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세계 시장에서 가치 찾기

FINDING VALUE IN A TURBULENT WORLD

최근 전 세계 시장, 특히 신흥시장에서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BY LAUREN SILVALAUGHLIN
GRAPHICS BY NICOLAS RAPP


미국에서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이번 겨울에 가장 매서운 눈보라는 북극 소용돌이 (Polar vortex)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많은 투자자들의 마음이 가장 얼어붙었던 순간은 지난 1월 말 찾아왔다. S&P 500부터 MSCI 신흥시장 지수까지 각종 주가 지수가 며칠 만에 5%나 급락했다가 안정을 찾았다. ‘주범’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미국 연준이 대대적인-그리고 이자율을 낮추는-미국 국채 매수를 줄인 것이 이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 주식시장이 감기에 걸릴 것이라고 결론을 낸 것으로 보였다.


이제 연준이 수년에 걸쳐 실시해 온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마침내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아래 그래픽은 지난 10년간 각국의 주식시장 가치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주가수익성장비율(PEG), 즉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업의 예상 성장률로 나눈 값을 기반으로 만든 그래픽이다. 이것을 각국의 주요 주가지수에 적용했다. PEG 비율은 피델리티 Fidelity의 마젤란 펀드 Magellan Fund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 Peter Lynch 가 가장 선호했던 지표이기도 하다. PEG 비율은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성장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보여준다.

PEG 비율은 숫자가 작은 것이-주로 1 이하-이상적이다. 결국, 어떤 주식의 예상 이익 증가에 가능한 한 적은 돈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픽에서 파란색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시장이고, 빨간색은 가격이 더 비싼 시장을 나타낸다.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PEG 비율이 마이너스로, 애널리스트들이 향후 3~5년간 이윤 감소를 예상한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이 비율은 미래를 보여주는 전조로서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2010년 초 그리스의 국가 재정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을 보면 도표가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그리고 그 후 계속 매우 어두운(즉 경기가 수축하는) 색을 띤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경우 2010년 중반 진한 파란색으로 바뀌었는데, 역시나 2011년 수익률 25%를 기록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하게 2009년 중반 차트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수익률 23%를 기록했고, 도표가 진한 파란색으로 바뀐 후 또 한 번 같은 성과를 냈다(PEG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은 일관되게 유망해 보이는 곳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전망이 어두웠던 것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모습이다). 아시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전반적으로 위험지역이 확실히 적은 것으로 보인다.

도표를 통해 미래를 내다봤을 때, 유럽에서는 각국의 잠재력이 뚜렷이 나뉠 전망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처럼 경제 혼란을 이겨낸 국가들은 투자할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처럼 경제가 더 탄탄한 국가들은 그리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모건 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Morgan Stanley Wealth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이크 윌슨 Mike Wilson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전 세계적 회복을 믿는다면 선진국보다는 중진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런 곳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윌슨은 미국 시장은 더 약세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선두를 달려 왔다. 달리 말하면, 기회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PEG 비율이 완벽한 척도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효과적인 시작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동시에 측정하기 때문에 어떤 국가가 특정한 색깔로 지정된 이유가 항상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주가가 저점 수준이었던 2009년 초를 보면, 도표가 1년이나 2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2008년 말 PER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즉, 두 가지 변수 사이의 수리적 관계가 급격히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시 전 세계를 강타했던 경제 침체가 2009년 그래픽에도 띠로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도표는 모건 스탠리의 윌슨이 지적한 또 한 가지 현상도 보여준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신흥시장 주식이 단일 그룹으로 같은 방향성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윌슨은 “이 국가들의 상당수가 서로 매우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이 카테고리에 최고의 가치를 찾을 만한 투자처가 몇몇 포진해 있다(자세한 내용은 다음 페이지 참조).

그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여러 국가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상장지수펀드(ETF)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윌슨은 최근 똑같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대만과 터키의 주식이 45%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 두 국가가 투자 측면에서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요즘 이런 국가들 중 상당수는 사실 ‘신흥’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된 명명이다. 윌슨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을 신흥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에 모욕적인 언사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카테고리로 분류된 국가들 상당수가 선진국으로 인식되는 나라들보다 부채 관리를 더 잘 하고 있다. 그러나 신흥 시장일수록 이자율 상승에 더 취약하다는 시각이 아직 남아 있다(단기적으로 말이 씨가 된 예언이었다).

해외투자에서는 수렁에 빠지기 쉽다. 각국 나름의 경제, 정치, 문화적 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타국의 특이성을 모두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다. 때문에 신흥시장 투자의 대가 중 한 명이 가장 기본적인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한 단어, ‘수익성(profitability)’으로 요약했다. 템플턴 이머징 마켓 그룹 Templeton Emerging Markets Group의 회장 마크 모비어스 Mark Mobius에게 수익성은 자기자본수익률(ROE, return on equity), 자본이익률(ROCE, return on capital employed), 수익 성장(earnings growth)이 포함된 의미다.

모비어스는-특히 격동하는 경제환경에서는-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변동성을 키우는 시장 분위기”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들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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