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IT와 K-POP의 만남 홀로그램 공연장 ‘클라이브’

CLOSER LOOK

해외시장에서 한국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 두 개를 꼽으라면 단연 ‘IT강국’과 ‘K-POP’이다. 최근 서울 한 복판에 이 두 가지 단어를 결합한 디지털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바로 최첨단 IT와 한류 콘텐츠의 중심 ‘K-POP’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세계 최초 홀로그램 K-POP 공연장 ‘클라이브’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국내 문화 콘텐츠는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전파되며 ‘한류(韓流)’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창출해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소비돼 온 한류의 중심은 의심할 여지없이 ‘K-POP’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류 가수의 춤과 노래를 즐기고,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한복판에 매일 3~4번씩 한류스타의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바로 세계 최초 K-POP 홀로그램 공연장 ‘클라이브 Klive’다. 클라이브에서는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수 싸이를 비롯해 아이돌 그룹 빅뱅과 투애니원(2NE1)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들의 홀로그램 공연을 365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월 7일 오후 1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클라이브를 직접 방문해봤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롯데피트인 정문에는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는 한 무리의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정문에 위치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전신사진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빅뱅 사진은 이 건물 9층에 위치한 홀로그램 콘서트홀 ‘클라이브’의 광고 목적으로 설치됐다. 필리핀 관광객 크리샤 산도발(22) 씨는 “한국 방문 전에 인터넷 검색 중 클라이브라는 곳을 알게 됐다”며 “평소 빅뱅과 투애니원의 팬이었는데 홀로그램 콘서트를 보고 싶어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이 건물 9층에 위치한 클라이브는 KT의 디지털 기술력, YG의 K-POP콘텐츠가 결합해 탄생한 ‘홀로그램 공연’ 전용 극장이다. 홀로그램 콘텐츠는 지난해 5월 KT, 디스트릭트, YG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설립한 NIK에서 배급한다. 현재는 YG 소속 가수의 콘텐츠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상반기 중 FNC 엔터테인먼트, DSP 미디어에 소속된 씨엔블루, 레인보우 등 다른 가수들의 홀로그램 공연도 볼 수 있다.

총 면적 1,650㎡(약 500평) 규모에 꾸며진 클라이브에 들어서자 유독 높은 천장이 눈에 띄었다. 사실 클라이브는 9층과 10층을 허물어 만들었다. 좀 더 넓어 보이는 효과와 더불어 홀로그램 공연 시 필요한 조명 및 기술에 적합한 높이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기 전 콘서트홀 외부를 살펴봤다. 외부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입구 정면의 벽에는 ‘웰컴 스퀘어 Welcome Square’라고 불리는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웰컴 스퀘어는 증강현실(실제 모습에 가상의 정보를 결합해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다. 지정된 위치에 서자 빅뱅이 탄 차량이 스크린에 등장해 기자를 태우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장취재에 동행한 KT 김종혁 신사업개발 부장은 “향후 스타와 함께 춤을 추거나 무대에 서는 등 다양한 증강현실기술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 포토박스는 마음에 드는 스타와 포즈를 골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컬러, 흑백사진으로 출력이 가능한데 흑백으로 할 경우 실제 스타와 만난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스타를 훔쳐보는 파파라치가 될 수 있는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이른바 ‘시크릿 윈도우’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맨눈으로 보면 꺼진 화면이지만 특수 안경을 통해서는 화면 속 미공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는 TV 브라운관의 두 겹의 필름 모니터 중한 겹의 모니터를 벗겨 내 특수 안경에 장착하는 방법을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이 밖에 YG소속 가수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골라 6m 높이의 대형 화면에 띄워 볼 수 있는 ‘자이언트 타워’와 실제 콘서트에서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 타고 등장했던 ‘글라스 카 glass car’, 대성이 어깨에 달았던 날개 등도 눈길을 끌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콘서트홀 입장이 시작됐다. 홀로그램 콘서트홀의 정면과 양측 면은 LED와 조명을 설치해 각종 영상 및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로 꾸며졌다. 홀로그램이라는 취지에 맞게 보다 입체적인 영상을 연출하려는 의도다. 공연장 한편에는 5~6개의 포토부스가 설치돼 있다. 공연 시작 전 이곳에서 사진을 찍자 싸이·빅뱅·2NE1의 이미지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돼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본격적인 공연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유재석 의상을 갖춰 입은 비보이 댄서 3명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공연장 삼면을 가득 채운 화면에 지하철 2호선과 승마장이 번갈아 가며 등장했다. 실제 비보이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싸이가 함께 춤을 추자 누가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교한 무대가 연출됐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으로 이어진 싸이 공연이 끝나자 한류 스타 빅뱅의 다섯 멤버가 등장했다. 히트곡 ‘배드 보이’를 부르며 등장한 다섯 멤버를 보자 현장을 방문한 여성 관람객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공연 역시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벽이 무너지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멤버들의 모습은 한편의 마술쇼를 연상하게 했다.

이처럼 화려하고 정교한 홀로그램의 비밀은 콘서트홀의 구조에 있다. 공연장 위에 설치된 프로젝터가 영상을 무대 바닥에 쏘면 45도 각도로 설치한 대형 투명 필름에 빛이 반사돼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뒤 간격이 15m인 무대는 300평 규모의 콘서트홀의 절반을 차지해 정교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이 같은 특수효과와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클라이브는 개관 2주 만에 관람객 4,000명을 돌파했다. 특히 본격적인 홍보활동이 없었음에도 해외관광객의 입소문만으로 거둔 성과라 의미가 크다는 것이 KT측의 설명이다. 김 부장은 “신임 회장 선임과 내부 인사 등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아직 펼치지 못했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이뤄지면 한류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조만간 제주도와 서울 명동에 클라이브 2, 3호점을 설립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명동은 해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대표적인 명소이기 때문이다. 국내 첨단 기술력과 한류 콘텐츠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이브가 앞으로 만들어 낼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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