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군사 동맹’

Hollywood’s Military Complex

제휴를 통한 블록버스터의 놀라운 비용 절감
By Soo Youn


지난 2009년 소말리아 해적은 화물선 머스크 앨러배마 Maersk Alabama를 납치하고, 선장 리처드 필립스 Richard Phillips를 구명보트에 인질로 잡아뒀다. 며칠 후 미사일장착 구축함,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호위함에 다수의 헬리콥터, 미군 실 SEAL의 팀 식스 Team Six로 이뤄진 미군이 구조작전을 감행했다. 영화에서는 톰 행크스 Tom Hanks가 필립스 선장으로 나오지만 유사한 미사일 구축함, 와스프함, 헬리콥터, 현역에서 물러난 실제 실 대원들이 미 해군의 지원으로 직접 촬영에 참여했다.

특수효과의 시대이긴 하지만, 실제 군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군함에서 촬영하는 것이 비용 절감 효과 면에서 더욱 탁월하다. 액션신도 포함돼 있고 톱 클래스 주연 배우도 출연하지만, 영화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의 제작비용은 5,500만 달러 정도였다. 시각효과가 화려한 ‘그래비티Gravity’의 경우 제작비용이 1억 달러에 달한다. 할리우드에서 이런 의외의 파트너십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바로 필 스트럽 Phil Strub이 맡고 있다. 과거 영화학교 출신으로 해군 비디오촬영 기사였던 그는 현재 미 국방부의 엔터테인먼트 연락관을 맡고 있다.

마이클 베이 Michael Bay,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같은 거장들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시나리오가 군대 협조를 기대하며 국방부에 있는 스트럽의 사무실로 몰려든다. 그가 승인하면 영화 제작자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병기창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미군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현재 해군에 복무 중인 스트럽의 동료 러셀 쿤스 Russell Coons 대령은 영화 ‘캡틴 필립스’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우리 능력을 강조하고 해군의 해적소탕 및 해상안보 작전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설명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군 승인을 받으며 수정할 부분이 없었지만, 몇몇 시나리오는 수정을 거치기도 한다.

슈퍼맨 리부트,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을 예로 들 수 있다. 워너 브라더스는 스트럽을 LA까지 초대해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S. 고이어 David S. Goyer를 만나게 했다. 결국 시나리오는 스트럽의 제안대로 수정됐다. 스트럽은 수정된 시나리오를 승인했고, 영화 ‘필사의 도전(Right Stuff)’에 등장했던 캘리포니아 주 에드워드 공군기지 (Edwards Air Force Base)에 촬영장이 세워졌다.

제작자들은 촬영 중 거의 서 있기만 한 장비에 대해 이용료를 지불하지는 않았다. 대신 에드워드 기지까지의 운송 비용만을 부담했다. 현재 훈련을 받는 현역 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에 가입한 배우들에게 지급되는 일일 최소 급여도 절약할 수 있었다. 종합해보면, 2억 달러의 제작비가 드는 영화에서 군사장비 이용 비용은 100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

이런 비용절감은 영화제작에 매우 중요하다. 영화 제작자 던컨 핸더슨 Duncan Henderson은 “군대의 도움이 없다면 ‘배틀십 Battleship’ 같은 영화는 만들 수 없다”며 “이런 함선 중 한 척이라도 바다로 몰고 나가려면 그 연료비만 해도 천문학적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