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근로자의 고용 증대가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INSIGHTS]

By Nina Easton


미국 내 소득 불균형을 비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주범으로 굴레를 씌울 만한 대상은 널려 있다. 진보 진영의 영원한 ‘악당’은 월마트 Wal Mart다. 이 대형 마트는 최근 워싱턴 D.C.에 신규 매장을 열면서 노조 지도자들로부터 최저 임금을 50% 인상하라는 공격을 받았다(결국 노조는 이 싸움에서 졌다). 정치 보수 진영에서 ‘악당’은 종종 라틴계 불법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불법취업을 통해 임금을 낮추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반 직원 연봉의 273배에 달하는 CEO들의 연봉에 당혹스러워 한다.

정책 처방도 악당들의 이름만큼이나 친숙하다. 하위층은 임금을, 상위층은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이 오랜 논쟁 속에서, 앨런 그린스펀 Allan Greenspan 전 연준 의장은 도발적인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기업이 원하는 만큼 똑똑한 외국 근로자들을 고용하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즉, 특기자 영주권 및 전문직 취업 비자 H-1B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상원을 통과한 이민법처럼 한도 자체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그린스펀은 향후 외국 고급 인력이 늘면 상위층의 연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아마 포춘 독자인 당신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는 “고학력에 고급 기술을 겸비한 외국 고급 인력이 일자리를 두고 우리와 경쟁할 것이다. 나도 포함된다. 얼마나 많은 경제학자가 유입될지 모른다. 하지만 일부 외국 경제학자들이 고용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외부의 인재 유입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그 결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문직 취업 비자에 대한 수요는 많고, 계속 증가세다. 매년 6만 5,000개의 전문직 취업 비자와 2만 개의 고급 학위 소지자를 위한 비자가 며칠 내로 소진된다. 전문직 취업 비자 규정이 까다로운데도 상황이 이렇다. 그 규정은 ‘취업 분야가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은 학사 혹은 그 이상의 학위에만 해당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기업은 단 한 명의 미국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직무에 적격한 미국인이 없다는 점 역시 증명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학 출신의 외국 학사 및 석박사 졸업생들로 인해 상당한 숫자의 비자 신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들이 미국에서 취업이 안될 경우, 자국으로 돌아가 미국 기업들과 경쟁할 것이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80만명의 외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다녔다. 많은 학생들이 과학이나 경영을 전공한다. 그린스펀은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취업 문호가 더욱 개방된다면, 각종 가격과 상위 소득층의 임금을 끌어내릴 것이다. 큰 폭은 아니지만 충분히 체감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미국 기업에 외국근로자를 고용할 더 많은 재량권을 준다면 미국 노동력에 대한 기술과 교육에 투자할 동기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가 원하는 모든 직원들을 아이비리그 IVY League에 다니는 인도, 중국, 브라질 학생들로 채운다면, 왜 굳이 미국 학교에 투자하겠는가?

그러나 그린스펀은 신간 ‘지도와 영역(The Map and the Territory)’에서 이 점에 대해 크게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문직 취업 비자 한도가 더 줄었음에도, 미국 교육 체계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충격적인 OECD 보고서는 15세 미국 학생들이 수학, 과학, 읽기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 학생들에게 한참 뒤처져 있음을 보여줬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썼지만, 미국은 총 34개 국가 중에서 수학 26위, 과학 21위에 머물렀다. 그린스펀은 “기업은 훈련시키려 하지만 미국 고교 졸업생들의 학력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더 낮다”라고 지적한다. 갈수록 확대되는 미국의 소득 격차는 세계화, 인력대체 기술, 그리고 중산층 이하의 낮은 교육 성취도 등 복잡한 요소들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다른 변수를 포함시켜 보자. 대학 졸업생들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반면, 대부분의 저소득층 아이들이 편모 가정에서 태어나 더욱 힘겹게 살아간다는 사실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 그린스펀이 제시한 해법으로는 어느 것 하나도 고칠 수 없다.

그러나 분명 한 가지 역할은 했다. 지난 30년간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진 가운데, 이제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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