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9년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산업 부문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이후 2014년까지 6회 연속 순위에 랭크돼 국내 기업들 중 가장 오랫동안 이름을 올린 기업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포춘의 9개 평가 항목 중 혁신과 제품의 질, 경영의 질 등의 평가 항목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붙박이 존경 받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세계 철강업계가 대공황 이래 사상 최악의 불황 국면을 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 조선 등 철강 수요산업의 침체가 그 배경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철강업계는 전체 매출 감소와 함께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포스코도 불황 태풍에서 비켜서 있지 않다. 2012년, 2013년 매출이 전년 대비 7.7%, 2.7% 줄어들었다. 철강재 가격이 지난해에 톤당 평균 10만 원가량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은 18%나 감소했다.
하지만 업체 도산 등 최근 세계 철강업계의 처참한 경영 실적에 비하면 포스코는 오히려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춘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금속 부문 순위에서 포스코를 6위에 랭크시키며 경영의 질과 혁신, 인재 관리 부문에 높은 점수를 줬다. 9개 평가 항목 점수 평균은 6.67점으로 지난해 6.54점보다 0.13점 올랐다.
이는 다른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수익성 1위 타이틀은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다. 포스코의 철강재 제품 영업이익률은 7.3%로 세계 철강사들의 5~6%대 영업이익률에 비해 월등히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라고 예상했다.
포스코의 이 같은 자신감은 고부가가치 기술경쟁력에 기인한다. 포스코는 제품의 40%를 수출하며 주력 제품은 자동차 강판, 조선용 후판, 에너지강재 등이다. 이들 고부가가치 상품들은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자동차 소재로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철판이 각광받고 있으며, 심해나 극지의 낮은 온도와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에너지강재도 수요가 늘고 있다.
포스코의 대표 고부가가치 상품은 자동차강판으로 활용되고 있는 TWIP(Twinning-Induced Plasticity)강이다. TWIP강은 포스코가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TWIP강은 무게를 줄이면서 강도는 높인 차세대강이다. 특히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철강의 특성과 달리 TWIP강은 초고강도이면서도 최고 수준의 가공성을 자랑한다. 따라서 형상이 복잡한 제품의 미세 공정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데다 가공이 쉽다는 이유로 TWIP강은 자동차 업계에서 ‘꿈의 소재’로 불린다. 형상이 복잡한 자동차 부품을 쉽게 가공할 수 있고, 부품 두께가 얇아도 강도가 충분하기 때문에 차량 경량화가 가능하다. TWIP강은 일반 자동차강판보다 3~4배 정도의 강도를 자랑하지만 무게는 30% 정도 가볍다. 차량 충돌 시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도 장점이다. 포스코는 2015년께엔 TWIP강이 자동차용 고강도강판의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에너지강재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에너지강재는 석유·가스 등의 에너지원 개발 및 생산, 수송, 저장 시설에 사용되는 강재를 말한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등 주로 대형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기 때문에 심해나 극지의 악조건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강재 시장은 신흥국의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2012년 3,100만톤에서 2020년에는 5,100만 톤으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2월 대우조선해양에 에너지강재용 후판을 세계 최초로 일괄 공급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제작 중인 프랑스 토탈 사의 초대형 FPSO에는 모두 11종 8,800톤의 에너지강재용 후판이 들어간다. 같은 해 11월에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RDSA(Royal Dutch Shell)에 ‘FLNG 프로젝트’에 필요한 후판 전량을 공급하기도 했다.
초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후판을 한 철강사에서 전량 공급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위 두 사례가 전부다. 소재의 우수성이 중요한 만큼 후판 품질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초거대 물량인 만큼 적기에 납품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포스코가 이 두 가지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이미 23개 강종(鋼種)을 개발한 포스코는 앞으로 60여 종의 에너지강재를 추가로 개발, 2020년까지 세계 에너지강재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