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선 용어였던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4’의 핵심 키워드가 바로 사물인터넷이었고, 최근 삼성과 구글도 사물인터넷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시스코와 함께 특허 라이선스 공유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련 비즈니스 시장 진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정보 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의료정밀, 공공행정, 전력, 농수산업, 도소매업 등 전 산업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사물인터넷의 미래를 알아본다.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사물인터넷은 사물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람이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을 말한다. 인터넷이 PC와 PC를 연결하고, 모바일과 SNS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확장했다면 사물인터넷은 사물 간 연결을 바탕으로 사물과 환경과 사람을 잇는 초연결 사회를 추구한다. 그래서 한 단계 진화된 용어인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IoE)이라고도 불린다.
사물인터넷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열린 제34회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를 뽑는다. 미국팀은 오라클의 후원을 받아 요트에 400개 이상의 센서를 달고 출전, 뉴질랜드팀에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각 센서는 풍속, 풍향, 돛대의 상태, 배의 움직임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와이파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이를 분석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수별 맞춤형 요트 운행 데이터를 제공한다. 센서가 하루에 발송한 데이터는 무려 200GB. 이 데이터를 활용한 미국팀은 9선승제의 결승전에서 1대8로 뒤지다가 9대8로 대역전승을 일궈낸다.
일상에서 손쉽게 적용된 예를 찾아보자면 기저귀를 들 수 있다. 아기의 기저귀에 달린 센서가 네트워크를 통해 대소변의 상태를 서버에 발송하면 의사는 이상 증후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대형 주차장에도 필수적이다. 운전자가 주차장에 들어서게 될 때 현재 주차 가능한 곳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상용화된 제품으로는 구글의 구글 글래스와 나이키의 퓨얼밴드 등이 있다.
사물인터넷은 IT기술의 총집합체이다. 외부 환경과 동작을 인식하는 센서 기술, 사람과 기기를 모두 연결하는 네트워크, 생성되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 이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운영 체제인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업종별 협업이 그 어느 분야보다 필요하다. 전통적 산업 분류로 보면 헬스케어,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시티, 공장 자동화,유통망 관리 등 각종 산업에 적용된다. 또 교통 안전 및 배기가스 실시간 감지 등 교통분야, 작물 상태 모니터링 등 농업분야, 중앙 전원 통제 등 에너지분야, 재난 예측과 화재 경보 등 안전분야 등이다. 산업별 적용 분야를 인간 중심으로 분류하면 인간의 몸과 집, 차, 산업, 도시, 환경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정보통신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힌다. SK텔레콤, KT, LG U+ 등 국내 이동통신사 사장들의 신년 인사말에서 사물인터넷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공식 석상에서 사물인터넷 육성 의지를 내비치자 주식시장에서 관련 테마주가 급등했다. 효성 ITX, 모다정보통신 등 사물인터넷 테마주는 1월 한 달 동안 2배가 넘게 폭등한 바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 제조업의 대변혁도 예고한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제조업은 기존 하드웨어 제품에다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킨 서비스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는 저서 ‘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에서 “제품을 만들어 10%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존 제조업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과 상품 자체보다 그 상품이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가져올 가치이다.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되었지만 인간 중심의 가치가 약해 대중화되지 못하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 밥솥이나 냉장고를 인터넷에 연결할 때, 그 효용 가치가 무엇이냐를 분명히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연결 비용보다 여기서 창출되는 가치가 높아야(cost 마티아스 호르크스가 ‘테크놀로지의 종말’을 통해 “인간을 외면한 채 기계 자체가 원동력이 되어 자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인간의 오랜 습관과 욕구, 문화체계와 같은 요인들을 무시한 채 기계적 진화를 거듭한 제품은 참담한 결과를 맞이한다”고 설파한 측면과 맥을 같이한다. SK텔레콤이 올해 선보인 사물인터넷 서비스 T카는 스마트폰의 앱으로 자동차를 원격 제어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T카는 가격 54만8,000원, 매월 서비스 사용료 8,800원 등 고가 상품이지만 주요 기능은 원격 시동, 선루프 개폐, 배터리 충전, 연료량 주행 기록 등 자동차 상태 확인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신기함’만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의문이다. 지난 1월 출시 당시 블랙박스 연동 기능 서비스를 곧 추가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점도 현재의 기능이 약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와 사전 협의 없이 출시하는 바람에 T카 설치는 불법 개조에 해당돼 현대· 기아차의 보증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CES 2014’에서 전 세계 가전회사들이 스마트 가전을 선보이자, SK텔레콤이 ‘스마트카 시장 선점’을 위해 T카를 서둘러 출시한 의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향후 사물인터넷의 상품화에 반드시 참조해야 하는 사례로 남을 듯하다. 사물인터넷은 마케팅 데이터로도 귀중한 정보가 된다.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CRM)가 재부각되고 있다. 기존 CRM에서는 불가능했던 시장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시간과 위치에 따라 타깃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치정보와 사물인터넷과 결합하면 현재보다 고도화된 상권 분석과 고객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의 주위에 있는 사물인터넷 데이터가 사용자 중심으로 통합된다면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알짜배기 마케팅 정보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정보 공개를 동의할 수 있을 정도의 부가 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 등 인간의 몸과 연결된 사물인터넷 데이터는 건강식품, 의료기기, 헬스 등 다양한 제품 마케팅과 연결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시각·청각·촉각 등 인간의 감각을 대신하고 시맨틱기술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로봇기술과 궤를 같이한다. 인간을 닮은, 인간을 뛰어넘는, 나아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물 인터넷 서비스들이 어서 빨리 인류와 만나기를 기대한다. 홍덕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