매장 오픈에 따른 특허권 사용료와 로열티 등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죠.”

이 사장은 해외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음식과 콘텐츠로 해외에 역수출을 하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부심도 읽을 수 있었다. 이 사장은 한식 세계화는 ‘한식브랜드의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식 브랜드가 진출한다는 것은 자국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외식문화가 진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르게 문화를 전하기 위해선 식기와 인테리어, 주방 조리기구 등이 함께 가야 해요. 해외에 여는 불고기브라더스 매장에서도 현재 국내 매장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국산 로스터, 식기, 주류 등을 사용합니다. 브랜드만 진출한 것이 아니라, 외식 산업 전반에서 외화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현재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한국 드라마와 K-POP 등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 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현지 유력 외식기업들이 한국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한식 브랜드들을 찾고 있어요. 물론 돈도 돼야 하죠. 불고기브라더스가 그들의 니즈에 딱 들어맞습니다.” 이 사장은 필리핀에서 불고기브라더스를 운영하고 있는 현지 외식업체 CRCI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CRCI가 필리핀에 처음 매장을 낸 게 2011년인데, 지금은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CRCI는 다른 외식브랜드도 여러 개 운영하는 회사인데, 불고기브라더스의 규모 대비 매출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준비된 자가 만든 성공 노하우

이 사장은 외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롯데그룹 공채로 입사해,롯데호텔 레스토랑 ‘페닌슐라’에서 웨이터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매니저까지 올라갔지만 마케팅과 메뉴개발 등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 대학원에 입학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그 후 이 사장에게 인생을 바꿔버릴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이 사장은 해외 패밀리레스토랑에 대해 공부했다. “외식업계를 돌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언젠간 패밀리레스토랑이 생길 것 같았어요. 흥미가 있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롯데호텔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배가 이직 제안을 했어요.” 그 선배가 바로 불고기브라더스 정인태 회장이다. 국내 진출을 준비하던 T.G.I. Friday’s 미국 본사에서 정인태 회장에게 총지배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함께할 동지가 필요했던 정 회장은 이 사장에게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저 말고도 여러 직원들에게 말했는데 함께 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생소한 곳으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저는 제안을 받고 두 번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1992년 이 사장은 롯데호텔에 사표를 내고 정 회장과 함께 미국 T.G.I. Friday’s 본사로 날아갔다. 6개월간 선진 외식시스템을 몸으로 익혔다. 두 사람이 책임진 T.G.I. Friday’s는 전 세계 매장 중 ‘1일 매출 1위’를 달성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불고기브라더스를 운영하는 법인 ‘이티앤제우스’는 바로 T.G.I. Friday’s에서 일할 당시 정인태 회장의 영어이름인 ‘이티’와 이재우 사장이 쓰던 이름 ‘제우스’를 합쳐 만든 것이다. 현재 두 사람은 ‘이티앤제우스’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지고 있다.

이 사장은 미래를 내다보길 강조했다. 스스로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몸으로 부딪치며 밑바닥부터 다시 일한 이 사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길을 걸기 시작했다. “1996년 미국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가 정인태 회장에게 한국에 아웃백을 론칭해 보라는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이번에도 함께 움직였다. 전세금과 퇴직금을 털고 가까운 지인을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는 1997년 한국에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공동 창업자로 이 사장이 부사장, 정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나둘 점포를 늘려가는 게 재미있었다고 이 사장은 회고했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극도의 경영난에 빠졌다. “외환위기 이후 한 3년 동안은 어려웠습니다. 추가 출점을 위해 모아둔 돈까지 다 털어 넣고, 미국 본사에 긴급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죠. 1,300만 달러 정도 투자요청이 성사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초반 ‘5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 이벤트로 탄생한 9,900원짜리 런치세트가 대박을 터뜨리며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선두로 일어섰다.

그렇게 잘나가던 2006년 3월, 이 사장과 정 회장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미국 본사에 자신들의 지분을 넘기고 손을 털었다.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를 만들고 싶어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본사에 요청해 봤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외식 브랜드를 운영한 노하우로 한식도 브랜드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런 과정 끝에 탄생한 게 바로 불고기브라더스였다.

해외 매장 100개에 도전하다

이 사장과 정 회장은 2006년 3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퇴사했다. 한 달 뒤에는 불고기브라더스 법인(이티앤제우스)을 설립하고 첫 매장을 그해 10월에 열었다. 그리고 그 후 사업 확장 속도는 엄청났다. 첫 매장을 낸 지 7년 만에 전국 직영점 41개, 해외 매장 11개를 만들었다. 오픈 첫날 1,500만 원 정도였던 매출은 올해 500억원을 넘어섰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평범했다. “그냥 계속 하던 일이었으니까요. 관성이라고 할까요? 하던 대로 그냥 한 겁니다. 정 회장은 인테리어와 점포 확장, 영업 방면에서 뛰어다녔고, 저는 서비스 마케팅, 메뉴개발에 힘을 쏟았어요.”

두 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외식업의 노하우를 불고기브라더스에 모두 쏟아부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처음부터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 작업이었다. 한식은 조리장의 ‘손맛’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불고기브라더스는 누가 조리해도 똑 같은 맛이 나올 수 있도록 세세하고 정교한 레시피를 만들었다. “청와대에서 궁중음식을 담당했던 조리장 등 20년 경력의 조리장 3명을 고용했어요. 6개월 동안 온도계, 산도계, 염도계 등을 사용해 결국 조리법을 표준화했죠. 20년 경력의 조리장이 만든 불고기와 2주 경력 사원이 만든 불고기의 맛이 똑같아졌다는 거예요.”

이 사장은 패밀리레스토랑에 걸맞은 쾌적한 환경 조성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배관 시설을 매장 바닥 아래로 설치하고, 테이블당 800만 원을 들여 고기를 구워 먹어도 연기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남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서비스 표준화였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서비스 핸드북’을 제작해 전직원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하던 것처럼 서비스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습니다. 매일 아침과 저녁, 시프트 미팅(Shift Meeting)을 갖고 정해진 주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죠. 신제품에 대한 짧은 소개가 될 수도 있고 어제 본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칭찬 글일 수도 있습니다. 또 매장 운영 중 그때 그때 받는 칭찬과 조언도 한 사람의 전문가를 만드는 중요한 교육의 일환입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프랜차이즈 쇼나 박람회 등에 참석하고 있다. 해외에 지속적으로 매장을 연 결과 불고기브라더스 브랜드는 이미 해외 외식업계에 많이 알려졌다. 이를 통해 프랜차이즈 협약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 사장은 론칭 10년 안에 해외 매장 100개를 내겠다는 불고기브라더스의 처음 계획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큰 이유다. “불고기브라더스의 충칭 진출을 통해 중국 신흥 경제 세대를 공략하고 전 세계 최대 소비거점인 중국 시장에서 국내 토종 한식 브랜드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입니다.” 한식브랜드의 세계화를 외치는 불고기브라더스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제 3년이 남았다. 앞으로 더 큰 성장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은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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