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션 업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비결은 “ 잘 버리고 잡담 즐기며 꼼꼼히 관찰하는 것”

[INTERVIEW] 우영미 솔리드 옴므 대표

산업보다 창작을 중시하는 파리 패션은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한다. 그래서 파리 콜렉션을 보면 패션 트렌드가 보인다. 디자이너와 의류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영미 솔리드 옴므 대표는 2002년 이후 11년째 파리 콜렉션에 참가해 왔다. 2년 전 파리에 진출한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 숍 ‘WOOYOUNGMI’에는 항상 고객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의 이름과 브랜드는 아직 한국에서는 낯설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겠다는 우영미 솔리드 옴므 대표를 만나 브랜드 전략을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2002년, 우영미 디자이너는 43세의 나이에 신인 디자이너 자격으로 파리에 입성했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WOOYOUNGMI’라는 브랜드로 내건 파리 매장은 그의 이름을 보고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울 강남 논현로에 위치한 ‘맨메이드 우영미’에서 만난 그에겐 성공을 위해 달려온 자신감보다는 느긋한 편안함이 배어 있었다. 부드럽지만 결코 약해 보이지 않고, 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옷 느낌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생각은 단순 명쾌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Q 디자이너가 파리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입니까.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려면 유태인이거나 유태인과 결혼하라는 패션계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A 아시는 것처럼 패션의 정점은 파리예요. 거기서 시작되고 또 완성되죠. 패션은 글로벌의 대표적인 사례이고 글로벌이란 언덕은 대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잖아요. 그래서 그 곳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유태인에 관한 이야기는 패션 산업을 그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국적이 핸디캡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 파리에 베이스를 둔 디자이너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적은 큰 의미가 없었어요.


한류 패션을 이끈다는 말을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 고유의 디자인이나 라인이 있다는 말입니까?
한류 패션이 한복이나 한국 고유의 전통의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K-POP이 한국의 고유한 음원이 있어 그것을 사용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한류 패션을 이끈다는 말은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세계무대에서 활동한다는 의미겠죠. 파리에서 한국의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많이 활동하는 걸
로 알고 있어요. 이들이 한류 패션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패스트 패션 트렌드에 대해 디자이너와 경영자의 입장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패스트 패션을 바라보는 디자이너나 대표의 입장은 같습니다. 한마디로 영혼이 없다고 생각해요. 옷을 일회용으로 생각하는 거죠. 물론 가격 대비 제품이 좋다고 하지만 옷에 대한 진정성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패스트 패션은 옷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량폐기가 일어나고 이것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어요. 옷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전 국민이 저가에 패션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한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옷의 가짓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입는 사람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워요. 옷에는 사연이 있는데 패스트 패션은 그 스토리가 빠진 거죠. 디자이너식 표현으로 하자면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에는 표정이 없어요.


패스트 패션과 함께 다른 한편에선 럭셔리 브랜드가 대접받고 있습니다.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 브랜드는 어떻게 포지셔닝 할 생각입니까?
패션 문화가 성숙한 유럽은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경외가 특별히 없어요. 패션 자체를 즐기죠. 그래서 저는 럭셔리를 떠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개의 브랜드를 남성상으로 표현해 볼까요? 솔리드 옴므는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시크하고 쿨한 남자를 상징하는 브랜드입니다. 성공지향적이고 어느 정도 안정된,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대변하죠. 반면 WOOYOUNGMI라는 브랜드는 아트 갤러리에서 우연히 마주칠 것 같은 남자, 연애하기에 적절한 남자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아요. WOOYOUNGMI 브랜드는 파리 콜렉션을 통해 태어났고 해외에서 많이 알려져 있죠. 하지만 국내에는 아시는 분이 많지 않아요. 이제 국내에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솔리드 옴므는 국내 백화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에 가장 인기 높은 브랜드로도 유명합니다. 중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따로 중국인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한 적은 없어요. (웃음) 중국인들이 유럽 브랜드를 상당히 동경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중국에선 제 브랜드가 파리 콜렉션에 참가한다는 것이 상당히 알려져 있죠. 한국 디자이너지만 파리에 베이스를 두다 보니 생긴 경우예요. 아무래도 그 점이 중국인들에게 브랜드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디자이너 역시 창의성이 중요할 텐데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잘 버립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최고의 창의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쇼가 끝나면 쇼와 관련된 것을 버려요. 잊어버리기 위해서죠.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오니까요. 또 사람들과 잡담을 즐기는데 주로 듣는 걸 좋아해요. 때론 시장 같이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사람들을 꼼꼼하게 관찰하기도 하고요. 많이 보는 거죠. 그것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우고 듣고 보는거죠.


디자이너와 경영자를 동시에 수행하시며 느끼는 공통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이건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요. 우선 둘 다 통찰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해요. 이 두 가지를 위해선 사고방식이 말랑말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IT 세상입니다. 패션 산업에도 분명 변화나 영향이 있을 텐데요.
엄청난 변화가 있었죠. 우선 정보나 동향이 빠르니까 패션의 확산과 수용 속도가 엄청 빨라졌어요. IT가 사람들에게 패션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촉매제 구실을 한 거죠. 그리고 제 경우 옴므라는 점을 떠나서도 남성들에게 더 영향이나 도움을 받았어요. 여성들은 정보에 감성적이에요. 옷에 대한 어떤 느낌을 표현하죠. 그런데 남성들은 제 쇼나 상품을 보고 옷에 대한 정보를 연구하고 분석하더라고요. 라인이나 색상 등 지난 쇼와 비교해서 저도 모르는 데이터를 내밀더라고요. 덕분에 제 옷이 더 정교해졌어요.


우영미 디자이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옷은 사람이 입어야 생명력을 가져요. 걸어두면 옷의 가치는 없어요. 또 하나는 옷을 입었을 때 사람이든 옷이든 더 예뻐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관찰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옷을 입는 사람이 더 멋지게 표현될 수 있을까 하고요. 입었을 때의 옷이 중요합니다.


특별히 광고를 하거나 연예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우영미 식으로 브랜드를 표현해 보고 싶어요. 광고를 하지 않고 아티스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광고보다는 아티스트와 콜라보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가장 큰 광고는 콜렉션이겠죠. 하지만 여러 사정상 콜렉션을 자주 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리고 화려한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워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보다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옷)를 만들어 내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통한다고 믿어요. 그리고 디자이너 브랜드와 같은 하이패션은 대기업이 정복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자본으로 광고하고 마케팅 한다고 해서 브랜드가 성장하는 것은 아녜요. 우영미라는 브랜드가 이제 막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콘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패션 산업 환경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패션 하기 좋은 나라예요. 감각적이죠. 또 젊은 디자이너가 많다는 점에서 패션의 미래도 밝아요. ‘빨리빨리’라는 한국인의 특성과 IT를 통해 산업 트렌드 또한 빠르게 변하고 또 성장하죠. 무엇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살기 때문에 트렌드를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패션관련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다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