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 크레이그 페데리히 선임부사장은 애플세계개발자회의(WWDC) 기조연설에서 매우 굉장한 사실 하나를 언급했다. iOS7의 기능을 언급한 슬라이드에 적혀 있던 ‘아이비컨(iBeacon)’이라는 낯선 단어가 그것이었다.
아이비컨은 블루투스를 활용해 스마트폰, 즉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특정 정보를 전달해주는 기술이다. 옷가게에 들어서면 해당상점의 할인제품 정보나 할인쿠폰이 화면에 뜨고, 야구장에 들어가면 유니폼의 종류와 가격 정보가 전달되는 식이다. 화면을 터치해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소매상점용 위치기반 근거리 전자상거래 시스템이라 이해하면 되며, 지난해 12월부터 여러 상점과 광장에서 테스트가 시작됐다.
아이비컨은 ‘블루투스 로우 에너지(BLE)’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일반 블루투스와 달리 BLE는 데이터 공유를 위해 지속적 연결이 필요 없다. 2개의 BLE 기기가 유효거리(최대 50m) 내에 진입했을 때만 일종의 비컨 신호로 위치를 파악, 정보가 전송된다. 덕분에 불필요한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건강 및 피트니스 모니터링 기기 제조사들은 이미 BLE를 활용, 재충전 없이 며칠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기업이나 상점들에게 아이비컨은 매우 매력적이다. 여러 대의 아이비컨을 설치해 고객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음은 물론 구입내역 등의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여 구입 확률이 높은 제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초기에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적용되겠지만 이마트 등 대형 할인 매장에서의 효용성도 높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연어와 셀러리를 집어 들면 ‘연어 샐러드를 만드시나요? 마요네즈를 잊지 마세요. 현재 20% 할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구장에서는 아이비컨으로 관람객들을 좌석으로 안내할 수도, ‘치맥’을 할인가에 판매할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레이디어스 네트웍스는 아이비컨 개발자 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키트를 활용하면 박물관 큐레이터 앱을 포함, 다양한 아이비컨 관련 앱의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아이비컨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점들이 아이비컨의 정보를 오·남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상당하다. 또한 정보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아이비컨 서비스는 단지 스팸메시지의 대폭적인 증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현 시스템 하에서는 정보 수신을 차단하기도 어렵다. 아이비컨을 비활성화 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은 블루투스를 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드셋, 피트니스 모니터링 기기, 스마트 시계 등 모든 블루투스 기기와의 연결이 함께 종료되는 것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이미 블루투스에 매여 살고 있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이는 결코 합리적 선택이라 할 수 없다.
아이비컨이 문명의 이기가 될지, 양날의 검이 될지는 온전히 개발자들과 기업들의 몫이다. 우리와 우리의 사생활, 그리고 우리의 관심사를 조금이라도 올바로 다뤄 주기를 기대한다.
2억대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비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iOS 기기의 숫자(추정치). 안드로이드 기기의 경우 약 60%가 아이비컨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다.
2억대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비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iOS 기기의 숫자(추정치). 안드로이드 기기의 경우 약 60%가 아이비컨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