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수년 내에 런던에는 지하에서 배출돼 대기 중으로 사라졌던 열에너지를 회수, 인근지역 1,400가구의 난방열로 활용하는 설비가 완공된다. 수혜자들은 약 10%의 난방비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유럽에서 이런 폐열 재활용은 꽤 흔하다. 덴마크는 전력수요의 거의 절반을, 핀란드는 39%를, 그리고 러시아도 31%를 폐열 에너지로 생산한다. 하지만 재활용 열에너지를 이용한 미국의 전력생산 비중은 단 12%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생산한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의미 없이 버리고 있다. 대부분은 열에너지 형태지만 가스와 바이오매스, 메탄도 포함돼 있다.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의 브렌단 오언스 부회장은 이처럼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할 경우 미국 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17%나 저감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폐열은 기본적으로 공짜에너지랍니다.”
폐열 재활용은 생각보다 간단한다. 예를 들어 요즘의 신축건물에는 콘덴싱 보일러라는 응축수를 활용한 히터가 채용된다. 가스버너에 더해 배기열을 재활용하여 물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효율이 높다. 이 시스템은 가정용 보일러보다 훨씬 큰 규모로도 활용할 수 있다.
1882년 토마스 에디슨이 뉴욕 맨해튼에 세계 최초의 상용 발전소를 건설했을 때 그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온의 증기를 인근건물의 난방열로 판매했다. 요즘말로 열병합발전시스템을 130년 전에 구현한 것이다. 이 발전소는 현재 콘-에디슨 발전소가 됐고, 연간 900만톤의 증기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시카고 동부에 위치한 아르셀로미탈 제철소 역시 모범사례의 하나다. 이곳에선 용광로의 폐열로 만든 고온의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 덕분에 매년 2,000만 달러의 전기료를 아끼면서 34만톤의 CO₂ 배출저감을 구현하고 있다.
도대체 왜 미국은 이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지 않는걸까. 일단은 지리적 한계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열에너지는 태생적으로 장거리 이송이 어려운데 미국은 중앙집중식 발전체계를 운용, 발전소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또한 이상적인 환경에서도 대규모 에너지프로젝트는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하며, 투자비 회수에 최소 수년이 걸린다. 덧붙여 여타 청정에너지 기술과 비교해 폐열 재활용 기술은 미 정부의 세제 혜택이 적다.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는 30%의 세금을 환급받지만 열병합발전의 세금 환급은 10% 정도다. 기업들이 폐열 재활용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의도치 않게 폐열 재활용을 막는 장벽을 세워버렸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발전분야의 일부 규제가 철폐됐지만 전력의 분배와 전송은 여전히 독재적이다. 심지어 여러 주정부들은 아직도 비전기사업자가 잉여전기를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청정공기법(CAA)은 미국 내 공장들의 공해물질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 증진이나 배출물 저감을 위한 자금 지원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 폐열시스템에 투자하는 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
에너지 정책은 극도로 복잡하다. 그리고 하나의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의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이 폐열을 재활용해 이득을 얻을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은 없다.
미국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50% 이상이 버려진다. 대부분은 열에너지 형태지만 가스, 바이오매스, 메탄도 포함돼 있다.
6%
미국 내 산업시설 중 폐열을 회수하고 있다고 보고된 비율.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조사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