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쌩쌩 부는 칼바람과 휘날리는 눈송이들이 창을 두드린다. 이런 날이면 으레 생각나는 동화가 하나 있다. 안데르센의 명작 동화 ‘눈의 여왕’이다. 이 동화는 연인의 사랑이야기라고도 하고, 두 젊은 남녀의 성장 소설이라고도 하며, 혹자는 한 소녀의 모험 이야기라고도 한다. 포춘코리아가 안데르센의 명작 동화 눈의 여왕을 통해 하이엔드 워치들을 만나봤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로저드뷔
Excalibur Quatuor DLC Titanium
올해 워치스&원더스에서 첫 선을 보인 Excalibur Quatuor DLC Titanium은 이미지면에서나 기능면에서 21세기의 괴물로 평가 받는다. 이 모델의 외관은 흡사 육중한 굉음을 내며 다른 차량들을 짓밟고 다니는 괴물트럭, 혹은 트랜스포머 영화에 나오는 악당 괴물 로봇 본크러셔를 연상케 한다. 이 시계는 쿼드 투르비용을 장착해 기능적인 면에서도 상식을 반쯤 벗어나 있는 모델이다. 45°, 135°, 225°, 315°에 위치한 네 개 투르비용의 위용은 웬만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들조차도 장난감으로 보이게 한다. 시간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기능적 장치가 전체 시계의 이미지를 하드코어하게 바꾼 결과다. 금방이라도 불을 뿜으며 튀어 나갈 것 같은 이 시계는 선이 굵은 남자에게 어울리는 모델이다.
까르띠에
CrashWL420047
Crash WL420047은 장난기가 가득한 모델이다. 이 시계는 비대칭적으로 휘어진 케이스와 늘어진 다이얼 인덱스가 특징이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의 ‘기억의 지속’ 그림에 나오는 시계를 보는 것 같다. Crash 컬렉션은 탄생 배경도 이채롭다. 1960년대 중반 까르띠에 부티크에 외부 충격으로 크게 망가진 시계가 수리를 위해 들어왔는데, 까르띠에 장인들은 이 망가진 시계의 모습에서 오히려 큰 영감을 받았다. 이때 받은 영감을 살려 탄생한 게 1967년 론칭한 Crash 컬렉션이다. Crash 컬렉션은 새로움을 창조하는 까르띠에 워치메이커의 유산과 1960년대에 유행한 유쾌한 팝 정신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클리프 아펠
Le Pont des Amoureux
Le Pont des Amoureux는 시적인 감수성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모델이다. 이 시계는 ‘연인의 애틋한 만남과 아쉬운 이별의 반복’을 콩트-주와 에나멜링 Contre-Jour Enamelling 다이얼 위에서 보여준다. 이 젊은 남녀는 하루에 단 두 번, 정오와 자정에만 만날 수 있다. 12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이들은 파리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1분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스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이 시계는 론칭 당년인 2010년 제10회 올해의 시계상(Grand Prixd’Horlogerie de Geneve)에서 프레스티지 여성 워치 부문 최고영예상을 수상했다. 차가운 톱니바퀴 장치 위에 꽃피운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여심을 사로잡는다.
해리윈스턴
Midnight Moon Phase
Midnight Moon Phase는 굉장히 차갑고 창백한 시계다. 이 모델은 창백한 이미지를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화이트골드 케이스에서부터 케이스 외곽의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 스테인 스트랩이 전체적으로 건조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이얼 디자인은 한층 더 고독하다. 납빛 다이얼 위에 수놓인 서리를 맞은 듯 얼어붙은 수풀과 그 위에 뜬 초승달이 애처롭다. 이 시계는 요소요소에서 시계장인의 독창성을 찾아볼 수 있다. 3시부터 9시까지의 인덱스는 다이아몬드로, 12시는 아라비아 숫자로, 그리고 10시, 11시, 1시, 2시는 심플하게 표식만 해 공간을 구분했다. 다이얼 중심부 좌상단에 위치한 초승달 모양엔 문페이즈 기능을 더해 시각적 유려함과 기능성을 동시에 살렸다.
랑에 운트 죄네
Lange 1 Tourbillon Perpetual Calendar Handwerkskunst
Lange 1 Tourbillon Perpetual Calendar Handwerkskunst는 매우 강렬한 이미지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트람블라주 인그레이빙 다이얼은 마치 거센 눈보라를 직접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플래티넘 소재의 케이스와 화이트골드 소재의 다이얼 조합도 환상적이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계 외관이 한 순간 얼음결정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등 개개 컴플리케이션들도 훌륭하다. L082.1 칼리버를 사용해 시계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시계 뒷면 시스루백의 미적인 화려함도 살렸다. 독일 브랜드 특유의 차갑고 단단한 이미지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배경으로 힘차게 표현됐다.
파텍필립
Ladie’s Complication moon-phase
Ladie’s Complication moon-phase는 이중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외관은 다소 창백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따뜻한 이미지다. 흰색 바탕의 다이얼과 케이스 외곽의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가 차가운 빛을 발하다가도 핸즈 및 인덱스, 케이스 바탕, 러그, 스트랩 전체에서 풍기는 따뜻한 금갈색 이미지가 향긋한 봄 내음을 만들어낸다. 무브먼트 역시 훌륭하다. 울트라씬 매뉴얼 와인딩 방식의 파텍필립 무브먼트 215 PS LU가 장착됐다. 6시 방향에 위치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122년에 단 1일의 오차만 허용할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위 핸즈는 서브다이얼이다. 디자인 및 기술력 모두에서 파텍필립의 이름을 달기에 부족함이 없다.
쇼파드
Happy Sport Medium Automatic
카이와 겔다의 ‘눈물’, 그리고 퍼즐의 정답 ‘영원’.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건 역시 다이아몬드다. 쇼파드의 Happy Sport는 여러 시계 컬렉션들 중에서 도 다이아몬드를 가장 잘 활용하는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다이얼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7개의 무빙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는 자유로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쇼파드 구호와 함께 여성 하이엔드 워치 시장의 성장에 기폭제 구실을 했다. Happy Sport 컬렉션 중에서도 Happy Sport Medium Automatic 모델은 차가운 쿼츠 심장에 기계식 무브먼트를 이식해 Happy 시리즈에 진정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이틀링
Ladie’s Complication moon-phase
Bentley B06은 천사장 미가엘을 닮았다. 날개 모양의 브라이틀링 엠블럼과 고딕형 베젤 디자인이 천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면, 케이스 및 베젤, 인덱스, 시침, 분침의 황금색은 고귀함을 더해 그 천사들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이를 떠올리게 한다. 시침과 분침이 10시10분 형태로 적당히 벌어져 있으면 더욱 그렇다. 이 모델은 이름처럼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에서 영감을 받은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컬렉션의 2013년형 모델이다. 브라이틀링은 전통적으로 항공시계로 유명한 브랜드지만 엠블럼이 유사한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와도 제휴를 통해 여러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신의 암호인 양 복잡하게 위치한 다이얼 위 숫자들은 전문가들을 위한 장치다. 30초 크로노그래프, 가변적 타코미터 등 브라이틀링이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기능들이 장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